29 Bloch 번역 37

블로흐: 아비켄나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1)

“발전은 ‘물질로부터 형태의 추출eductio formarum ex materia’이다.” (아비켄나 – 아베로에스) 1. 결코 같지 않다. 모든 영특한 사고는 아마도 일곱 번 깊이 숙고한 다음에 출현한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동일한 사고를 언제라도 다시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시간 그리고 다른 상황 속에서 떠올린 동일한 사고가 더 이상 동일한 의미를 드러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각하는 사람만 변해 있는 게 아니라, 사고의 대상으로 떠올려야 하는 사물 역시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변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영특한 사고는 언제나 그 자체 신선한 의미를 드러내는 무엇이며, 하나의 새로움으로서 보존되어야 합니다. 동쪽 지역의 위대한 사상가들의 경우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이들의..

29 Bloch 번역 2020.02.12

블로흐: 물질 개념의 역사 (2)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문제점이 명징하게 표현되리라고 여겨집니다. 즉 철학 사상의 거대한 방식이 어째서 지금까지 물질 이론과는 거의 무관하게 전개되었는가? 하는 물음을 생각해 보십시오. 물질 이론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로 철학의 역사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습니다. 나의 글이 다루려고 하는 내용을 고찰하면, 우리는 아마도 다음의 사항이 분명하게 밝혀지리라고 확신합니다. 즉 지금까지 관념론자들은 나름대로 물질을 깊이 연구해 왔는데, 바로 이러한 관념론 속에 물질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는 수많은 유산이 은폐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적대적으로, 신화적으로, 계층적으로, 엑스타시 내지 판타지의 특징으로써, 그게 아니라면 어떤 다른 껍질로 포장한 채 말입니다. 많은 시스템이 대부분의 경우 그러하듯이, “은폐된 물..

29 Bloch 번역 2020.01.15

블로흐: 물질 개념의 역사 (1)

물질을 구명하려는 오랜 (학문적) 과정은 끝난 것 같지만,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수많은 난제가 여전히 주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기계주의의 사고는 아직도 오랫동안 더 나은 무엇과 교체되지 않고 있습니다. 엥겔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역사에 나타난 모든 사건은 내적으로 기계주의의 운동을 완전히 멈추도록 작용한다. (...) 이를 위한 첫 번째 과업은, 학문의 첫 번째 과업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일이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엥겔스는 루드비히 뷔히너, 그리고 오이겐 뒤링이라든가, 이러한 유형의 자유사상가의 교만하기 이를 데 없는 경박한 사고에 대해 단호한 자세로 어떤 경멸감을 표명하였습니다. 젊은 마르크스 역시 “물질 이론 d..

29 Bloch 번역 2020.01.15

블로흐: 루터와 칼뱅 (2)

그러나 다른 한편 본질적 문제를 심도 있게 고찰하자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찾아낼 수 있다. 즉 루터는 무엇보다도 폭력을 위하여 폭력을 숭배했으며, 오로지 권위를 위해서 권위를 신격화했다고 말이다. 예컨대 스토아사상가들과 (조만간 고찰하겠지만) 계몽주의자들은 비교적 손쉬운 방법으로 자연법적 내용에서 형법을 추론해낼 수 있었다. 이에 비하면 마르틴 루터는 한술 더 떠서 죄지은 사람들을 처벌하는 법 규정을 자연법으로부터 가장 수월하게 도출해내었다. 다시 말해서 “노여운 신의 법 ius divinae irae”으로 이해되는 루터의 자연법 속에는 이른바 인간의 본질적 권리 내지 만인의 권리를 유추하게 하는 내용이 완전히 생략되어 있다. 어디 그뿐이랴. 천국의 자유라든가 모든 재화를 만인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29 Bloch 번역 2018.02.12

블로흐: 루터와 칼뱅 (1)

신의 종이 정원사가 되면, 현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닌 게 아니라 토후 귀족이 매사에 법 망치를 휘두르고 제후들의 권한은 더욱 막강하게 되었다. 설령 그들이 자연법이라든가 천상의 법을 뇌까린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수월하게 자신의 권한을 강화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르틴 루터는 당국이 감히 행할 수 없는 교회를 처음으로 비판하였다. 국가는 루터에 의하면 법에 따라 자신의 권한을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기관이다. 이로써 루터는 하나의 종교적 국가 이론을 제시한 셈인데, 이에 의하면 국가는 반동주의를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죄악을 진압하는 체제라고 한다. 만약 루터의 “반 교황주의를 논외로 한다면, 우리는 그에게서 어떠한 자연법적 논거도 발견할 수 없다. 루터가 노골적으로 거부한 사상은 엄밀..

29 Bloch 번역 2018.02.12

블로흐: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2)

(앞에서 계속됩니다.) 뒤이어 물질에 대한 관심사를 강하게 드러낸 학자는 알렉산드로스 아프로디시아스였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아리스토텔레스 문헌 해석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는데, 이 영향은 중세까지 이어졌습니다. 그의 연구는 아비켄나, 아비케브론 그리고 아베로에스의 연구를 낳게 됩니다. 우리는 중세의 철학 강의에서 이를 다시 다루게 될 것입니다. 일단 우리는 소재와 형태 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기억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 문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좌파 사상을 연구하는 데 핵심적 사항을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아비켄나Avicenna는 타지키스탄, 혹은 페르시아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는 위대한 철학자인데, 어디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아라비아인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부호로 지역에서 활동한 아비..

29 Bloch 번역 2017.08.05

블로흐: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1)

다음의 글은 블로흐의 책 고대 철학, 라이프치히 철학사 강의에 실려 있다. Etnst Bloch: Leipziger Vorlesungen zur Geschichte der Philosophie Bd. 1, Frankfurt a. M. 1985, S. 274 - 278. ....................... 일단 아리스토텔레스의 물질 개념 가운데 소재 그리고 형태 사이의 관련성이 이후의 시대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이 문제에 관해서 「아비켄나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 좌파」에서 이 문제에 관해서 자세히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소재와 형태 사이의 관련성 그리고 이에 관한 영향력에 관해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

29 Bloch 번역 201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