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 9

호프만슈탈의 시: "두 사람"

그미는 손으로 술잔을 들고 있다 - 턱과 입은 마치 잔의 가장자리 같아 - 가볍고 편안했던 그미의 걸음걸이, 술잔에서 한 방울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의 손은 가볍고 묵직했다, 그는 어린 말(馬)을 타고 갔다. 성의 없는 동작으로 그는 떨고 있는 말을 강제로 진정시켰다. 그렇지만 그가 그미의 손에서 가벼운 술잔을 받으려고 했을 때 그건 그들에게 너무 힘이 들었다. 두 사람의 손이 너무나 떨려서 한 손이 다른 손을 잡지 못하게 되자, 짙은 포도주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박설호 역) Die Beiden – Gedicht von Hugo von Hofmannsthal (1874-1929) Sie trug den Becher in der Hand – Ihr Kinn und Mund glich seinem Ran..

21 독일시 2023.03.27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서문 (3)

(앞에서 계속됩니다.) 6. 호모 아만스의 사회 심리적 개념 (1): 상기한 사항과 관련하여 우리는 호모 아만스의 의미를 -어떤 젠더의 범위를 넘어서서- 특정 부류, 혹은 다수와 관련되는 사회 심리적인 개념으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호모 아만스는 제반 사회적 심리적 차별을 거부하는 존재일 수 있습니다. 가령 그는 사회학적 차원에서 고찰할 때 나와 당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커다란 가치를 지닌 분이 바로 호모 아만스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여기 한반도에 살아가는 민초들일 수 있습니다. 민초들은 예나 지금에나 간에 “유교의 질서에 근거한 가부장적 씨족주의”라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2 나의 글 2022.06.01

서로박: 모나리자, 눈부신 현혹 (1)

“눈을 떠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잘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 1. 예술의 부흥은 지원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예술은 야콥 브루크하르트Jacob Burckhardt의 말대로 "인류의 가장 위대한 가치를 담은 놀라움"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위대한 예술가들이 동시대에 활약하여 이탈리아를 찬란한 빛의 공간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이탈리아의 탁월한 그림, 조각품, 위대한 건축물 등은 이들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그들이 생계의 걱정 없이 자신의 모든 삶을 예술 창조에 바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보다도 메디치 가문의 학문과 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때문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재벌들이 기껏해야 비싼 ..

11 조형 예술 2021.04.28

서양 문학 속의 호모 아만스. 서문

“산문작품은 낯선 지역으로 들어서는 통로이며, 자신을 낯설게 반추할 수 있는 거울이다.” (필자) “’이 배는 오 분 후에 가라앉는다.‘ 신드바드의 이러한 외침은 먼 훗날 잠수함을 발명하게 했다.” (필자) 1. 친애하는 J, 본서는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울력, 2017)의 속편으로서 자료집 내지 사례집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사례집과는 좀 다릅니다. 왜냐하면 필자는 인간 삶의 제반 사회심리적인 갈등, 개개인의 고뇌와 해원 등을 무엇보다도 서양의 문학작품 속에서 찾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서양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성에관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정리하였습니다. 이야기들은 당신을 감동시키거나, 당신으로 하여금 타자의 어떤 심리적 하자를 간파하게 할 것입니다. 이로써 새롭게..

2 나의 글 2021.04.27

(저서 소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 심리학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지금까지 수십권 간행했지만, 저자로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바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입니다. 문학 서적, 사회학 서적 그리고 심리학 서적이 아니라, 상호 연계된 관점을 다룬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필자는 오래 전부터 호모 아만스의 인간형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책의 내용 가운데 필자가 애착을 가지는 장은 마지막 부록 "인종, 성, 나이 구분은 없다"입니다. 많은 참고 바랍니다. 목차 1. 서문: 구분 없는 인간형으로서의 호모 아만스 2. 정신분석학의 전개 과정 그리고 에른스트 블로흐 3. 에릭 에릭슨과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 심리 이론 4. 에밀리오 모데나의 생태 심리학과 에로스의 유토피아 5. 강덕경, 혹은 알렉..

1 알림 (명저) 2021.03.11

(명시 소개) 박현수의 시, "'응'이란 말" (1)

나: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너: “응”. 나: “응”이라는 대답 속에는 동의가 숨어 있군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말에는 주종 관계가 자리하는 반면에 “응”이라는 대답은 이와는 다른 것 같아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그리고 동등한 관계를 연상시키니까요. 너: 요즈음 젊은이들은 카톡을 주고받을 때 응이라는 단어 대신에 그냥 동그라미 이응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응이라는 단어 속에는 수긍하고 동의한다는 의미가 은밀하게 내재해 있군요 나: 문정희 시인의 시 「응」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햇빛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

19 한국 문학 2021.01.15

서로박: (서평) 식수와 클레망의 새롭게 태어난 여인

엘렌 식수 (H. Cixous, 1937 -)와 카트린느 클레망 (C. Clément, 1939 -)의 "새롭게 태어난 여인 (La Jeune Née)"은 1975년 파리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제 1장, 「죄지은 여인 (La Coupable)」에서 클레망은 지금까지 “마녀” 혹은 “히스테리의 여자” 등으로 비하된 (남성적 시각에 의한) 잘못된 적대적 여성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이로써 가부장주의 이후의 사회에서 새롭게 나타날 “새롭게 태어날 여인”에 관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제 2장, 「출발점들 (Sorties)」에서 식수는 (이제 페미니즘의 역사 비평 내지 사회 비평의 패러다임으로 변한) “남근 권력적 (phallokratisch)” 세계 질서의 많은 양상들을 하나하나 열거한다. 제 3장, 「교환..

5 사회심리론 2019.01.23

(명저) 페미니스트 정신분석이론가들

여성문화이론 연구소: 페미니스트 정신분석이론가들, 2016년 여이연에서 간행되었습니다. 모든 논문이 다 좋지만 특히 읽을만한 글은 다음과 같다. 1. 이해진 선생님의 멜라니 클라인의 어머니라는 수수께끼; 클라인의 대상 관계 이론이 언급되고 있다. 저지는 프로이트가 주장한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라는 공식을 부정하고, 모녀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우울의 포지션과 편집 분열의 포지션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모녀 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주체와 타자의 상호 관련성을 구명한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 저자는 영화 "블랙 스완" 그리고 옐리네크의 "피아노치는 여자"를 예로 들고 있다. 2. 임옥희 선생님의 제시카 벤자민, 초도로우 등의 이론을 서술하고 있다. 지배, 인정 상호 주체성: 제시카 벤자민의 입장을 역사적..

1 알림 (명저) 2017.03.28

구승모 교수님의 죽음을 애도함

경동대학교 구승모 교수님이 2009년 6월 3일 미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구 교수님은 쾰른 대학교에서 우베 욘존 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생태 관광 그리고 자크 라캉 등 심리학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학문적 능력이 찬란하게 꽃을 피우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구승모 교수님은 나의 후배이자, 나의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상대방을 위안해주고, 상대방을 아껴주는 그러한 사이였지요. 그의 안타까운 부음 소식은 일주일 내내 나를 멍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찌 그리 귀한 분을 빨리 데리고 가시고, 보기싫은 인간들을 (그들 가운데 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상에 오래 머물게 하는지요? 피도 눈물도 없는 모이라 여신은 촛불이 ..

1 알림 (명저) 2009.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