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11

서로박: (2) 단테 알리기리의 '신생'

(앞에서 이어집니다.) 7.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은 제 20장에서 다음과 같은 소네트, 「사랑과 온유한 마음은 하나입니다Amore e ‘l cor gentil sono una cosa」에서 명징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사랑과 온유한 마음은 하나입니다./ 현명한 사내가 암송할 때 표현한 바대로./ 그래서 이유없는 합리적 영혼으로서/ 타자 없이 감히 하나가 되려고 하지요. Amore e ‘l cor gentil sono una cosa,/ sì come il saggio in suo dittare pone,/ e così esser l’un senza l’altro osa/ com’alma razional sanza ragione.// 만약 그게 사랑스러울 때, 본성을 찾으세요,/ 주에 대한 사랑과 그분의..

38 중세 문헌 2024.11.20

서로박: (1) 단테 알리기리의 '신생'

1. 이탈리아의 문호이자 철학자인 단테 알리기리 (Dante Alighiri, 1265 – 1321)의 『신생Vita nova』은 청년 시기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단테는 피렌체의 귀족 출신으로서 어떠한 교육을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습니다. 다만 그가 여러 명의 총기 있는 부유층의 자제들과 함께 수학했다는 사실만 대충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작품의 집필 연도는 1283년에서 1293년이라고 하니 18세에서 28세 사이에 약 10년에 걸쳐서 다듬어진 정갈한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신생』은 특이하게도 시와 산문이 혼합된 작품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작품의 운문은 12편의 소네트, 칸초네 그리고 한 편의 담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문은 작품 내에서 이야기의 방식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사실 기원..

38 중세 문헌 2024.11.20

서로박: (4) 조아키노의 제 3제국에 대한 갈망

(앞에서 계속됩니다.) 18. 조아키노가 파악한 성령의 본질 (2): “위로하는 자”라는 표현은 성령이 수행하는 고유한 임무를 포괄하고 있지 않습니다. 성령은 나중에 다시 언급되겠지만 “피의 보복자γοηλ”를 지칭합니다. 그분은 위로하는 자가 아니라, 복수하는 소송인입니다. 다시 말해 부정한 세상에서 정의로움을 위하여 부정과 죄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바로 “원고”로서의 성령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성령은 판관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성령은 오로지 최후의 심판, 다시 말해 마지막의 재판을 통하여 모든 사항에 대해서 정의롭게 판결을 내리는 임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분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무죄를 입증하고 그들의 넋을 기릴 뿐 아니라, 죄악에 대한 진범을 가려내어, 그에게 정당한 죗값..

38 중세 문헌 2023.03.17

서로박: 헨리 밀러의 '결실 맺는 고행'

친애하는 J, 오늘은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헨리 밀러 (Henry Miller, 1891 - 1980)의 『결실 맺는 고행 (The Rosy Crucifixion)』이라는 소설 삼부작에 관해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은 『섹스 (Sexus)』 (1949), 『얽힘 (Plexus)』 (1953), 『연결 (Nexus)』 (1960)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밀러는 처음부터 삼부작을 구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 작품 속에 용해되고 있는 전체적 방식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보낸 칠 년의 삶을 아무런 조건 없이 서술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밀러는 프랑스로 도피하기 전, 1923년에서 1930년까지의 미국에서의 체험이 소설 속에 그대로 스며있습니다. 첫 번째 작품 『섹스 (Sexu..

36 현대영문헌 2022.03.22

서로박: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1)

친애하는 B, 오늘은 조반니 보카치오 (1313 - 1375)의 『데카메론 Il Decamerone』에 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보카치오는 페트라르카의 제자로서 훌륭한 문학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구어체를 수용하여 생동감 넘치는 서정시를 많이 집필하였습니다. 작가에 관해서는 별도로 말씀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작품집, 『데카메론 Il Decamerone』에 관해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보카치오의 중편 모음집으로서 1349년에서 1353년 사이에 집필된 것입니다. 중편 소설 모음집에는 총 100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것들은 우화, 경구적 이야기 그리고 실제 발생했던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집은 “부드러운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사랑의 열정에 대해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

34 이탈스파냐 2021.08.06

서로박: 단테의 신곡 (2)

(앞에서 걔속됩니다.) 연옥에는 카토 (Cato)가 연옥을 지키고 있습니다. 악마를 만난 뒤에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단테는 이때 깨어납니다. 주인공의 앞에는 일곱 단계의 테라스가 놓여져 있습니다. “교만, 질투, 노여움, 게으름, 탐욕, 식욕, 성욕” 등이 바로 소시민의 칠거지악이라고 씌어져 있습니다. 제 3곡에서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분열된 상황을 비난하며, 제 6곡에서 주어진 의무를 지키지 않는 독일 왕국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주인공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으면서 테라스를 거쳐 정화의 산 위로 올라갑니다. 제 19곡에서 단테는 어느 가상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꿈꾸면서 칠거지악의 공간을 하나씩 지나칩니다. 제 20곡에서 시인은 베르길리우스의 책을 통하여 기독교의 정신을 가장 옳은 가르침이라고..

38 중세 문헌 2021.01.25

서로박: 단테의 신곡 (1)

친애하는 J, 오늘은 중세 이탈리아의 시성으로 알려진 단테 알리기리 (1265 - 1321)의 “신곡 (La divina commedia)” (1300 - 1321)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무려 21년이라는 기나긴 창작 과정을 지니고 있는데, 맨 처음 책으로 간행된 것은 1472년이었습니다. 오늘 어째서 이탈리아어로 씌어진 문학 작품이 다루어지는가? 하고 당신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요? 얼핏 보기에는 독일 문학과 무관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기독교 정신을 그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 문학의 두 개의 문화적 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 그리고 기독교 문화) 가운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테 알리기리의 “신곡”은 사상적 배경 및 이후의 영향을 고려할 때 결코 서양 문학..

38 중세 문헌 2021.01.25

서로박: 중세 소설 장미 이야기

-“오늘 아침 이룬 기쁨이 내 마음 속에 영원히 머문다면 사랑은 진리처럼 언제나 내 가까이 머물고 영원히 떠나 있으리라”- (Hildegart von Bingen) (1) 얼짱 (혹은 몸짱) 그리고 장미: 친애하는 N, 독일의 시인, 릴케 (R. M. Rilke)는 장미를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서 잠들지 않을 기쁨이여.” 그래, 장미는 꽃 중의 꽃이며, 아름다움의 상징이라고 말합니다. 그밖에 장미는 천국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가령 단테 Dante Aligiri는 신곡에서 천국의 장미를 천국의 완전성으로 비유했습니다. 이 경우 장미는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개물 mediator Dei et hominum”이지요. 그렇지만 모든 꽃들이 그 자체 아름다움..

38 중세 문헌 2020.06.30

서로박: 동화, 혹은 가벼움 속의 무거움 (2)

1. 친애하는 여러분, 이 자리를 빌려 나는 동화 속에 담겨 있는 주제 그리고 모티브를 오로지 심리학적으로 설명해 볼까 합니다. 지난 시간에 설명한 바 있듯이, 동화에 관한 문학 이론은 아직도 완전히 정립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나아가 동화를 심리 분석의 차원에서 설명하려는 노력 역시 동화의 본질을 전적으로 규명해주지는 못합니다. 다만 우리는 동화의 기능과 본질을 이해하는 데 심리적 연구 방법이 상당히 도움을 준다는 사실만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강의는 책 속에 담겨 있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고 단정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진리의 파편은 때로는 언어 이전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으니까요.  2. 고립 모티프: 대부분 어린이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으로서 우리는 은폐 욕구를 들 수 있습..

17 동화 2020.04.30

토마스 아퀴나스

토마스 아퀴나스 (1225 - 1274)는 나폴리, 쾰른, 파리, 로마, 볼로냐 등지에서 강의했다. 그의 대표적 저작물은 『신학대전 (Summa theologiae)』 그리고 『이교도에 대항하는 가톨릭 신앙의 진리에 관하여 (De veritate fidei catholocae contra gentiles)』가 있다. 사람들은 후자의 책을 『반 이교도 대전 (Summa contra gentiles)』으로 인용하곤 한다. 토마스의 철학은 알베르투스의 그것과 근친하다. 다만 토마스 아퀴나스는 철학적 내용을 스승에 비해 보다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당시에는 두 명의 위대한 예술가가 살았는데, 토마스 역시 사실에 있어서 공감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니라 조토 (Giotto)와 단테 (Dante)였다. 조토..

38 중세 문헌 2018.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