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서로박: 슈트리트마터의 '기적을 행하는 자'

필자 (匹子) 2024. 8. 28. 11:47

에어빈 슈트리트마터 (1912 - 1994)의 "기적을 행하는 자 Wundertäter"는 3권으로 집필된 장편 소설인데, 1957년에서 1980년 사이에 집필되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 슈트리트마터는 동독 초기의 역사적 전제 조건 그리고 시대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의 관심사는 “인간의 이질적 태도”, 인간의 갈등 및 극복 과정으로 향합니다. 슈트리트마터는 1951년에 처녀작 ?황소를 끄는 남자?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순진한 화자는 구체적인 언어 풍자와 아이러니를 담은 화법으로 이야기를 개진하는데, ?기적을 행하는 자?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천민에 가까운 소시민 출신 슈타니스라우스 뷔드너입니다. 제 1권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섞어가면서 주인공의 탄생 시기인 1909년부터 1943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나 세부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므로 때로는 소설적 주제에 불필요한 내용이 섞여 있습니다. 뷔드너는 마을 소년으로 성장하여,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웁니다. 그렇지만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낭만적인 꿈입니다. 뷔드너는 시를 쓴다. 언제나 혼자 행동하면서, 장난을 일삼곤 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너무나 단순하고 순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마음속에는 나치 범죄의 끔찍한 범죄의 모티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 연애에 실패한 뷔드너는 군대에 자원입대하게 됩니다. 군대에서의 경험은 그를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화시킵니다. 지금까지 비정치적으로 살아왔던 그는 자신의 처지 그리고 세상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내심 자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군대를 벗어나려고 결심합니다. 탈영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탈영에 관한 체험은 작가의 체험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슈트리트마터 역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탈영했으나, 오래동안 이에 관해 침묵하였으며, 슈트리트마터가 사망한 이후에야 그의 행적이 드러나게 됩니다.

 

 

제 2권에서 작가는 슈타니스라우스 뷔드너의 전후 시대의 삶을 묘사합니다. 뷔드너는 처음에는 서독에서 살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동독으로 이주합니다. 제 3권은 1949년부터 1956년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뷔드너는 마침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자신을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는 작가로 발전시킵니다. 때로는 시도 쓰고,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합니다. 소설의 마지막 대목은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날 저녁에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말하자면 여러 가지 갈등과 번민에 시달리다가 뷔드너는 마침내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제 1권에서는 사건의 진행 순서대로 모든 것이 서술되어 있으나, 제 3권에서는 해설 내지 압축한 부분, 주인공의 성찰, 다양한 구조의 기억 등이 여러 관점에서 묘사되고 있습니다.

 

슈트리트마터는 여러 인물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데,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비극적인 이야기, 사회 비판적인 어조로 많은 내용을 작품 속에 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50년간의 기나긴 독일 역사가 뷔드너라는 한 인간을 통해 비판적으로 거론되는 셈입니다. 분단의 현실에서 슈트리트마터는 소련 군정의 동쪽 독일 지역 그리고 이후에 나타난 동독을 서독보다도 더 나은 곳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구동독의 암울한 상황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합니다. 그의 비판은 무엇보다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신봉하는 문화 재판관, 편협하고 고루한 사회주의 통일당의 관료들 그리고 선동가들의 짓거리, 울브리히트 체제하의 경직된 문화 정책 등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슈트리트마터의 소설은 주인공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놀라운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원래 제 1권은 1961년에 서독에서 간행되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 작품은 베를린 장벽에 대한 동독 작가의 반응으로 수용되었습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구동독에서는 좋은 발전 소설로서 인정받았지만, 구서독에서는 냉담한 반응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작가의 재능을 인정했지만, 작품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콘라트 프랑케 (K. Franke)는 “어느 순진한 인간이 초등학교 교육만 받은 뒤, 과연 어떻게 영웅적인 사고를 견지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으며, 메츠케 (O. Maetzke)는 이 작품을 “상투적인 계급투쟁의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혹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