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로젠크란츠의 '추함의 미학'

필자 (匹子) 2023. 12. 13. 10:56

 

요한 칼 로젠크란츠 (J. K. Rosenkranz, 1805 - 1879)의 "추함의 미학 (Ästhetik des Häßlichen)"은 1853년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로젠크란츠의 미학은 “추한 세계”를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 설계한 미학인데, 여기에는 비형식성, 부정확성, 천한 것, 저열한 것 등이 포함된다. 로젠크란츠의 미학은 문학 작품들과 회화 작품들 (예컨대 바이런, 셸리, 볼테르, 디데로, 브렌타노, E. T. A. 호프만, 프리드리히 헵벨, 그랜빌 등)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당시에 예술 비평적인 언급은 -괴테와 실러의 영향으로-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가령 실러는 1799년 「예술에서의 천한 것 그리고 저열한 것에 관한 사고」를 강연한 바 있다. 당시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움, 기묘한 것에 대해 관심을 두었으며, 저열하고 악마적인 것에 대해서도 미학적 견해를 표명하였다. 현대 예술이 대도시, 산업화 그리고 도래하는 무산 계급 등의 문화사적 현상을 다룬 데 비해, 개별적 작품에 대한 미적 판단 내지 예술 비평적 행위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미비했다. 그러니까 예절과 교양을 지닌 시민 사회의 이름으로 예술 애호적인 살롱 작가들이 비판되었을 뿐 아니라, (하이네, 헵벨 등과 같은) 전위적 언어 구사, 문체 혼합 기법들마저도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이다. 의-고전주의자이자 헤겔의 제자인 로젠크란츠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독자적인 예술 비평의 체계를 세운다.

 

로젠크란츠는 아름다움의 배타적 특성과 추함의 소외될 대로 소외된 독자적인 특성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어떤 “미적으로 추한 것”의 존재는 로젠크란츠의 견해에 의하면 아름다움의 복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미의 발전을 위한 자극적 요소 내지는 촉매제 등으로 잘못 이해될 수도 없다. 왜냐면 아름다움이란 그 자체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는 자생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예술의 우주론적 요구만이 다음의 사항을 필연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즉 병적인 것, 우연성, 범죄적인 것, 광적 요소 그리고 굴욕적인 것 등도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미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항 말이다.

 

 

“세계 이해의 완전성”은 이미 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상적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추한 것, 끔찍한 것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것과 필연적으로 동등하다고 인정받았다. 고대에서 아름답지 않은 것들의 충만성과 다양성은 중세 기독교 이래로 이어진 “악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서 심화되고 확장되었다. 사람들은 죽음의 고통, 죽은 자의 부활 그리고 악의 극복 등을 표현함으로써 “추한 것을 완전히 현세 속으로 도입”시켰다고 한다. 이로써 로젠크란츠는 "추함의 미학"의 핵심 사항을 거론한 셈이다. 중세 기독교인들은 추한 것을 무조건 세속적인 현실상으로 간주한 반면에, 아름다움을 천국의 상으로 무조건 격상시켰던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유 그리고 방해 등으로서의 추함은 어떻게 [부정적으로 간주되지 않은 채] 예술 작품속에 수용될 수 있단 말인가? 추하게 보이는 것은 예술가에 의해 어떻게 미학적으로 원용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그것은 예술 작품 속에서 어떤 “아름다운 추함”으로 변모될 수 있을까?

 

로젠크란츠는 이러한 질문을 위해서 모순과 충돌 그리고 단순한 부정과 긍정적 부정 사이의 논리적 차이를 도입한다. 그리하여 명확히 해명될 수 있는 것은 로젠크란츠에 의하면 추함이 우스꽝스러움으로 스스로 지양되는 과정이다. 로젠크란츠는 추함이 아름다움으로 변모하는 것을 “캐리커처 창조의 비밀”로 설명한다. 탈조직적인 것이 조직화되고, 부조화가 조화롭게 변화되는 과정 속에서, 추하고 부자유스러우며 과장된 것 등은 자유와 미의 상을 획득한다. 예컨대 캐리커처의 부정적 아름다움은 미의 반대 상으로 격상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예술은 결국 추함에 대한 아름다움의 승리를 보장한다.

 

로젠크란츠의 추함의 미학은 오늘날에도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가령 사람들은 가령 루카치 미학이 이데올로기의 긍정성이 그저 일방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또한 로젠크란츠의 미학은 니클라스 루만의 추함과 아름다움의 이중적 코드에서도 발견된다. 루만은 로젠크란츠를 통해서 (19세기 중엽에 나타난) 모든 분야에서 기능하는 예술의 성찰 그리고 고감도의 미적 구분 등이 진단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책은 2008년 조경식 박사에 의해 번역되어 나남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