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서로박: (서평) 식수와 클레망의 새롭게 태어난 여인

필자 (匹子) 2019. 1. 23. 17:42

엘렌 식수 (H. Cixous, 1937 -)와 카트린느 클레망 (C. Clément, 1939 -)의 "새롭게 태어난 여인 (La Jeune Née)"은 1975년 파리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제 1장, 「죄지은 여인 (La Coupable)」에서 클레망은 지금까지 “마녀” 혹은 “히스테리의 여자” 등으로 비하된 (남성적 시각에 의한) 잘못된 적대적 여성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이로써 가부장주의 이후의 사회에서 새롭게 나타날 “새롭게 태어날 여인”에 관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제 2장, 「출발점들 (Sorties)」에서 식수는 (이제 페미니즘의 역사 비평 내지 사회 비평의 패러다임으로 변한) “남근 권력적 (phallokratisch)” 세계 질서의 많은 양상들을 하나하나 열거한다.

 

제 3장, 「교환 (Echange)」은 식수와 클레망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그들은 “권력과 지식에 대한 남성적 독점권”을 비판한다. 예컨대 여성들이 역사에서 무기력하거나 광적인 객체 내지 하찮은 대상으로 전락한 것도 모두 상기한 남성적 독점권과 무관하지 않다. 이로써 여성에 대한 탈계몽적인 이데올로기의 과정이 역사 속에서 전개되었던 것이다. 예컨대 남성 학자들은 여성의 히스테리와 같은 병적 구조를 거론하면서, 여성의 이른바 열등성을 은근히 드러내려고 했다. 가령 프로이트와 같은 고전적 정신 분석학자들은 “다른 성”, 다시 말해 “여성”을 처음부터 “쾌락과 고통의 존재”로 규정했던 것이다.

 

식수와 클레망은 (유럽 문화와 역사에서 나타난) 여성들의 침묵에 대해 열정적으로 저항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여성적 언어 및 육체의 경직성으로부터 황홀하게 뛰쳐나와서 자유롭게 글 쓰고 과감하게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가령 “타란텔라”의 비유는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지중해 지역에 사는 여자들의 춤인데, 이는 부자유의 질곡에서 벗어나려는 역동적이고도 숨 가쁜 동작이다. 타란텔라의 제식은 육체적 정신적 자기 해방을 위해 꼭 필요한 상으로서 이해된다는 것이다.

 

식수와 클레망은 역사적으로 억압된 여성성, 무의식 그리고 성 (性)을 비판적으로 기술한다. 논의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작품은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스」 (기원전 458년), 카프카의 "소송" (1925)에 나오는 「법 앞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기원전 750 - 700년), 조이스의 "율리시즈" 등이다. 그리하여 식수와 클레망은 이른바 모권이 붕괴되는 고대의 시대, 가부장주의가 붕괴되는 현대에 주의를 기울인다. 여기서 H. 인스토리스와 J. 슈프렝거의 "마녀의 망치 (Malleus Maleficarum)" (1487), 브로이어와 프로이트의 「히스테리에 관한 연구」 등의 서적은 본서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상기한 서적에서는 여성들은 “악마 내지는 히스테리 환자로서의 타자 (他者)”들로 묘사되고 있는데, 본서에서는 새로운 여성의 상으로 우상화된다.) 이들의 전형은 클라이스트의 극작품, 「펜테질레아」 (1808)에 나오는 여주인공이다. [펜테질레아는 아무런 제한 없는 직접적 본능을 순수하고도 필연적으로 요구하나, 그미의 갈망은 광기로 오해되어 왔다고 한다.]

 

한마디로 식수와 클레망은 (남자가 아닌) 남성과의 성적인 사회적인 타협 거부를 지향한다. 그들은 리비도와 성의 서술을 통해서 “이론의 타란텔라”, 히스테리, 즉 자궁을 찬양하는 산문을 완성시킨다. 본서에서는 수많은 조어들이 사용되는데, 이는 언어 관습과 윤리적 전통을 파기시키고, 오이디푸스 이전의 혼돈의 시기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비롯한 방법론적 시도이다. 이를테면 라캉은 상기한 혼돈의 개념을 “모성의 열망 (Désir du mére)”으로 표현하고 있다. 라캉이 언급한 “상상적인 것의 영역”속에는 “오르가슴의 쾌락 (jouissance)”이라는 복합적인 (육체적 심리적) 행복이 지배하고 있다. 오르가슴의 쾌락은 혁명적 페미니즘 이론의 핵심 용어이다. 그것은 상실한 쾌락을 다시금 획득하는 일 뿐 아니라, 어떤 해방된 성 경제학 내지 사회 경제학의 잉여 가치를 암시해주고 있다.

 

"새롭게 태어난 여인"은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 내지 해체주의의 영향 없이는 생각될 수 없는 문헌이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 롤랑 바르트의 열망의 시학, 데리다의 오성 중심주의적 수사학의 문제 설정 그리고 라캉의 “타자”의 특권화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가령 시소는 남근중심의 세계관에 대항하는 유토피아적 설계로서 “어머니의 창조적 자궁”인 히스테리의 원칙을 내세운다. 시소에 의하면 “소리는 자궁이다.” 다시 말해 클리토리스의 언어화, 자궁의 의식화 작업은 크리스테바의 코라 구상안, 이리가레의 “히스테리 모델”에서 등장하는 공통적인 사고인데, 이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