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신학이론

서로박: 뵈메의 거대한 신비

필자 (匹子) 2021. 9. 1. 10:56

야콥 뵈메 (Jakob Böhme, 1575 - 1624)의 문헌 거대한 신비, 혹은 모세의 첫 번째 책에 관한 해명 (Mysterium Magnum, oder Erklärung über das erste Buch Mosis)()의 본질의 세 원칙에 의한 신의 말씀의 계시에 관하여, 그리고 (자연의 나라와 은총의 나라가 설명되는) 세계와 창조주의 근원에 관하여라는 부제로서 1622- 1623년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1640년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도합 78장 가운데) 첫 번째 11장은 우주의 생성에 관한 해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뵈메는 어떤 신지론 (神智論)에 입각한 우주론을 밝히고 있다. 창조는 신으로부터 출발한다. 신은 거대한 신비 (Mysterium magnum)”로서 어떠한 토대도, 시작도 그리고 장소도 지니지 않는다.

 

계시는 신의 욕망, 다시 말해서 신의 자기 관찰로 인해서 출현한다. 그것은 일곱 단계의 형상의 과정으로 드러난다. 동적인 움직임 속에서 항상 새로운 양극성 (両極性)은 어떤 변증법적 결합에 의해 생겨난다. 모든 특성은 두 가지 영역 가운데 하나 [이를테면 천국과 지옥, 빛과 어둠, 물과 불 등등]에 의해 조직화된다. 아울러 모든 계시는 스스로 어떤 조건으로서의 정반대의 특성을 담지하고 있다. 뵈메에 의하면 (존재를 포착하려는) 열망은 신의 욕망으로부터 탄생한다. 무언가를 포착하려는 굶주림 속에서 열망은 서로 결합되고, () 토대로부터 토대로 인도된다. 구분되지 않은 일원성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존재로 출현한다. 즉 성부의 열망, 움직이는 가시로서의 자유로운 욕망, 성자의 지혜 등이 바로 그 세 존재이다. 이것들은 장차 출현하는 모든 존재의 이원론적인 특성의 기본적인 틀로 작용한다.

 

피아트 (Fiat), 즉 말씀 속에 열망의 첫 번째 형상은 비 () 토대의 영원한 의지로부터 포착된다. 또한 정서와 함께 구분될 수 있는 무엇이 형성된다. 맨 처음 드러나는 세 가지 형상은 성부 (Sulphur), 성자 (Mercurius) 그리고 성령 (Sal)이다. 네 번째 형상은 불이다. 바로 이 불 속에서 열망의 고유성은 에너지로 깨어나며, 신은 영원한 본성 속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비 토대의 성부의 의지라는 열망과 자유로운 성자의 의지라는 열망은 서로 대립한다. 이러한 대립으로 인하여 어떤 거대한 부딪침이 -마치 번개처럼- 발생한다. 이 순간 (네 번째 형상인) 불이 점화하게 된다.

 

다섯 번째 형상은 사랑의 열망이다. 영원한 말씀 혹은 오성은 바로 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다섯 번째 형상의 대립은 자연이라는 여섯 번째 형상을 낳는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소리, 말 등과 같은, 소리 나는 모든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형상은 영원한 자연 그리고 영원한 천국이라고 한다.

 

영원히 창조하는 힘인 신이라는 존재가 지닌 세 가지 본성은 성부, 성자 그리고 성스러운 영혼이다. 오로지 인간만이 창조로서 -요소론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 외에- 어떤 내적인 종교적 세계의 차원을, 정서속에 토대를 둔 인식 능력을 지니고 있다. 태초의 하나로부터 유래하는 것은 세계와 개념 사이의 근원적 동일성이다. 여기서 개념이란 자연의 언어인데, 모든 민족의 제각기 다른 언어로 인해서 사라져버렸다. 그러니까 자연의 언어, 즉 개념 속에서는 어떤 (바라봄으로써 직접 신과 부분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토대를 두고 있다.

 

살아 있는 정신의 작용하는 말을 통해서, 자연 속에서 그리고 성서 속에서 인간은 (심지어 말하는 행위에서) 자신의 개인적 특성과 자유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야콥 뵈메는 신지학 내지는 접신론적 내용을 맨 처음 독일어로 표현하였다. 그의 신비로운 언어 구사는 루터 성서, 신플라톤주의, 카발라 등 신비주의 서적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뵈메의 문헌은 처음에는 네덜란드, 영국 그리고 러시아 등지에서 수용되었다. 독일에서는 슈바벤 경건주의자들, 그리고 라이프니츠에 의해서 인정받았다. 뵈메의 신비주의는 슐레지엔 시학 파, 17세기 초의 황금 십자단, (신비적 자연 철학으로 알려진) 汎知学者, 나아가 독일 낭만주의자들과 셸링, 괴테, 헤겔 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