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463) 뭐? 스피노자가 사과를 말했다고?

필자 (匹子) 2020. 12. 2. 11:02

오늘 운전하면서 라디오 방송을 들었습니다. 방송인의 발언에 의하면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이 몰락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말한 사람은 스피노자가 아니라, 마르틴 루터라고 합니다. 정확한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르틴 루터: "만약 내일 세상이 몰락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WENN ICH WÜSSTE, DASS MORGEN DIE WELT UNTERGINGE, WÜRDE ICH HEUTE EIN APFELBÄUMCHEN PFLANZEN!"

 

 루터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신앙의 세계관 대신에 신학적 세계관을 강조하려고 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무는  "인식의 나무"라는 의미를 강하게 풍기고 있습니다.  루터는 사과를 중시한 게 아니라, 나무를 중시한 셈입니다. 실제로 루터는 사과나무 대신에 뷔르템베르크 지방의 떡갈나무를 자주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흔한 나무가 사과나무이기 때문에, 루터는 그냥 사과나무로 표현했습니다. 이로써 루터는 내세보다도 현세, 다시 말해서 더 나은 현재의 삶을 중시하겠다고 공언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루터는 자신의 말을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배반자, 루터는 1525년 독일 농민 혁명에 반기를 들고, 혁명에 가담한 농민과 재세례파 사람들을 천민 폭도로 규정하였습니다. 격언은 1944년에 간행된 문헌에 의해서 루터의 것으로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그의 설교집은 분서갱유로 인하여 오랫동안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루터가 바라본 떡갈나무, 오늘날 뷔르템베르크 사람들은 이 나무를 "루터 떡갈나무"로 명하곤 한다.

 

 스피노자가 "만약 내일 세상이 몰락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했습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가 만유인력을 발견했다고 하는 말은 지극히 의심스럽습니다.) 우주는 기독교의 신관이 아니라, 우주적 물리 법칙에 의해서 생성하고 운동하며 사멸하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스피노자는 기독교 우주론의 허구성을 의심한 철학자입니다. 그렇지만 그가 뉴턴의 만유인력에 관한 학문적 주장을 직접 접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어서 영국과 네덜란드 사이에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없었거니와, 스피노자는 뉴턴보다 10년 일찍 태어나, 1677년 45세의 나이로 사망했으니까요. 철학자 (당시에는 물리학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뉴턴이 자신의 우주론을 발표한 연도는 1712년이었습니다.

 

 한 가지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내일 세상이 몰락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사람은 스피노자가 아니라, 루터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어떠한 사이비 학자가 기발한 방법으로 사과나무와 세상의 몰락을 접목시키서, 거기다가 스피노자라는 이름을 고등학교 교과서에 함부로 삽입시켜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