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젤라 만나다
박설호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어두움이 섞여
연파랑 눈이 내리는
뮌헨의 사월
어린이 놀이터
기젤라 너는
나에게 말 걸었다
같은 나라네요
저도 그래요
노랗다고 하는 피부
까만 단발머리
가느다란 실눈 위엔
다래끼 하나
소녀답지 않게
너는 애잔히 말했다
세 살 때 왔어요
홀트를 통해서요
너는 모르리라
대구의 어느 여공(女工)
피눈물 흘리며
남의 눈을 피해
핏덩이 버리고
달아나야 했음을
내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요
기젤라 나의 딸
21세기가 되면
비둘기처럼 날아가리
피를 못 속이는
우리의 만남
십분 간 외국에서
.............
1983년 뮌헨 슈바빙에서 완성한 미발표 작품이다.
'20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설호의 시, '12월의 빌레펠트' (0) | 2024.06.04 |
---|---|
박설호의 시, '청설모' (0) | 2024.03.02 |
박설호의 시, '취리히에서' (0) | 2024.01.03 |
박설호: 엑스테른슈타이네 3 (0) | 2022.04.14 |
박설호의 시 "엑스테른슈타이네 1" (0) | 2022.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