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1) 하인제의 아르딩겔로

필자 (匹子) 2023. 3. 3. 08:54

1. 하인제의 아름다운 소설: 오늘은 횔덜린의 친구 가운데 한 사람인 작가 요한 야콥 빌헬름 하인제 (1746 - 1803)의 소설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하인제는 횔덜린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가정교사 그리고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면서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오늘 다루려는 소설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르딩겔로 그리고 축복 가득한 섬들. 16세기에서 비롯한 이탈리아의 이야기 Ardinghello und die glückseeligen Inseln. Eine Italiänische Geschichte aus dem sechzehnten Jahrhundert』 (1787). 이 작품은 1785년 작가의 이탈리아 체류 후에 집필되었는데 1787년 발표되었습니다.

 

초고는 이전에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독일 박물관Deutsches Museum』이라는 잡지에 발표되었으나, 편집자에 의해 부분적으로 삭제되었습니다. 첫 번째 인쇄판에는 상당 부분 많은 오류가 나타났으므로, 하인제는 이를 몹시 못마땅해 했다고 합니다. 1794년에 『아르딩겔로』의 수정판이 간행되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작품은 낭만주의의 풍요로운 정서를 담고 있으며, 독일 남부의 로코코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바 있습니다. 이를테면 그의 친구 빌란트는 이 작품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2. 작품의 문학사적 가치: 소설 "아르딩겔로"는 하인제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발표 직후 상당히 커다란 영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것은 “질풍과 노도”의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후에 이어지는 예술가 소설의 위대한 모범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주인공들은 미를 향유하며, 도덕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영위합니다. 하인제의 예술에 대한 열광주의는 티크Tieck, 브렌타노Brentano, 프리드리히 슐레겔Fr. Schlegel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디오니소스의 삶의 방식을 담은 그리스는 동시대에 횔덜린에게 그리고 이후에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분명히 하인제의 소설은 향락을 즐기는 행동하는 인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브레히트는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특성을 “전통적 도덕을 거부하는 향유의 미학”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빌란트의 섬세한 감수성 그리고 루소가 말하는 왜곡되지 않은 인간의 본성과 일치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질풍과 노도가 이상적인 상으로서 추구한 것은 바로 그러한 자연스러운 인간 삶의 완전성이었습니다. 소설은 일인칭의 편지 형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모험과 비약 등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편지로써 이어집니다. 비록 비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작품의 구상의 차원에서는 내적인 필연성을 드러냅니다.

 

 

횔덜린의 친구 빌헬름 하인제 (1746 - 1803). 그는 횔덜린보다도 24세 나이가 많았는데, 횔덜린은 그를 친구로 간주하였다. 하기야 찬구 관계에 나이 차이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3. 비범한 인물 아르딩겔로, 차제에 이상 국가를 건립하다.: 주인공 아르딩겔로는 비범한 인물이고, 초인적이며, 때로는 약령처럼 무시무시한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나중에 그는 해적이 되어, 유토피아의 이상 국가를 건립하게 됩니다. 서술자인 “나”는 베네치아 출신의 젊은이입니다. 맨 처음에 아르딩겔로는 “나”의 목숨을 구해줍니다. 화자는 아르딩겔로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여기고 친구 관계를 맺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르딩겔로는 주인공 나의 눈에 우주적 재능을 지닌 눈부신 인간으로 비칩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마치 신이 나에게 깊은 의미를 전해주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오랫동안 편지를 교환합니다. “마치 신의 말씀을 듣는 것처럼 그렇게 느껴졌어요.” 아르딩겔로는 화가, 교육자, 시인이며 음악가로서 다양한 재능을 드러냅니다. 그러다가 해적이 되어 사악한 상인들의 물품을 훔치기도 합니다. 그는 나중에 바람직한 이상 국가를 건설하게 됩니다.

 

4. 아르딩겔로의 편력시대: 그러나 아르딩겔로의 삶은 순탄하게 전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르딩겔로는 집안 문제로 결투를 벌이다가,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살해하게 됩니다. 그는 이탈리아 해안도시인 제노바로 도망칩니다. 그곳에서 아르딩겔로는 친구인 화자, “나”에게 자신의 계속되는 체험을 편지로 전해줍니다. 강도 급격을 당한 이야기들, 사악한 사람들에게 납치당했던 이야기들, 본의 아니게 마치 노예처럼 여자들에게 강매된 이야기들 등이 소설 속에 자세히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밖에 아르딩겔로의 편지는 두 사람 평소에 숙고하던 추상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령 국가, 권력, 권력의 사용 그리고 절대 왕정 체제 등에 관한 담론들이 바로 편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작가는 아르딩겔로의 입을 빌려 은근히 메디치의 궁궐에서 전개되는 폭정을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고대 예술에 대한 자신의 예술적 입장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아가 아르딩겔로는 바사리 (Vasari)의 예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고대 로마의 유물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에 출현한 미켈란젤로 그리고 라파엘로의 예술 작품 등에 관해서 자세하게 묘사합니다.

 

5. 현대 예술을 선취하는 놀라운 예술적 감각: 예술은 아르딩겔로에게는 감각적 현상에 불과하지만, 결코 주어진 인간 삶에 대한 대용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예술은 작가에게는 그 자체 “즐거운 삶이 영구화된 무엇”입니다. 하인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모든 예술은 상상력을 통해서 묘사된 전체적인 무엇이다.” “조각과 회화는 인간 육체의 피상적 특성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회화는 색깔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색채의 진리 없이는 어떠한 회화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소묘 없는 회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인제의 이러한 문장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사항을 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놀랍게도 현대 예술 감상의 방식 그리고 목표 등을 시사해주기 때문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