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중세 문헌

토마스 아퀴나스

필자 (匹子) 2018. 11. 23. 11:34

토마스 아퀴나스 (1225 - 1274)는 나폴리, 쾰른, 파리, 로마, 볼로냐 등지에서 강의했다. 그의 대표적 저작물은 신학대전 (Summa theologiae)그리고 이교도에 대항하는 가톨릭 신앙의 진리에 관하여 (De veritate fidei catholocae contra gentiles)가 있다. 사람들은 후자의 책을 반 이교도 대전 (Summa contra gentiles)으로 인용하곤 한다. 토마스의 철학은 알베르투스의 그것과 근친하다. 다만 토마스 아퀴나스는 철학적 내용을 스승에 비해 보다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당시에는 두 명의 위대한 예술가가 살았는데, 토마스 역시 사실에 있어서 공감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니라 조토 (Giotto)와 단테 (Dante)였다.

 

조토는 엄격한 형식을 고수한 중세의 위대한 화가이다. 그는 비잔틴의 찬란한 황금의 회화를 더욱 발전시켰다. 이는 가령 작품 인물의 외곽선을 풍경으로 대치시킴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조토의 예술 작품에 묘사되는 풍경은 등장인물을 포괄하는 니치 역할을 담당하여, 작품의 배열상 등장인물의 특징을 연장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그렇지만 작품은 배경은 주제의 엄밀성에 방해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강조하고 있다. 말하자면 조토의 벽화는 바로 이 점에 있어서 토마스 그리고 안셀무스와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안셀무스는 존재의 차원과 가치의 차원을 동시에 결합시키려 하지 않는가? 조토의 작품은 가치의 배열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작품의 한 복판이 가장 훌륭한 가치를 지니는 부분이다. 조토는 등장인물과 풍경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한 복판으로 설정하고, 외곽을 아래의 등급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배열 구도는 전형적으로 두 명의 스콜라 사상가 (안셀무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학문적 체계와 유사한 것이다. 조토 작품의 다른 한 가지 특징은 고귀한 가치를 지닌 휴식과 무가치한 율동이 함께 아우러져서 하나의 일치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가령 신앙심을 지닌 어느 등장인물의 조용한 자태는 급박한 동작과 임의롭게 수다를 떠는 천박한 주변 인물과 놀라울 정도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상의 어떠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조토 작품 속에서 힘들게 성지에 도착하여 앉아 있는 수도사들의 모습처럼 그렇게 성스럽게 앉아 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파도바에 있는 조토의 벽화 혹은 아시시에 있는 조토 학교의 벽화 등을 감상하시면, 독자들은 아마도 미적인 즐거움을 느끼면서, 내 말을 기억하시게 될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감명을 받은 또 다른 예술가는 단테이. 단테는 정치적으로 토마스와 다른 입장을 취했으며, 활동 영역이 제각기 달랐지만, 두 사람의 작품 속에서는 의식적으로 유사한 특성이 종종 발견된다. 군주에 관하여 (De monarchia)에서 단테는 세상의 국가, 거대한 제국을 옹호하고 있다. 거대한 제국은 교회의 성직자 계급 (sacerdotium)”에 대해서 처음부터 반기를 들지 않지만, 정치가와 성직자의 두 세력이 동등한 권한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테는 지상의 모든 용무에 관해서는 이탈리아의 기벨린 당, 다시 말해서 제반 국가들을 통합하여 황제가 모든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서 천국의 모든 용무에 관해서는 교황이 본연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한다. 단테의 바로 이러한 입장은 토마스 아퀴나스와는 분명히 다르다. 토마스는 지상이든 천국이든 간에 교황이 모든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질서를 놓고 두 사람은 또 다른 대립을 보인다. 즉 단테는 천국의 어떤 높은 자리에 두 명의 인물을 앉혀놓고 있는데, 이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입장과는 전혀 맞지 않다. 한 사람은 이교도로서 이슬람을 추종하는 철학자, 아베로에스 (Averroës)이며, 다른 한 사람은 칼라브레제 수도원장, 조아키노 다 피오레 (Joachim di Fiore)이다. 특히 후자는 위대한 이단자이자 “13세기의 이사야로 불리는 사람이다. 조아키노는 약 100년 후에 세 번째 기쁨의 전언에 관한 가르침으로써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의 가르침을 접한 가난한 농민들은 독일에서 농민 혁명을 일으키지 않았는가?

 

단테와 토마스 사이의 이러한 차이를 도외시하면, 두 사람 사이에는 상당히 많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단테의 신곡 (神曲)에서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생각해 보라. 첫째는 엄격하게 축조된 서사시의 형식적인 특성이며, 둘째는 시적 언어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가치 질서에 따라 지옥과 연옥과 천국으로 나눈 뒤에 이곳들을 찾아다니는 주인공의 거대한 방랑이다. 넷째는 가치에 따라 영역별로 정교하게 계층화된 시스템이다. 상기한 네 가지 기본적 면모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세계관과 매우 흡사하다. 특히 단테가 빛에 의해서 천국의 모든 영역을 체계화시킨 것은 토마스의 천국 론을 연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