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신학이론 22

서로박: 뮌처가 실천한 천년왕국의 혁명 (3)

13. 혁명의 신학: 뮌처는 계시록의 내용을 고찰하면서, 자신의 시대를 “신의 법정이 개최되기 시작하는 시간”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인간에게 빵을 선사하는 밀은 잡초로부터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려고 이곳에 왔다” (마태오의 복음서 10장 34절)는 그리스도의 말씀은 뮌처에 의하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합니다. 뮌처는 귀족과 제후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마구간에서 태어났으며, 가난하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 있다고 합니다. 화려한 외투를 걸치고 비단의 의자에 앉아 있는 자들은 그리스도에게는 끔찍한 악한들이라는 것입니다. 기실 뮌처는 자신의 시대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통찰하였습니다. 상기한 내용을 고려할 때 그의 사회 윤리학적인 ..

24 신학이론 2020.06.23

서로박: 뮌처가 실천한 천년왕국의 혁명 (2)

7. 뮌처의 강인하고 짧은 삶 (5): 이때부터 6개월간 거사 준비의 시기가 시작됩니다. 뮌처는 1524년 8월 7일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고 튀링겐 지역의 뮐하우젠으로 도주합니다. 제후들 그리고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남은 것은 무장 봉기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을 때가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뮌처는 11월에 루터의 종교개혁 반박하는 팸플릿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한 다음에 남쪽 슈바르츠발트로 향합니다. 1525년 2월에 뮐하우젠으로 되돌아온 뮌처는 튀링겐 지역의 농민 전쟁에 앞장섭니다. 마르틴 루터는 1525년 「강도짓과 살인을 저지르는 농부 도둑떼들에 반박하며Wider die mörderlischen und räuberischen Rotten de..

24 신학이론 2020.06.18

서로박: 뮌처가 실천한 천년왕국의 혁명 (1)

1. 위대한 종교 개혁자, 라스카사스와 토마스 뮌처: 서양의 종교 개혁가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서 루터와 칼뱅이 아니라, 라스카사스LasCasas와 토마스 뮌처Thomas Müntzer가 손꼽힙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라스카사스와 뮌처가 종교의 개혁과 정화 운동을 넘어서서, 주어진 현실의 비참한 상황을 개선하고 민초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라스카사스는 가톨릭 사제로서 신대륙에서의 인디언 학살과 제국주의의 비리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수없이 대서양을 횡단하였습니다. 토마스 뮌처는 16세기에 독일 농민 운동을 주도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상의 천국을 선물하려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힘없고 가난한 인민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

24 신학이론 2020.06.15

서로박: 블로흐의 인간신 사상 (4)

지금까지 우리는 블로흐의 기독교 속에 도사린 무신론의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로 기독교 사상은 예수의 행적과 복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아들”에 관한 존재 가치 내지 사상적 단초를 알려주고 있다. 둘째로 기독교는 블로흐에 의하면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현세의 더 나은 삶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마지막 세상 Eschaton”을 메시아적 기대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아직 아닌 무엇”을 존재론적으로 추적하려는 블로흐의 사상적 의향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셋째로 기독교 사상은 블로흐에 의하면 전지전능한 신에 대한 복종 대신에 주어진 현세에서 불의와 부정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거역과 반역의 자세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힘없고 가난한 자들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나..

24 신학이론 2020.06.02

서로박: 블로흐의 인간신 사상 (3)

셋째로 기독교 사상은 블로흐에 의하면 이른바 천지를 창조한 전지전능한 신에 대한 복종 대신에 주어진 현세에서 불의와 부정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거역과 반역의 자세를 지향하고 있다. 지금까지 종교의 관건은 거대한 권능을 지니고 있는 권위적인 신 앞에 머리를 수그리고, 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 내지는 귀의를 맹세하는 일이었다. 이로써 종교는 역사 속에서 권력과 금력과 결탁하여 주어진 사회의 계율 내지는 이데올로기를 형성시키며, 일반 사람들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모든 정치적 판단, 결혼과 성 도덕 등은 항상 기존하는 종교의 강령에 의해서 규정되었던 것이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세상에 끼친 종교의 해악을 신랄하게 지적이고 “종교는 아편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종..

24 신학이론 2020.05.31

서로박: 블로흐의 인간신 사상 (2)

둘째로 기독교는 블로흐에 의하면 종래의 종교적 관점에 해당하는 태초의 무엇을 진리로 규정하며, 이를 신봉하는 대신에,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현세의 더 나은 삶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마지막 운명 Eschaton”을 메시아적 기대감으로 설정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종교는 서양의 역사에서 신성 (神性)에 근친하여 그것과 “재결합 (re + ligio)”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되었다. 신의 존재, 다시 말해서 “태초의 말씀 λόγος”은 하나의 진리이며, 신앙인은 신을 뜻을 담은 태초의 말씀을 충직하게 지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과거에 존재했던 이데아를 다시 기억해내면 족하다.”라는 플라톤의 “재-기억 ἀνάμνησις 이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재기억 이론은 신앙과 신학의 ..

24 신학이론 2020.05.28

서로박: 블로흐의 인간신 사상 (1)

에른스트 블로흐는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원제목: 기독교 속의 무신론)에서 기독교에 대한 자신의 무신론적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기독교 사상에 대한 블로흐의 입장을 요약 정리하는 작업은 그 자체 의미를 지니며, 동시에 블로흐의 사상 전체를 파악하는 데 기여하리라고 여겨진다. 기독교사상에 대한 블로흐의 견해는 신학의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의향에 있어서 역사철학의 관점에서의 유토피아 사상, 갈망의 심리학적 모티프 그리고 물질 이론 등과도 접목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신학, 철학, 문학 그리고 심리학 전반에 관한 블로흐의 학제적 연구는 일견 방만한 느낌을 주지만, 그 의향에 있어서는 놀라운 공통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특성을 지닌 존재이며, 이러한 갈망의..

24 신학이론 2020.05.27

서로박: 블루멘베르크의 신화 다루는 작업

철학자, 한스 블루멘베르크 (Hans Blumenberg, 1920 - )의 저서, "신화를 다루는 작업 (Arbeit am Mythos)"은 1979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본 논문은 인식 비판적 질문을 담은 시각으로 신화를 연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논의되는 물음은 과연 어떤 의미가 신화의 의미 지평을 형성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신화의 의미 지평은 인간에게 세상에 관한 경험 개념들 및 신화 자체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토대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가? 이미 이전에 쓴 논문 「신화의 현실 개념 및 영향적 잠재성 (Wirklichkeitsbegriff und Wirkungspotential des Mythos)」에서 블루멘베르크는 다음과 같은 인류학적 추측을 추적한다. 인간..

24 신학이론 2020.03.28

서로박: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토마스 아퀴나스 (1225 - 1274)의 "신학대전 (Summa theologica)"는 1266년부터 1273년 사이에 씌어졌으며, 약 200년 후에야 비로소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부분적으로 간행되었다. 토마스의 방대한 문헌 속에는 하나의 폐쇄된 이론으로서의 미학적 테마가 특별히 할애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아름다움의 본질 (species sive pulchritudo)”에 관한 문제는 그의 사고의 핵을 이루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특히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기타스의 「신들의 이름에 관하여 (Ρερι ϑειόν ονοματον)」 (520년 경)의 주해서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밝혔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하면 아름다움과 선은 동일하다. 선이란 오직 추구의 대상으로서, 추구의 대상인 사..

24 신학이론 2020.02.27

헤르더의 "신. 몇 가지 대화들"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 (1744 – 1802)는 1787년에 『신. 몇 가지 대화 Gott. Einige Gespräche über Spinozas System; nebst Shaftsburys Naturhymnus』라는 종교 철학의 문헌을 간행하였습니다. 사실 이 문헌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F. H, 야코비와 모제스 멘델스존 사이의 논쟁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언젠가 계몽주의 작가, 레싱이 스피노자의 사상과 어떠한 유형으로 결부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로 논쟁을 벌었는데, 헤르더는 이에 대해 논평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헤르더는 이러한 집필 계기에 관해서 제 2판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사실 헤르더는 젊은 시절 리가 Riga에 머물 때 의학을 접고 신학을 공부하였습니다. 당시에 그는 쾨니히..

24 신학이론 2019.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