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0

서로박: 프리스의 문학세계 (2)

(앞에서 계속됩니다.) 3.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2) 어느 날 아를레크는 에스파냐 출신의 이사벨이라는 처녀를 사귀게 됩니다. “낯선 땅의 낯선 여자는 마치 집시처럼 우울한 표정을 짓지만, 가볍고도 강한 사랑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20쪽) 이사벨은 순간적으로 주인공의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지핍니다. 그미의 용모, 말씨 그리고 행동 등 모든 것이 자신의 잃어버린 유년의 흔적을 자극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에스파냐어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냅니다.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상대방의 몸을 탐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아를레크의 눈에는 이사벨이 처음부터 이상적인 처녀로 비칩니다. 에스파냐 그리고 에스파냐의 언어는 주인공에게 고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주인공은 이사벨에게 ”..

45 동독문학 2023.03.14

서로박: 롱고스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1)

1. 잘 알려진 고대의 연애 소설: 친애하는 L, 오늘은 고대의 연애 소설, 『다프니스와 클로에』에 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소설은 고대 그리스의 연애 소설 가운데에서 어떤 독자적인 유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작가가 등장인물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충실히 묘사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현대적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롱고스의 문장은 수려하며, 사건과 등장인물의 마음을 세밀하게 그리고 리드미컬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과히 독보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각 장을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 나누어놓은 것도 농부의 작업을 위한 달력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봄이 사랑의 싹트는 시기라면, 여름은 사랑이 만개하는 시기이며, 가을은 사랑과 성..

37 고대 문헌 2023.02.27

서로박: 그라베의 돈환과 파우스트

데트몰트 출신의 천재작가, 크리스티안 디트리히 그라베 (Chr. D. Grabbe, 1801 - 1836)의 비극 작품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 (Don Juan und Faust)」는 1829년에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는 그라베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생전에 공연된 것이다. 그라베는 뷔히너 그리고 렌츠 등과 함께 고전 극작품의 형식적 특성을 가장 집요할 정도로 파괴하고, 대신에 개별 장면들을 비교적 유연하게 전개하였다. 예컨대 그라베는 비극 작품에 과감하게 대중을 등장시켜 비극 작품의 통례를 깨어버렸다. 그의 이러한 반이상주의적인 극작 기법은 현대 독일 연극의 이정표를 마련하게 하였다. 그라베는 때때로 사건 전개를 불연속적으로 구상함으로써, 언제나 조화로움 내지 일원화를 지향..

41 19전독문헌 2022.04.23

블로흐: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2)

(앞에서 이어집니다.) 또한 동화들은 여러 과학 기술에 대한 가상적 기구들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동화 작가들은 마치 마술의 도구처럼 이러한 자연과학의 기구들을 그야말로 마력적으로 동화에 도입했던 것입니다. 「열려라, 식탁 Tischlein, deck dich」이라든가 진실로 지레에 의해 작동되는 요술 말 (馬) 그리고 날아가는 양탄자를 생각해 보세요. 알라딘의 소도구들은 인간의 욕망을 놀라울 정도로 성취시켜주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우리가 그것을 실제로 작동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오랫동안 이어온 소망을 충족시켜주지 않았습니까? 그래,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발명품의 목록은 자세히 언급된 과학 기술의 유토피아로서, 바로 지금까지 간행된 동화 속에 이미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령 베이컨의..

29 Bloch 번역 2021.11.27

서로박: 그라베의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

데트몰트 출신의 천재작가, 크리스티안 디트리히 그라베 (Chr. D. Grabbe, 1801 - 1836)의 비극 작품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 (Don Juan und Faust)」는 1829년에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는 그라베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생전에 공연된 것이다. 그라베는 뷔히너 그리고 렌츠 등과 함께 고전 극작품의 형식적 특성을 가장 집요할 정도로 파괴하고, 대신에 개별 장면들을 비교적 유연하게 전개하였다. 예컨대 그라베는 비극 작품에 과감하게 대중을 등장시켜 비극 작품의 통례를 깨어버렸다. 그의 이러한 반이상주의적인 극작 기법은 현대 독일 연극의 이정표를 마련하게 하였다. 그라베는 때때로 사건 전개를 불연속적으로 구상함으로써, 언제나 조화로움 내지 일원화를 지향..

41 19전독문헌 2021.05.13

서로박: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

친애하는 F, 오늘은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 (Fritz Rudolf Fries, 1936 - )의 문학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프리스는 1936년에 에스파냐의 빌바오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 군인으로 참전했다가, 에스파냐의 파르티잔에 체포되어 총살당했습니다. 1942년 가족들은 라이프치히로 이주하여 그곳에 정착하였습니다. 그의 이력은 “에스파냐라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동독이라는 전체주의 국가로 이주한 삶”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프리스의 뇌리에는 유년의 참혹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즉 40년대 초 연합군에 의해서 처참하게 폭격당한 라이프치히가 바로 그 상흔이었습니다. 프리스는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영문학 그리고 에스파냐 문학을 전공하였..

45 동독문학 2020.11.27

서로박: 괴테의 파우스트 (4)

제 3막: 제 2막에서는 삶과 기술이라는 극단성의 종합이 주제로 작용했습니다. 제 3막, 이른바 헬레나 장면에서는 헬레나가 주도적 인물로 등장합니다. 여기서는 시간 개념 그리고 공간 개념이 모순적으로 뒤엉켜 있는데, 이 때문에 나중에 괴테는 여기에 넓은 의미에서의 고전적 특성과 낭만적 특성의 혼합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헬레나는 트로야의 노예 처녀들과 함께 미케네로 돌아오는 길에서 포르키아스와 조우합니다. 포르키아스는 텅 비어 있는 궁궐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파우스트는 게르만의 장수로서 주인 없는 스파르타를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파우스트와 헬레나는 서로 마주칩니다. 헬레나는 행여나 남편 메넬라오스가 보복할까봐, 포르키아스의 인도 하에 시종을 데리고 파우스트의 성에 피신해 있었던 것입니다...

40 근대독문헌 2018.08.26

서로박: 괴테의 파우스트 (3)

괴테의 "파우스트" 제 2부의 내용은 어떤 산맥의 장면에서 완전히 새롭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거대한 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나 망각의 잠에서 깨어납니다. 과거는 완전히 망각되어 있습니다. 공기의 요정, 아리엘은 에테르의 영혼들과 함께 주인공을 망각의 공간에 가라앉게 조처했던 것입니다. 장면은 천국의 프롤로그로 되돌아가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꿈속에서 우주의 어떤 구원하는 능력을 체험합니다. 떠오르는 태양의 끓어오르는 불꽃은 어떤 파괴적인 에너지를 시사해줍니다. 또한 폭포에서 나오는 무지개의 모습은 기이한 마력을 보여줍니다. 절대적인 무엇은 인간에게 지나간 과거의 면사포 속에 약간 암시될 뿐입니다. 인간 존재의 공간은 어쩌면 “색깔” 속에 담겨 있는지 모릅니다. 색깔은 빛과 어둠 사이의 영역을 반영하..

40 근대독문헌 2018.08.26

서로박: 괴테의 파우스트 (2)

이러한 분열의 느낌이 처음으로 다가오는 순간, 메피스토가 등장합니다. 이때 파우스트는 자신의 소망을 다음과 같이 피력합니다. 만약 마법의 외투가 있다면, 그걸 입고, 낯선 나라로 여행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메피스토는 이러한 소원을 들어주려고 합니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능력을 약간 의심하지만, 그와 계약을 맺습니다. “만약 순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면,/ 그대는 나를 사슬로 묶도록 하게./ 만약 ‘머물러라, 그대는 아름답도다.’ 하고 외치면 말이야./ 그러면 나는 기꺼이 지옥으로 향하겠네.”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서 파우스트는 자신의 무능력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즉 자신의 고유한 힘을 통해서는 세계에 대한 완전한 인식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세요. 이어지는 두 개의 장면은 배움과 가르침만으로..

40 근대독문헌 2018.08.26

서로박: 괴테의 파우스트 (1)

괴테의 파우스트 제 1부는 1808년에, 제 2부는 1832년에 완성되었습니다. 파우스트 제 1부는 1819년 5월 24일 몬비주 성에서 처음으로 부분적으로 공연되었고, 1829년 5월 24일 국민 극장에서 전체가 공개되었습니다. 파우스트 제 2부는 1854년 4월 4일 함부르크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나아가 파우스트 전 작품은 1876년 5월 6일과 7일에 바이마르에서 처음으로 무대 위에 오르게 됩니다. 괴테는 두 가지 과정을 거쳐서 파우스트 소재를 접했습니다. 그 하나는 1674년 간행된, 뉘른베르크의 의사, 요한 니콜라우스 피쳐 (J. N. Pfitzer)의 민중서 내지 1725년에 간행된 작자 미상의 "기독교적으로 해석된 파우스트의 책"을 통해서 입니다. 다른 하나는 괴테가 유년시절에 프랑크..

40 근대독문헌 2018.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