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17

게오르크 트라클의 시의 경향

친애하는 D, 오늘날까지도 트라클의 시는 모호하고, 비의적인 작품으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트라클 시를 명징하게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트라클의 “시적 언어는 무언가의 의미를 전달하지 않은 채 그 자체 말하고” (Walter Killy)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트라클의 언어는 독자가 이해하는 언어 영역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트라클 시에 대한 이해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트라클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랭보, 보들레르 그리고 말라르메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트라클이 남긴 대부분의 시에서는 예술작품과 관찰자 사이의 조화로움이 파괴되어 있지요.  그렇기에 트라클의 시어는 “순수한 포에지 poésie pure” (말라르메)의 시적 언어를 실제로 사용되는..

21 독일시 2021.05.16

서로박: 라스카사스의 혀를 빌려 고백하다, 서문

라스카사스는 왜 중요한가? - “사유 思惟는 사유 私有가 아니다.” (윤노빈) - 친애하는 J, 당신을 위하여 라스카사스의 연구서를 간행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에스파냐 출신의 신부이자 수도사인 라스카사스 (Las Casas)는 게오르크 지멜 (Georg Simmel)도 말한 바 있듯이, “인류의 가장 커다란 고통을 환기시켜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16세기 서인도 제도에서 오랫동안 자행된 가장 끔찍한 대학살의 생생한 증인이었습니다. 라스카사스는 약 1500만의 원주민들이 정복자의 총과 칼에 의해 학살당하는 것을 당국에 보고하였으며, 평생 고통당하는 인디언들의 생존을 위해 살았습니다. 만약 본서를 읽으면, 당신은 상기한 내용, 라스카사스의 신념과 신학적 입장 그리고 라스카사스의 혀를 빌려서 ..

24 신학이론 2021.01.06

(단상. 463) 뭐? 스피노자가 사과를 말했다고?

오늘 운전하면서 라디오 방송을 들었습니다. 방송인의 발언에 의하면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이 몰락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말한 사람은 스피노자가 아니라, 마르틴 루터라고 합니다. 정확한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르틴 루터: "만약 내일 세상이 몰락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WENN ICH WÜSSTE, DASS MORGEN DIE WELT UNTERGINGE, WÜRDE ICH HEUTE EIN APFELBÄUMCHEN PFLANZEN!" 루터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신앙의 세계관 대신에 신학적 세계관을 강조하려고 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무는 "인식의 나무"라는 의미를 강하게 풍기고 있습니다. 루터는..

3 내 단상 2020.12.02

서로박: 뮌처가 실천한 천년왕국의 혁명 (5)

26. 절대 권력, 실정법 그리고 민족주의: 실제로 독일 농민운동의 패배로 인하여, 근대 국가는 자신의 세 가지 위용을 관철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제후의 절대 권력, 절대적인 권한으로서의 실정법 그리고 민족주의를 가리킵니다. (Landauer: 67). 이러한 세 가지 사항은 계층을 용인하는 국가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고, 17세기 절대 왕권을 더욱 강화시키게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막강한 종교 세력을 약화시키고, 초기 자본주의에 긍정적으로 자극을 가한 세력이 바로 황제의 권력이었습니다. 황제의 권력은 가톨릭 교황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절대 권력, 절대적 권한으로서의 실정법 그리고 민족주의에서 파생되는 애국심 등은 당시의 현실적 정황을 고려한다면..

38 중세 문헌 2020.06.30

서로박: 뮌처가 실천한 천년왕국의 혁명 (1)

1. 위대한 종교 개혁자, 라스카사스와 토마스 뮌처: 서양의 종교 개혁가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서 루터와 칼뱅이 아니라, 라스카사스LasCasas와 토마스 뮌처Thomas Müntzer가 손꼽힙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라스카사스와 뮌처가 종교의 개혁과 정화 운동을 넘어서서, 주어진 현실의 비참한 상황을 개선하고 민초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라스카사스는 가톨릭 사제로서 신대륙에서의 인디언 학살과 제국주의의 비리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수없이 대서양을 횡단하였습니다. 토마스 뮌처는 16세기에 독일 농민 운동을 주도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상의 천국을 선물하려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힘없고 가난한 인민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

24 신학이론 2020.06.15

블로흐: 루터와 칼뱅 (1)

신의 종이 정원사가 되면, 현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닌 게 아니라 토후 귀족이 매사에 법 망치를 휘두르고 제후들의 권한은 더욱 막강하게 되었다. 설령 그들이 자연법이라든가 천상의 법을 뇌까린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수월하게 자신의 권한을 강화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르틴 루터는 당국이 감히 행할 수 없는 교회를 처음으로 비판하였다. 국가는 루터에 의하면 법에 따라 자신의 권한을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기관이다. 이로써 루터는 하나의 종교적 국가 이론을 제시한 셈인데, 이에 의하면 국가는 반동주의를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죄악을 진압하는 체제라고 한다. 만약 루터의 “반 교황주의를 논외로 한다면, 우리는 그에게서 어떠한 자연법적 논거도 발견할 수 없다. 루터가 노골적으로 거부한 사상은 엄밀..

29 Bloch 번역 2018.02.12

서로박: 블로흐가 파악한 기독교 속의 유토피아 (4)

18. 루터의 성서 중심주의 비판: 오늘날 시각으로 고찰할 때 루터의 성서 중심주의는 그리스도 사상의 연구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의거하는 것이지, 문헌에 의해서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문헌이 중요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히 많은 왜곡된 내용이 얼마든지 첨가될 수 있습니다. 성서는 예수가 죽은 뒤부터 차례대로 기술되기 시작했는데, “정경이 가장 오래되었다”라는 주장, “정경이 외경보다 더 정통성을 지닌다.”는 주장 그리고 “정경이 역사적으로 더 신빙성이 있다.”는 주장 역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관해서 수많은 신학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으므로 깊이 언급하는 것을 생략하기로 합니다. 어쨌든 역사적 예수는 가톨릭주의의 이른바 보편적 기독교 입장과 영지주의 등 ..

26 유토피아 201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