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외국시

서로박: 츠베타예바의 시 "막달레나" (4)

필자 (匹子) 2022. 9. 25. 09:59

: 놀라운 지적이로군요. 어쨌든 마리아 막달레나가 던지는 추파는 설렘과 머뭇거림 그리고 엄청나게 커다란 고통을 동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남자가 “결함이 많”은 자신을 배척하지 말고, 받아주기를 애타게 기대하고 있어요.

: 츠베타예바의 연애시는 대체로 기쁨과 희열 대신에 비애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군요. 사랑의 고통 가운데 가장 처절하고도 안타까운 경우는 예수 그리스도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애통해 하는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 네, 아마도 츠베타예바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릴케의「피에타 Pietà」(1912)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내 가슴속으로 고난이 엄습하네. 이름 없는/ 무엇이 가득 찼어. 돌의 내면이 굳어가듯이/ 나도 굳어가네./ 내 마음 얼마나 단단한가. 다만 한 가지 알고 있어,/ 너무나 커다란 고통으로/ 그대가 자라났다는 것을/ ...그리고 자라났다는 것을/ 내 심장의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하여./ 이제 그대는 내 품에 비스듬히 누워 있네./ 이제 나는 그대를 더 이상 낳을 수 없네.” 이 얼마나 엄청난 통한의 발언입니까?

 

: 그에 관해서 또 다른 연구가 필요하겠지요. 어쨌든 흔히 말하기를 사랑의 깊이는 고통스러운 삶속에서 측정된다고 하지요?

나: 그렇습니다. 인간의 가치라든가 사랑의 강도는 힘들고 처절한 삶 속에서 분명히 측정되지요. 마치 우리가 힘들게 산에 올랐을 때 정상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배가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츠베타예바는 어느 편지에서 자신의 문학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랑의 기쁨은 삶 속에서 확인되는 감정이며, 사랑하는 연인들이 공유하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시를 통해서 명시적으로 표현될 성질의 것이 아니지요.

 

이에 반해 사랑의 고통 (완전한 사랑을 성취할 수 없는 불만, 임에 대한 질투심, 심리적 사랑의 감정이 육체적 교합과 정비례되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 등)은 오로지 연인 가운데 한 사람의 몫이라고 합니다. 시인은 이러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 연애시를 집필한다고 합니다. 이를 고려할 때 츠베타예바의 연애시가 항상 시적 페이소스, 다시 말해 “단조 minor” 풍의 정서로 드러나는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막달레나 II」는 불과 2연으로 이루어져 있군요.

 

향유, 연고의 가치는

세배로 부풀어 오르고, 사랑의 땀,

눈물, 머리카락 - 그가 알 때까지

가장 순수하게 쏟아 붓기 -

 

작디작은 붉은 점토 속으로

그의 눈길을 선량하게 보내면서

막달레나!, 막달레나!

경박하게 자신을 선물하지 마!

 

Масти, плоченные втрое

Стоимости, страсти пот,

Слезы, волосы — сплошное

Исструение, а тот,

 

В красную сухую глину

Благостный вперяя зрак:

— Магдалина! Магдалина!

Не издаривайся так!

 

: 츠베타에바 역시 릴케의 시를 읽었겠지요?

: 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두 번째 시는 첫 번째와 세 번째 시를 이어주는 중간 단계의 작품입니다. 첫 번째 작품이 사랑 이전의 순간을 다루고 있다면, 두 번째 작품은 만남 이후의 순간을 클로즈업하고 있어요. 뒤이어 언급될 세 번째 작품에는 사랑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남자의 처지가 묘사되고 있습니다. 인용시의 제 1연이 막달레나의 추파를 냉정하게 서술하는 반면에, 제 2연은 남자의 마음속에 각인된 막달레나에 관한 강렬한 인상을 열광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너: 놀라운 것은 예수에 대한 막달레나의 사랑이 변함없이 강렬한 데 비해서, 예수는 창녀로 살아온 피조물의 과거를 성찰하고 있군요.

 

나: 아, 그렇군요. “붉은 점토”의 피조물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의 눈길은 동정심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두 번째 시에서 두 사람의 눈길이 서로 마주치고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강렬한 인상 그리고 어떤 묘한 어색함이 서로 충동하고 있어요.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선물하는 (매춘하는) 마리아를 동정하지만, 마리아의 사랑이 정작 자신에게 향하게 되리라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어요.

너: 선생님의 말씀대로 두 번째 시는 첫 번째, 세 번째의 작품을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 같군요. 이제 압권에 해당하는 마지막 시를 살펴보기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