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a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38

서로박: 노이만의 레본나 (3)

12. 감옥이 없다: “레본나”에서 크고 작은 범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만일 범죄가 발생할 경우 도시 내지 주의 평의회는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는 수많은 유형으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레본나에는 감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보다, 범죄의 발생 원인을 척결하는 게 더욱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고로 범죄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에서, 혹은 사회적 갈등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면, 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이웃과 타인에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우리는 타인과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때로는 그들에게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가령 한 사람이 질투심으로 다른 ..

서로박: 노이만의 레본나 (2)

6. 발전된 과학 기술과 두 시간 노동: 사람들은 과학 기술의 연구를 통해서 많은 것을 얻어내었습니다. 2004년의 발표에 의하면 과학자들은 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세계의 기후 변화를 해결하고, 전지구상으로 퍼져 있는 방사능 수치를 낮추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생산 방식은 이제 현저하게 바뀌었습니다. 과거 사회에서 사용되던 기계들, 이를테면 세탁기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지만, 얼마든지 수선이 가능하고, 부분적으로 개선하여 재활용하도록 하였습니다. 모든 노동 방식 역시 조금씩 변화되었습니다. 생산의 과정에서 분업은 철폐되고, 로테이션의 방식이 채택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한 가지 노동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은 여러 가지 일감을 번갈아가면서 행할 수 있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생산의..

서로박: 노이만의 레본나 (1)

1. 자본주의 그리고 시민 사회의 가족제도가 파기된 레본나: 사회학자인 발터 G. 노이만 (Walter Gerd Neumann, 1947 - )은 소설의 형식으로 미래 사회의 유토피아를 설계하였습니다. 물론 그의 유토피아 소설, 『레본나. 2020년의 사랑과 사회Revonnah. Liebe und Gesellschaft im Jahre 2020』는 114페이지에 해당하는 짤막한 작품으로서 1986년 하노버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제목에서 암시되고 있듯이 노이만이 묘사하고 있는 “레본나”라는 가상적인 사회는 미리 말씀드리자면 두 가지 대안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자본주의를 극복한 사회주의의 경제적 삶을 가리키며, 다른 하나는 시민 사회의 가족제도가 파기된 새로운 사랑의 삶을 가리킵니다.  전자..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5)

1. 앙리 망드라의 유토피아: 프랑스의 사회학자 앙리 망드라Henri Mendras는 1979년에 『시골 유토피아 공동체 여행Pays de l’Utopie Rustique』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유토피아의 전통을 자신의 작품에 의도적으로 반영하였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토피아의 전통 가운데에서 무정부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 특징을 담은 유토피아의 전통을 반영하려고 한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망드라는 알렉세이 차야노프의 농업 유토피아의 전통을 계승할 뿐 아니라, 이를테면 프랑스와 라블레라든가 크로포트킨의 무정부주의에 입각한 유토피아의 구상을 자신의 작품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망드라의 유토피아에는 68 학생 운동 세대들이 추구했던 문화 혁명의 방향성이 담겨 있습니다. 2. ..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4)

요스트 헤르만트 (Jost Hermand, 1930 - )는 1980년대부터 생태주의 유토피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의 핵심적 관심사는 파시즘과 민족주의의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유토피아의 문제를 추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헤르만트의 문헌들은 20세기 말의 주어진 삶의 정황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놀랍게도 문헌 속에서 약 200 편의 텍스트를 거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제반 문헌에 대해 수동적 자세를 취하며 그것들을 요약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1950년대에 프랑스의 연구가 레이몽 루예 (Raymond Ruyer)는 유토피아를 두 사지 사항, 즉 문학적 장르와 유토피아의 사고로 나누어 설명했다. 유토피아의 사고는 루예에 의하면 오로지 문학 텍스트 속에만 반영되어 있지 않다..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3)

1999년 마르틴 디들러 Martin d’Idler는 생태주의 유토피아의 중요한 저서를 발표하였다. 그것은 『내일 모레를 위한 새로운 길, 70년대 이후에 나타난 생태학의 제반 유토피아』라는 책이다. 디들러는 어니스트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를 분석하면서 생태주의 코뮌 운동을 추적하고 있다. 생태학적 문제를 의식한다는 것은 이들러에 의하면 경제와 산업의 영속적인 성장의 이념과 결별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기와 관련되는데, 이에 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그 하나는 성장을 위주로 하는 시장 경제체제를 준수하는 견해로서, 생태적 문제를 무시하거나 경제 성장보다 중요하지 않은 사안으로 간주한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체제로서는 더 이상 생태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견해이다..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2)

3.생태주의 유토피아와 관련되는 일련의 문헌을 심도 있게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맨 처음 소개할 책은 울리히 프롭스트 Ulrich Probst의 『사회 정치와 유토피아의 사이에서 Zwischen Sozialpolitik und Utopie』라는 문헌인데, 1980년에 간행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3장., “생태학과 유토피아, 혹은 인간의 변화 가능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프롭스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오늘날 시급한 것은 일방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목가주의를 찬양하는 일이 아니라, 정치 생태학에 관한 학문적 논문을 통해서 어떠한 문제가 당면해 있는가? 하는 것을 알리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이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우리는 생태주의 유토피아에..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1)

1.생태주의 유토피아는 20세기 이전에 이미 서서히 태동했습니다. 가령 19세기 중엽에 소로는 『월든, 숲속에서의 삶』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 삶을 찬양하였습니다. 당시는 생태학의 문제가 제기된 바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소로의 삶의 방식을 막연히 자연친화적인 소박한 무엇으로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자 세상의 이슈는 급격하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68 학생 운동의 정치적 이슈는 사라지고 환경 평화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70년대 이후로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환경 평화의 문제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자극한 것은 아무래도 1971년에 발표된 “로마클럽 보고서 Club of Rome”일 것입니다. 1년 후에 국가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