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7

(명저 소개) 김종갑 교수의 성인책

김종갑 교수의 성과 인간에 관한 책은 2014년에 간행되었는데, 필자의 과문함 때문에 이제야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섹슈얼리티의 역사"입니다. 책은 총 8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장과 마지막 장은 서문과 결어와 같습니다. 책은 저자의 열린 사고를 명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예문과 사실에 근거하여 은근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독자에게 무언가를 강권하는 특성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행과 행 사이를 예리하게 읽어나가야 저자의 놀라운 시각을 하나씩 찾아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언젠가 문학사를 강의하면서, 서양의 문학사는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의 약화 과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대를 논외로 한다면, 기독교가 도래한 다음의 역사는 ..

1 알림 (명저) 2023.04.28

페미니즘과 아마존 여성들

사람들은 오늘날의 사회를 "페모크라티 Femokratie"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이 단어는 페미니즘과 데모크라티가 합성된 조어입니다. 그만큼 평등한 삶을 갈망하는 여성들의 외침이 커졌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능력에 따라 인정해주지 않고, 성별로 구별하여 차별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불만이 높아졌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남자들 사이에서 여성 혐오의 감정 역시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혐오라기보다는, 작은 사내들의 여성에 대한 증오의 감정으로 명명되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혐오란 약자의 감정이 아니라, 강자의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몇몇 정치가를 혐오합니다. 이로써 그는 도덕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그들보다도 훨씬 낫다고 믿습니다. 캐리커쳐는 여성의 소외를 그대로 말해줍니다. "신디? ..

12 세계 문화 2023.02.20

(명저 소개) 김종갑: 혐오. 감정의 정치학

뒤늦게나마 김종갑 교수의 책, "혐오, 감정의 심리학" (은행나무 2017)을 소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몇 구절을 인용하기로 한다. ........................ "원래부터 혐오스러운 사람은 없다.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품처럼 제작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혐오와 '원래부터'는 모순 형용이다." (13쪽)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은 자기가 정치인보다 도덕적으로 훨씬 낫다는 생각을, 여성 혐오자는 자기가 본질적으로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17쪽) 무엇을 혹은 누구를 혐오하는 자는 무엇 그리고 누구로부터 거리감을 취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헬레니즘과 기독교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부정하는 문화였다. (...) 플라톤에 의하면 바람직한 인간이란 자신의 동..

1 알림 (명저) 2023.01.06

서로박: 혐오에서 연민으로

우리는 현재 분노의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박한 월급에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한다고 분노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빈부차이로 인한 경제적 박탈감으로 분노하며, 중산층 사람들은 자식 교육을 생각하면서 SKY를 우선시하는 학벌 중심주의에 분노하고,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서 차별당하며 살아야 하는 극한적 현실에 분노하며, 농민들은 더 이상 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국가의 세계화 정책이 분노하고, 학생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수수방관하는 사회에 분노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분노가 계기가 되어 결국 마음속에는 점점 혐오가 쌓여갑니다. 내면에서 분노가 축적되면, 자신과 다른 처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혐오하는 감정만 남게 됩니다. 그저 상대방을 무시하고 외면할 뿐이지요. 무시와 혐오의 감..

2 나의 글 2022.07.05

블레이크: 독나무

독나무 윌리엄 블레이크 친구에게 화가 났네 화났다고 말하자 화가 풀렸네 원수에게 화가 났네 말하지 않았더니, 화가 자랐네 두려움 속에서 화에 물을 주었네 밤낮으로 눈물 부었네 가짜 미소와 달콤한 간계로 햇빛을 비춰주었네. 화는 밤낮으로 자라나 마침내 환한 사과 한알 열렸네 나의 원수는 빛나는 사과를 보았네 그게 나의 것임을 알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 그는 몰래 나의 정원으로 들어왔네 다음날 아침 즐겁게 바라보았네, 원수가 나무 밑에 죽어 있는 것을. A Poison Tree William Blake I was angry with my friend; I told my wrath, my wrath did end. I was angry with my foe: I told it not, my wrath ..

22 외국시 2020.03.28

서로박: (5)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앞에서 계속됩니다.) 25. 생물학, 식품 영양학, 기계와 기술: 생물학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업적으로서 우리는 유전 공학과 육종학을 들 수 있습니다. 야생수를 유실수로 변화시키는 방법, 과실의 맛, 색, 향기 그리고 크기를 조절하는 방법, 동물의 교배와 합성의 원리도 실험 방법이 됩니다. 의학의 영역에서 솔로몬 연구소는 고도의 마취술과 해부학을 발전시켰습니다. 식품 영양학 영역에서 연구자들은 빵을 제조할 때도 곡물, 채소, 견과류, 고기 생선 등을 효모와 적당하게 배합합니다. 모든 고기류는 마치 신의 음식, 암브로시아처럼 소화가 잘 되도록 가공 처리되어 있고, 음료수는 40년까지 보존할 수 있습니다. 기계 기술 분야에서 열역학, 광학, 유체 역학, 기계 공학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안경, 쌍안..

38 중세 문헌 2019.06.08

(명저) 김종갑의 타자로서의 몸 몸의 공동체

김종갑 (2004): 타자로서의 몸, 몸의 공동체, 건국대 출판부 김종갑 교수의 글은 추상적 원론에 치우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추구하는 몸과 마음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는 내용을 추가로 삽입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책의 논지는 구체적이고 사실에 입각해 있다. 문헌학적 고증 역시 무난하다. 영문학자 답게 자신의 견해 그리고 인용한 견해를 명확히 지적한다는 점에서 무척 진솔하고 놀라운 책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사람들은 영혼이 인간과 인간을 연결시키는 교두보라고 믿고 있는데, 김교수는 몸을 하나의 타자로 규정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역학관계를 구명하고 있다. 몸이 타자로 인지된다는 것은 몸이 인간과 인간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는데, 이는 과연 타당한가? 저자의 논지를 접할 때 ..

1 알림 (명저) 201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