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랑스 낭만주의 작가 프로스퍼 메리메: 오늘은 프랑스의 낭만주의자 프로스퍼 메리메 Prosper Merimée, 1803 – 1870)의 작품 「카르멘 Carmen」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메리메는 프랑스 낭만주의자였습니다. 처음에 그는 영미 문학을 탐구하여 오시안Ossian의 시를 프랑스어로 번역하였습니다. 메리메는 영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으며, 낭만주의 운동을 이끈 작가이기도 합니다. 1822년에 메리메는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를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됩니다. 당시에 위고는 「에르나니 Hernani」라는 극작품을 발표하여 물의를 일으켰는데, 메리메는 그의 새로운 문학관을 열렬히 지지한 바 있습니다.
메리메는 일련의 연극작품 외에도 소설을 발표하여 당대에 이미 문학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말년에는 러시아 문학에 경도되어, 푸시킨 그리고 투르게네프의 작품들을 직접 번역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천식으로 오래 고생하다가 1870년에 사망하였습니다. 메리메의 문체는 다른 낭만주의자와는 달리 무척 냉정합니다. 줄거리의 묘사는 빠르고, 간결하며, 건조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화자인 고고학자의 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화자는 마치 외과 의사가 환자의 내부를 정교하게 관찰하면서 집도하는 경우처럼 이야기를 무미건조하게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두 연인이 겪는 처절하고 안타까운 사랑의 비극은 화자에 의해서 너무나 무덤덤하고 냉정하게 기술되고 있습니다.
2. 집시 그들은 누구인가? 작품을 언급하기 전에 우리는 일단 “집시 Zigeuner”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원래 “집시 Gypsy”란 단어는 “이집트의”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실제로 집시는 15세기 초에 이집트를 포함한 비잔틴 문화권에서 유래한 집단을 가리킵니다. 독일 지역에서는 보헤미안으로 일컬어졌으며, 에스파냐 사람들은 “플라밍고”라고 명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동방에서 유래한 이방인”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그들은 음주 가무 그리고 카드놀이를 즐기는데, 판돈이 올라가면, 교묘한 속임수를 사용하여 돈을 버는 타짜의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녀 모두 성적으로 자유분방하여, 속박당하지 않는 삶을 살아갑니다.
요컨대 집시들은 사회적 의미에서 특정 지역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에 구속받기를 처음부터 완강하게 거부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한 지역에 정착하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유랑민들로서 주이진 국가 내에서 언제나 국외자로 취급당하는 자들입니다. 이들은 일종의 광대처럼 굿판을 벌이거나 악기 연주로 돈을 벌거나, 점치는 기술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곤 합니다. 특히 히틀러의 제삼제국에서는 집시 역시 정치범과 동성연애자들과 함께 사회의 쓰레기 같은 족속으로 취급되어 강제수용소에서 갇히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 집시들은 자신들의 독자적인 모임을 결성하여, 자신들의 고유한 삶의 방식이 온당하다고 선언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유럽에 현재 존재하는 집시 그룹으로서 “신티 Sinti” 그리고 “로마 Roma” 등이 있습니다.
3. 고고학자인 화자: 작품 「카르멘」은 메리메의 소설로서 1845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메리메는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1482』 (1831)를 읽고 자극 받은 게 분명합니다. 추악하지만 너무나 선량한 곱사등이, 과지모도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근접하기 어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낭만주의자 메리메의 마음에 문학적 착상의 불을 지핀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메리메는 모든 것을 역설과 모순의 방식으로 서술합니다. (송진석: 235). 일단 『카르멘』의 줄거리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소설 속의 화자는 고고학을 전공한 중년의 사내입니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 돈 호세를 만나서, 그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소설 속의 화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직접 만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화자는 코르도바의 구아달키비르 강둑에서 카르멘을 처음 만납니다. 그는 눈이 크고, 아담한 몸매의 카르멘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점을 쳐달라고 부탁합니다. 카르멘은 고고학자 화자의 금으로 이루어진 회중시계에 눈독을 들이며, 화자는 카르멘의 몸을 탐하려 합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만남을 이어나가지 않습니다. 고고학자 화자는 카르멘에게 열광적으로 다가가지 않습니다. 그는 등장인물, 돈 호세와는 달리 카르멘을 사랑하지도 집착하지도 않으며, 집시들을 더럽고 추한 족속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4. 책임감 넘치는 군인 돈 호세: 돈 호세는 에스파냐 북부 바스크 지역의 기마 포병대에서 존경받는 군인으로서의 그의 이름은 돈 호세 리차라벤고아입니다. 돈 호세는 우연히 세비야에서 담배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집시 여인을 만납니다. 그미의 이름은 카르멘인데, 자신감 넘치고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으려는, 자유로운 기질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돈 호세는 그미를 처음 보는 순간 가슴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것을 경험합니다. 카르멘은 주인공에게 자신을 사랑하면 다친다고 경고하지만, 그는 자신의 열정을 이성적으로 도저히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날 카르멘은 함께 일하는 다른 여성에게 심리적으로 심한 상처를 가하게 되고, 돈 호세는 당국으로부터 카르멘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게 됩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려고 합니다. 어리석은 돈 호세는 카르멘을 체포하다가, 역으로 그미에게 설득당하고 맙니다. 다시 말해서 돈 호세는 자신을 풀어달라는 그미의 완곡한 간청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연민의 정을 부채질하여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카르멘이 끝내 도망치도록 수수방관합니다. 이로 인하여 돈 호세는 상부로부터 문초를 받게 되고 결국 계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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