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빈 피스카토어 (E. Piscator, 1893 - 1966)의 정치 연극은 1929년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본고는 피스카토어의 자전적 고백록이며, 아울러 주어진 사회를 맑스주의적으로 전복시키기 위한 정치적 성명서이자 연극론에 관한 문헌이다.
본고에는 피스카토어의 글 외에도, 동료들의 소논문, 프로그램 초록, 신문 비평 그리고 사진 등이 실려 있다. 피스카토어는 (연극이 공연될 때) 몽타쥬 등 여러 가지 기술 등을 사용한 바 있다. 그는 연극 공연의 기술적인 문제점, 특성 등을 본고에서 상세히 기록하고 분석하였다. 이를테면 파케 (Paquet)의 「깃발들」, 독일 공산당이 간행한 리뷰 「붉은 장터」, 에른스트 톨러 (E. Toller)의 「아이구, 우리가 살고 있네!」, 브로트 그리고 라이만 (M. Brod/ Reimann)의 「유쾌한 군인 슈베이크의 모험들」, 발터 메링의 「베를린 상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피스카토어의 구상의 핵심적 입장은 다음의 엣세이에서 잘 나타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사회학적 연극론의 기본 노선 (Grundlinien der soziologischen Dramaturgie)」이다. 인간은 발전된 시민 사회에서 오로지 자신의 역사적 사회적 삶의 정황이라는 맥락에 합당하게 이해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처한 주어진 현실적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개별적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특정한 시대에 걸맞는 연극론을 필요로 한다. 이로써 우리는 사회적 갈등속에서 살아가는 적대적 인물로서 투영되고, 갈등속의 적대성을 지양시킬 수 있다. 따라서 피스카토어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기능속에서의 그리고 정치적 존재로서의 무대 인물을 응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경향적으로 극적이 아닌, 어떤 서사극의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해 보자. 피스카토어 연극의 첫 번째 특징은 투영 (Projektion) 내지 필름 등을 사용함으로써 “해설” 기능을 강화시키는 작업이다. 이는 연극의 진행 과정에서 극적 대화를 차단시키거나 확장시키도록 기능한다. 두 번째 특징은 리뷰의 도입으로 개별적 장면들을 느슨하게 연결시키는 작업이다. 이는 연극 진행시에 드러나는 폐쇄성을 용해시키도록 기능한다. 피스카토어 연극의 세 번째 특징은 이른바 자연주의적 환상극에서 사용되는 제 4의 벽을 철폐하는 작업이다. (가령 게어하르트 하우프트만의 극작품 「한넬레의 승천」을 생각해 보라.) 만약 제 4의 벽이 철폐되면 관객은 -피스카토어에 의하면- 사건 전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피스카토어는 브레히트의 서사극을 완전히 용인하지는 않았다. 극작가 브레히트는 서사극을 도입함으로써 관객의 비판적 판단력을 고취시키고, 환상적 기술을 원칙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브레히트와는 달리 피스카토어는 대중을 계몽시키려 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감동시켜 무대 장면내의 사건속으로 “빨려들게” 만든다. 그러니까 피스카토어의 정치극은 관객의 배우에게로 향한 감정 이입 내지는 정서적 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피스카토의 “전체극 (Totaltheater)”의 구상 역시 관객을 정서적으로 감동시켜 역사 변혁에 동참시키려는 자신의 의도와 일치하고 있다.
이를테면 피스카토어는 [무대의 앞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각광 (脚光)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무대 영역과 관객의 영역에 다양한 공간을 형성시킨다. 이러한 구체적 작업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차단을 없애게 한다. 그렇게 해야만 관객의 정서는 -피스카토어에 의하면- 무대와 객석을 오갈 수 있다고 한다. 장면에 관한 기발한 착상, 기법에 관한 다양한 실험 [이를테면 진열 무대, 당락, 구형 (球形)의 무대] 등으로 현대 연극에 아주 많은 영향을 끼쳤다. 1963년에 가스바라 (F. Gasbarra)는 브레히트에 대한 피스카토어의 논쟁점에 관한 책을 개작 발표하였다. 여기서 피스카토어는 서사극의 터를 닦고, 이를 “발명”한 사람이 자신임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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