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외국시

서로박: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연애시 (3)

필자 (匹子) 2023. 9. 9. 15:26

사랑

                                                        마리나 츠베타예바 

 

 

떠나셨군요. 나는 더 이상

빵을 썰지 않아요.

내가 건드리는 것들은

모조리 흰 가루이지요.

 

뜨거운 향기였어요, 당신은

나의 빵, 나의 눈.

그러나 눈은 희지 않아요.

빵이 고통을 가하는군요.

 

Bist fort: ich schneide

Das Brot mir nicht mehr

Alles ist Kreide

Was ich berühr

 

Warst, duftend heiß,

Mein Brot. Warst mein Schnee.

Und der Schnee ist nicht weiß,

Und das Brot tut weh.

 

 

..............................

 

모든 시인은 본질적으로 망명객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요. 시인은 제한된 현실 그리고 궁핍한 시대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기 때문입니다.

 

마리나 츠베타예바는 러시아로 돌아갔지만, 이중적인 낯설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2년 후 그러니까 1941년 여름 그미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미를 잡아서 타타르의 옐라부가로 추방시켰습니다.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음식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심신이 쇠약해진 채 러시아의 비밀경찰의 검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미는 바로 그해 8월 31일 어느 작은 농부의 집에서 목을 매고 자살합니다. 그미의 나이는 불과 49세가 되기 전이었습니다.

 

나의 그림자를 미리 떠나보낸다.” 이것은 산문집의 제목으로 채택된 것입니다. 이 문장은 산문 「스타코비치의 죽음」에 실린 것입니다. 왕년에 근위병 장교로 일했던 스타코비치는 예술가의 섬세한 감성과 인문학적 교양을 지닌 사람이었는데, 어느 극장의 배우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젊은 예술가를 가르치고 돕는 역할을 행하고 있었습니다. 마리나 츠베타예바 역시 이곳 극장에서 소냐 헐리데이를 사귄 바 있습니다. 스타코비치는 1921년에 굶주림, 당국의 억압 그리고 러시아의 비참한 정치적 상황 등으로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을 매고 자살한 적이 있습니다. 차가운 성당에서 향의 냄새를 맡으면서 츠베타예바는 우두커니 그의 관을 바라봅니다.

 

나는 그의 가까운 친구라고 여기고 있어요. 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비참하게 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지 몰라도 떠나가는 분들의 시신을 바라보면, 그들이 나의 일부라고 여겨집니다. 나의 동경 그리고 나의 영혼은 나보다 더 빨리 그곳 집으로 향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내가 그들과 함께 부활하면 그들과 함께 같은 시간에 죽을 것입니다. 나는 관속에서 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내 몸을 덮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상에서의 신뢰를 어느 정도 상실한 뒤에 세상에 나 자신 온통 살았음을 확인할 거예요. 어디론가 떠나다니요? 나는 그림자를 미리 떠나보내려 합니다. 대신에 여기서 지옥으로 향하는 뱃사공 샤론에 뱃삯을 지불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