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란 무엇인가? 물질은 지금까지 관념 이론에 가려진 채 철학적 주제로 활발하게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물질에 관한 물음은 철학적 존재론과 인식론을 공통으로 수렴하는 출발점입니다. 물질은 에른스트 블로흐에 의하면 주어진 세계, 인간과 역사를 모조리 포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블로흐가 삼라만상과 인간의 역사와 현존하는 삶 모두를 현상적으로 고찰할 뿐 아니라. 동시에 물질의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물질은 블로흐에게는 객관적 현실적 가능성의 근본적인 개념, 즉 “실체Substanz”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 현실적 가능성이란 다름 아니라 더 나은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갈망의 특징을 가리킵니다. 바로 이러한 가능성 개념 내지는 실체에서 현상적인 형체들이 언제나 새롭게 자신의 면모를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물질은 세상에 나타나는 제반 사물의 형태의 전제 조건이 되는, 다시 말해 형태를 “발효”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블로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현실적 가능성은 그 자체 공기보다 미약하게 부유하는 무엇이지만, 물질은 반역사적인 딱딱한 고체와는 전혀 다른, 유토피아로 장착된 무엇이다.” (Bloch, TE: 227.) 그렇다면 이러한 발언은 어떠한 함의를 지니고 있을까요?
물질은 여기서 근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협소한 기계론적인 개념으로 파악되지 않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블로흐는 기계적 물질 이론가들의 사고방식으로 물질을 이해하지 않습니다. 물질은 블로흐에 의하면 “당김과 밀침에 의해서 밀려나고 항상 똑같은 존재로 서성거리는” 그 자체 죽어 있는 고체라고 단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질은 자신의 발전 과정에서 “아직 아닌 무엇”을 질적으로 각인시켜 출현하게 합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물질의 개념을 넘어서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물질은 순수 물리 역학적인 구성 성분으로만 국한 지어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왜냐면 물질이 자연과학적 실증주의로 해명되면, 물질이 내재하고 있는 형이상학적 질적 특성이 무시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물질은 양적이고 질적인 변화를 이룩하기 위한 변증법적 비약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블로흐의 입장은 마르크스의 그것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동시에 중요한 것은 물질의 의미와 기능뿐 아니라, 물질에 개입하는 인간 존재의 의향입니다. 인간의 존재가 물질과 어떠한 상호 관계를 맺는가를 파악하려면, 변증법적 물질 이론이 반드시 요청됩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 존재는 변증법적 물질 이론을 통해서 물질 이론의 관점에 비로소 개입하고 관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 사회와 역사적 변화의 과정 역시 얼마든지 물질의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질 역시 질적 변화를 위한 변증법적 비약을 거칩니다. 물질의 개념은 주관적인 동인을 위해서 포괄적이고 거시적으로 첫 번째 확장을 실행합니다. 이로써 물질은 변증법적인 무엇, 다시 말해서 인간의 정신이 예견하려고 하는 무엇을 획득하기 위해서 더욱더 풍요로운 무엇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블로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첫 번째의 결합은 변증법 그리고 물질 사이의 결합이다. 변증법과 물질은 겉보기에는 본원에 있어서 아주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개념이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개념이 세인의 놀라운 관심을 받을 정도의 찬란한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다.” (Bloch, TE:. 207). 말하자면 물질은 이제 더 이상 손으로 포착될 수 없으며, 기계적인 균형 등에 의해서 측정되는 그러한 딱딱한 고체 덩어리 등등으로 파악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물질은 인간 존재를 포괄하게 되었으며, 기계론적 관점 외에도 변증법적 관점으로 의미론적인 확장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의미론적인 확장은 경험적인 현실적 차원뿐 아니라, 사변적인 관점에서 명백하게 실행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질은 또 다른 카테고리와 결합하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거시적인 영역을 포괄하는 카테고리, 즉 유토피아를 가리킵니다. 일견 역설적으로 보이는 두 개의 카테고리인 물질 그리고 유토피아는 블로흐의 사고에 의해 두 번째로 결합하게 된 것입니다. 물질의 첫 번째 확장이 마르크스주의를 도입하여 기계적 물질 이론과 변증법적 물질 이론의 포괄적으로 결합한 것이라면, 물질의 두 번째 확장은 블로흐 고유의 철학에 근거하여 물질과 예견하는 유토피아의 상호 관계를 결합한 것입니다.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심리적으로 갈구함으로써 변화될 사회에 관한 경향성Tendenz을 견지하게 됩니다. 물질의 기능은 초월 없는 초월 행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과정과 운동은 잠재성과 경향성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세의 변화는 소외된 현존재에서 파생되는 한계를 넘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변화 과정은 어떤 가치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노력 내지는 잠재성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연 또한 블로흐에 의하면 물질의 내재적인 성향을 외부로 출현시키려는 잠재성Latenz을 견지합니다. 이러한 확장을 통해서 사변적 물질 이론의 개념이 도출되기에 이릅니다.
(2,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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