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유토피아

서로박: (2) 바이틀링의 기독교 공산주의

필자 (匹子) 2023. 3. 31. 08:22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사유재산, 유산, 화폐 그리고 가정제도의 폐지: 미리 말씀드리지만, 바이틀링은 세부적으로 실현 가능한 이상 사회를 구성적으로 설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추구한 삶의 목표 그리고 그가 의식한 바람직한 국가 공동체에 관한 상에 관해서 흐릿하게 서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첫 번째 사항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앞에서 미리 말한 바 있듯이 바이틀링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난한 불행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변호사와 같은 존재라고 여겼습니다. 예수는 가난한 소시민들이 죄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을 바라보고 은총을 내리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바이틀링은 가난한 사람들이 굴욕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노여워하는 경건한 신앙인이었습니다.

 

노동자와 수공업자들은 당시 참담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바이틀링은 자신의 공산주의의 원칙을 예수의 순결한 박애정신의 가르침에서 도출해내려고 하였습니다. 그리스도는 가난한 자들에게 기쁨의 말씀을 전해주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자유와 평등정신을 설파하였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바이틀링은 사람들에게 믿음뿐 아니라, 적극적 자세로 자신의 뜻을 행동으로 옮기기를 요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노동자들은 재화를 함께 나누고, 사유재산의 철폐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이틀링은 사유재산제도 뿐 아니라, 유산 제도, 화폐 그리고 시민적 가정제도 등 또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8. 혁명적 전략 속에 도사린 메시아의 종말론적인 유토피아 : 사유재산, 유산 제도, 화폐 그리고 시민적 가정 체제를 철폐하기 위한 바이틀링의 전략 속에는 어떤 놀라운 특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려는 메시아의 종말론적 유토피아를 가리킵니다. 바이틀링은 조만간 하나의 과도기로서 시민전쟁 내지 내전과 같은 어떤 정치적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혁명적 공산주의는 바로 이 점을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전쟁이 사악한 사건이 아니라, 인간이 겪어야 할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폭력이 자행되는 전쟁 상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법이 판치는 세상이라면, 전쟁은 필연적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혁명은 바이틀링의 견해에 의하면 시민전쟁 내지 내전과 같은 무력적 폭력의 형태로 시작되리라고 합니다. 과도기는 어쩔 수 없이 일시적으로 한 명의 독재자를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예수는 장검을 든 혁명가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신학적 입장이 첨가되고 있습니다. 바이틀링은 아마도 다음과 같이 확신한 게 분명합니다. 즉 새로운 메시아는 첫 번째 메시아보다도 더 위대한 모습으로 출현하여 자신의 가르침을 실천하리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의 가설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바이틀링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서 하나의 새로운 메시아의 면모를 발견하려고 했다는 가설 말입니다. (Euchner: 69)

 

9. 두 번째 메시아사상: 그렇기에 예수 그리스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평화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검을 전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노라.” 그렇기에 이 세상에 발발하게 될 가장 중요한 사건의 전날 밤에 어떤 또 다른 메시아가 출현하리라고 합니다. 그분은 자신의 첫 번째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 세상에 나타나리라고 합니다. (Weitling I: 281). 여기서 말하는 메시아는 두 번째의 메시아를 가리킵니다. 예수가 첫 번째 메시아라면, 새롭게 태어나서 복음을 전하는 메시아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는 성령으로서의 메시아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새로운 메시아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요? 바이틀링은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새로운 메시아는 돈의 마력을 경멸하고 인류의 고통 앞에서 자신의 심장을 드러내어 보이리라고 합니다. 그분은 풍요로움의 상층부로부터 궁핍함의 심연 속으로 내려오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메시아는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이러한 가련하고 고통스러운 궁핍함에 나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즉시 심연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분은 비참하게 경멸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합니다. 그분은 모든 공동적 문제를 해결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특권을 부여하지 않는 등 만인의 평등을 실천하리라고 합니다. (Weitling II: 281) 새로운 메시아는 오래된 사회적 질서의 썩어빠진 체제를 깡그리 파괴하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눈물방울들을 망각의 바다 속으로 흘려보내리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상은 그야 말로 찬란한 천국으로 변모되리라고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개개인들의 의지는 더 이상 사회 체제 하에서 지배당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을 체험하게 되리라고 합니다. 가장 위대한 메시아는 겸허한 자세로 조용히 이러한 새로운 질서를 바로 세우리라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야 말로 구세주가 행하는 권력의 왕관이며, 만 세상은 첫 번째 메시아보다도 더 위대한 두 번째 메시아를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10. 바이틀링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 바이틀링은 예수 외에도, 세 사상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Weitling I: 284). 첫 번째 사상가는 1535년 영국의 수상으로 일했던 토마스 모어를 가리키고, 두 번째 사상가는 누구보다도 먼저 노동자의 처벌 조항을 철폐하라고 요구하였던 로버트 오언을 지칭하며, 세 번째 사상가는 프랑스의 사상가 바뵈프와 카베를 일컫습니다. 바뵈프는 당시 1795년에 공화주의 정부에 의해서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된 자이며, 카베는 주어진 시스템을 개정하여 많은 가능성을 담은 문헌을 저술한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바이틀링의 사상적 자양은 상기한 세 사람에 국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바이틀링이 수용한 사상적 자양은 플라톤으로부터 생시몽과 푸리에를 거쳐서 루이 블랑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밖에 바이틀링의 글 속에는 스코틀랜드의 도덕 철학 내지 현대의 자연법사상을 기초한 존 로크의 철학적 내용이 은근히 배여 있습니다. 바이틀링은 현재 현실의 물질적 비참함이 무엇보다도 사유 재산제도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바이틀링의 입장이 국가주의의 유토피아의 사상에 맥락이 닿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토머스 모어 이래로 사유재산 제도에 대한 비판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것을 감안한다면, 바이틀링의 유토피아 역시 이러한 맥락 하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