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베타예바 10

츠베타예바의 시 '당신이 나에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

당신이 내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 마리나 츠베타예바 당신이 내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 내가 당신에게 넋 나가지 않아 좋아요 육중한 지구가 우리의 발아래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 또한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처신하지 않아 좋아요 언어유희로 구속받지 않아 다행이지요 가벼운 포옹에도 내 마음이 숨 막히는 떨림으로 불그레 하게 변하지 않는 것 또한 당신이 몰래 내 주위의 다른 여자들을 조용히 안아주는 것도 오히려 다행이지요 당신의 키스가 지옥의 유황불로 나를 활활 태우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애정 어린 나의 이름을 낮마다 밤마다 떠올리지 않을 테니까요 어느 적요한 성당에서의 맹세 또한 그렇겠지요 아마 우린 천사의 노래 들으며 헤어지겠지요 그래도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사랑이 무언지 전혀 알지도..

22 외국시 2023.09.16

서로박: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연애시 (3)

사랑 마리나 츠베타예바 떠나셨군요. 나는 더 이상 빵을 썰지 않아요. 내가 건드리는 것들은 모조리 흰 가루이지요. 뜨거운 향기였어요, 당신은 나의 빵, 나의 눈. 그러나 눈은 희지 않아요. 빵이 고통을 가하는군요. Bist fort: ich schneide Das Brot mir nicht mehr Alles ist Kreide Was ich berühr Warst, duftend heiß, Mein Brot. Warst mein Schnee. Und der Schnee ist nicht weiß, Und das Brot tut weh. .............................. 모든 시인은 본질적으로 망명객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요. ..

22 외국시 2023.09.09

서로박: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연애시 (2)

다음의 시는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시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나는 부끄럽게도 러시아어를 구사할 줄 모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를 한국어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츠베타예바처럼 아름답고 애절한 연애시를 집필한 시인도 드물 것이다. 그미는 모든 오감을 동원하여 사랑의 극한을 체험하려 하였고, 사랑, 더욱 정확하게 말하면 고통 속에 도사린 사랑의 본질을 언어로 표현하려 하였다., 사랑의 징후 마치 앞섶에 산 (山) 하나 보듬은 것처럼 온 몸이 고통으로 시달리고 있어요! 괴로움으로써 사랑을 알아차리지요, 나는. 온 몸이 땅 아래로 축 쳐지고 있어요. 마치 마음속에 들판이 퀭하게 뚫린 것처럼 드러난 내 가슴을 내리 꽂는 천둥과 뇌우. 모든 가까움이 가장 먼 곳으로 향하여 퍼져..

22 외국시 2023.09.09

서로박: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연애시 (1)

다시 주섬주섬 옷 입기 싫어요, 당신은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으려 했지요. 그렇지만 당신의 다가올 나날은 내 기쁨으로 마지막까지 즐거울 거예요. 당신은 특히 춥디추운 밤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망설였어요. 그렇지만 당신의 도래할 시간은 내 기쁨으로 신선하고 환해질 거예요. 당신은 거짓 없이 나와 그걸 했지요. 더 잘 하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순수하게 나의 삶은 당신의 청춘과 같아요, 그냥 지나칠 수도, 떠날 수도 없어요. 친애하는 J, 오늘은 동성애의 사랑을 다룬 작품을 읽어봅니다. 인용한 시는 러시아의 시인 마리나 츠베타예바 (1892 - 1941)가 20세기 초에 남긴 연작시 '여자친구 4'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츠베타예바의 동성애의 사랑을 가장 진솔하게, 가장 격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2 외국시 2023.09.09

서로박: 츠베타예바의 시 "막달레나" (5)

그대가 걸어온 길을 알고 싶지 않아요. 임이여! 그대가 가지고 온 것은 좋았으니까요. 맨발의 나, 그대는 눈물을 가득 흘려 그대의 머리칼로 일순 내 발을 싸안았어요. 아니, 묻지 않을 게요, 그대가 이전에 무엇을 대가로 그대의 향유를 구입했는지. 나는 알몸이었어요, 그대는 - 마치 파도와 같이 나를 칭칭 감았지요 - 나의 옷이었어요. 그대의 알몸을 손가락으로 더듬거리고 있어요. 물처럼 조용히, 풀처럼 깊숙하게 ... 나는 바로 서 있었지만, 그대를 애무하도록 몸 구부려야 했어요, 도에 지나치게. 그대의 머리칼 속에 내 구덩이 하나 파야 해요, 나를 휘감아 봐 - 아무런 수건도 없이. 향유를 가져온 여인이여! 세계와 향유가 내게 뭐람? 마치 밀물처럼 나를 씻겨낸 분은 바로 그대였지요. О путях тво..

22 외국시 2022.09.25

서로박: 츠베타예바의 시 "막달레나" (4)

나: 놀라운 지적이로군요. 어쨌든 마리아 막달레나가 던지는 추파는 설렘과 머뭇거림 그리고 엄청나게 커다란 고통을 동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남자가 “결함이 많”은 자신을 배척하지 말고, 받아주기를 애타게 기대하고 있어요. 너: 츠베타예바의 연애시는 대체로 기쁨과 희열 대신에 비애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군요. 사랑의 고통 가운데 가장 처절하고도 안타까운 경우는 예수 그리스도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애통해 하는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나: 네, 아마도 츠베타예바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릴케의「피에타 Pietà」(1912)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내 가슴속으로 고난이 엄습하네. 이름 없는/ 무엇이 가득 찼어. 돌의 내면이 굳어가듯이/ 나도 굳어가네./ 내 마음 얼마나 단단한..

22 외국시 2022.09.25

서로박: 츠베타예바의 시, "막달레나" (3)

우리 사이에는 - 십계명이 있어요. 불로 타오르는 열 개의 열정이지요. 고유한 피는 더 이상의 공간을 알지 못해요. 당신은 나에게 낯선 피니까요. 축복의 말씀이 전해지던 시대에 만일 사도들 가운데 하나가 나라면... (당신은 낯선 피, 가장 열망하는 무엇보다 가장 낯선 빛이지요.) 결함이 많아 감히 당신에게 내 마음 드러낼 수도 감출 수도 없었지요. - 밝은 머리카락! 나는 악마의 눈으로 자신을 감추고 향유를 붓고 싶었어요, 당신의 발에다, 발 아래로 향해서. 모래, 땅 속의 자갈로 흐르도록 ... 소매상인들에게 팔았던 사랑, 참회하는 여인이여, 그대, 침 세례를 당하는 그대, 모조리 흘러라! 당신의 입술과 관자노리에는 거품이 일고, 모든 욕망 땀으로 맺히며, 머리카락 속으로, 나의 몸속으로. 모피와 같..

22 외국시 2022.09.25

서로박: 츠베타예바의 시 "막달레나" (2)

2.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중적 면모 너: 그것도 하나의 해석일 수 있겠지요. 내 생각으로는 예수와 막달레나를 작품 속에 등장시킨 것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고찰할 때 의미심장합니다. 이를테면 몇몇 영지주의자들은 여성이 남성의 갈비뼈에서 탄생했다는 정통적 기독교 교리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어쨌든 츠베타예바의 작품은 근본적으로 남녀평등을 지향하고 있어요. 작품은 특히 사랑의 삶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자는 남자가 아니라, 여성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나: 그런가요? 작품을 분석하려면, 일단 마리아 막달레나에 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말씀해주시지요. 너: 네. 마리아 막달레나는 일찍이 막달레아 지방에서 매춘에 종사한 여인이었는데, 예수그리스도의 인도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22 외국시 2022.09.25

서로박: 츠베타예바의 시 "막달레나" (1)

너: 선생님은 러시아의 시인, 마리나 츠베타예바 (1892 - 1941)의 연작시 「막달레나」를 살펴보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굳이 이 작품을 선정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 마리나 츠베타예바는 고대 시인, 사포 Sappho에 견줄 정도로 위대한 20세기의 대표적 연애시인입니다. 오랜 기간 베를린 그리고 파리 등지에서 망명생활을 보냈으므로, 생전에 시인으로서의 명성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물론 라이너 마리아 릴케 Rilke,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Pasternak 등은 편지에서 그미의 시적 재능을 높이 평가하였지만 말입니다. 오늘날에도 츠베타예바 문학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게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미는 때로는 독일어로 시를 썼습니다. 그렇기에 츠베타예바의 문학세계는 러시아 문학에 국한될 수는 없을 것..

22 외국시 2022.09.25

서로박: 릴케 파스테르나크 츠베타예바

릴케의 초상화 “아무도 펼치지 않았고, 지금도 외면당하는 잡지 속에 먼지 묻은 채 자리하고 있는 아무도 읽지 않는 나의 시구를 위한 마치 묵은 포도주와 같은 나의 시구를 위한 시대는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마리나 츠베타예바) 당신은 오늘 수업시간에 릴케에 관해 발표하였습니다.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앞으로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사항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자고로 위대한 예술가들은 대부분 주위로부터 외면당하며 비참하게 살아갑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불행하게 살아가게 만들까요? 운명의 신이 후세에 나타날 시인의 커다란 명성을 질투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들이 특정한 시대정신을 예리하게 간파하는 촉수를 지니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모든 예술가는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가 말한..

22 외국시 202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