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외국시

라파아트 알라리어의 「만약 내가 죽어야 한다면」

필자 (匹子) 2023. 12. 18. 19:21

지금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끔찍한 지옥의 폐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인이자 영문학자인 리파아트 알라리어(Rafaat Alarreer, 1979~2023)는 12월7일 동생, 누이, 누이의 네 아이와 함께 집에서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순식간에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죽기 전에 그는 시 한편을 남겼는데, 처절한 유언으로 울려 퍼집니다. 문학이 할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록하는 일밖에 없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이러한 기록이 없다면, 살아남은 자들의 후손은 끔찍한 비극을 서서히 망각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죽어야 한다면

그대는 반드시 살아서

내 이야기를 전해주어야 해.

내 물건들을 팔아

천 한 조각과 끈을 한 웅큼 사서

연을 만들게

(흰 색으로, 꼬리는 길게).

 

가자 지구 어딘가 있을 아이가

하늘 또록또록 쳐다보며,

누구에게도 작별 고하지 못하고,

제 자신 몸에게 조차 이별 없이

섬광 속에 떠난 아빠를 기다리다

그 연이, 그대가 만든 내 연이

하늘 높이 떠 있는 모습

보는 순간

 

사랑을 되돌려주는 천사가 나타났네

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내가 죽어야 한다면 내 죽음이

희망을 불러오게 하도록

이야기가 되게 하도록.

 

If I must die,

you must live

to tell my story

to sell my things

to buy a piece of cloth

and some strings,

(make it white with a long tail)

 

so that a child, somewhere in Gaza

while looking heaven in the eye

awaiting his dad who left in a blaze—

and bid no one farewell

not even to his flesh

not even to himself—

sees the kite, my kite you made, flying up

above

 

and thinks for a moment an angel is there

bringing back love

If I must die

let it bring hope

let it be a tale

 

 

지금 이순간에도 가자 지구에는 폭탄 투하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주위는 온통 콘크리트 폐허이며, 사망자와 중상자를 바라보며 울부짖는 아비규환의 비명이 이어집니다. 어쩌면 라파아트 알라리어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시를 집필했는지 모릅니다.

 

라파아트 알라리어는 문학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시를 썼습니다. 이슬람 가자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2007년에는 런던으로 건너가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2017년 말레이시아 대학교에서 존 던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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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알라리어는 대학에서 교수로 강의하면서도 청년 글쓰기 운동 “우리는 숫자가 아니다We are not Numbers”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글쓰기 운동은 사망자, 부상자, 행방불명자 등을 통계숫자로 기억하지 말자는 뜻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은 숫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많은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그들의 고통과 기쁨 그리고 해원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자신을 문학적으로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폭탄이 그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데 대해 애통함을 느끼며, 다시 알라리어의 시를 정독해봅니다. 전쟁은 인간 동물이 저지르는 가장 끔찍한 폭력입니다.

 

 

 

이곳이 사람 사는 공간인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