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33) 사랑, 얽힘과 섞임

필자 (匹子) 2024. 12. 25. 10:33

깊은 사랑은 당사자의 말문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내면의 격노하는 감정이 언어적 표현을 방해하는 것이다수많은 호모 아만스들의 삶 속에는 얼마나 구슬픈 사연과 애환이 숨어 있을까말이나 글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몹시 어렵고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 경우는 마치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는 것처럼 겸연쩍음을 느끼든가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든가둘 중 하나이리라왜냐하면 말과 글이란 타인을 전제로 한 것이며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우리와 동일한 본능이 주어지듯이일자무식의 하녀에게도 어느 순간 연정이 찾아들어그미의 가슴속에 오래 머물곤 한다세상에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사랑 그리고 이와 결부된 비극은 무수히 출현한다.

 

이를테면 호모 아만스의 사랑과 성을 얽히게 하고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요인들은 엄청나게 많다사랑하는 임을 만나 함께 있고 싶은 욕망이 좌절되는 경우는 우리의 마음속에 슬픔을 안겨준다.

 

애타는 사랑의 고백은 당사자의 성격상의 혼란 내지 장애 때문에 차단되곤 한다그게 아니라면이별을 강요하는 부자유스러운 정치적 상황혹은 경제적 어려움이 연인 사이를 무정하게 갈라놓게 만든다.

 

아니우리의 삶이 종국에 이르러 비극을 맞이하는 까닭은 인간이 죽음을 비켜갈 수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그렇기에 사랑으로 인한 기쁨과 슬픔은 호모 아만스의 삶에서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즐거움과 고통의 폭죽을 터뜨리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