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 크로미크 (1943 - )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그미는 슐레지엔의 리그니츠에서 태어났으며, 현재는 킬에서 살고 있다. 아래의 작품은 1990년에 간행된 시집 『도중에서 (unterwegs)』에 실려 있다.
크리스티안
레지 크로미크
삶
너와 함께
있었지
삶
있었지
너와 함께
너와 함께
있었지
삶
Christian von Resi Chromik: Leben/ mit dir/ war. // Leben/ war/ mit dir. // Mit dir/ war/ Leben.
(질문)
1. 제목은 남자 이름입니다. 누구를 가리킬까요?
2. 독일어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은 통상적으로 문장의 뒤로 향합니다. 3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제각기 무엇인가요?
3. 세 연은 제각기 다른 내용을 시사합니다. 그것은 무엇인가요?
(해설)
참으로 언어를 아끼는 시입니다. 절제된 언어의 시를 해석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움을 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어 외적인 여백 속에 감추어진 진리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기한 시는 오로지 네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단어를 제외하면 모두 단음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삶”이라는 단어만 두 음절로 이루어져 있을 뿐입니다. 제목 “크리스티안”은 남자 이름입니다. 이로써 그는 시인의 임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시인의 전언은 “너”와의 삶이 이제 끝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 개의 동일한 문장 성분은 제각기 다르게 기능합니다. 첫 번째 연은 “그”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임이 세상을 떠난 뒤의 고통을 생각해 보세요. 죽은 자에 대한 원망은 그리 크지 않는 법이 아닌가요?
두 번째 연은 “너와 함께” 살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시인은 다음의 사실을 은근히 드러냅니다. 즉 사랑 내지 혼인의 삶이 하나의 공동체에 해당한다는 점 말입니다. 이러한 공동체의 삶에 대한 기억은 -비록 임이 세상을 떠났지만- 남아있는 자의 내면에 간간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세 번째 연은 “삶”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도 지고의 가능성으로서의 살아가는 일이 그를 통해서 실현 내지 성취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경우의 삶은 “과거를 포괄한 현재” 속에 지양되어 있습니다. 비록 이승과 저승이 달라 두 사람은 헤어져 있지만, 다음의 사실을 공통적으로 생각함으로써 그들은 “함께” 있습니다. 말하자면 두 사람의 사랑은 함께 지내던 삶 속에서 성취되어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레지 크로미크는 1970년 크리스티안 크로미크와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아 살았는데, 남편은 1979년에 유명을 달리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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