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47

서로박: (4)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앞에서 계속됩니다.) 4. 신학적 예술적 은유는 확고한 견해와는 다르다. 벤야민은 생전에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소논문은 어처구니없이 잘못 이해될 소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는 벤야민이 20세기 초 프로이센의 다양한 문예 사조 그리고 혼란스러운 시대정신을 철학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기술된 문헌입니다. 게다가 역사 철학 테제는 –소논문이라고 명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연구 대상을 명징하게 분석한 글이 아니라, 알레고리를 동원한 서술, 신비로운 비유 그리고 패러디 섞인 고뇌의 흔적 등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누군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보편적 이론의 논거를 도출하려는 작업은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어쩌면 잘못된 처사일지 모릅니다. ..

25 문학 이론 2024.05.03

서로박: (3)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앞에서 계속됩니다.) 3. “지금 시간”과 천년왕국설의 유토피아 그렇다면 벤야민은 역사 철학에서 말하는 진보를 부정하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소논문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 내지는 유대주의와 기독교 사상에서 나타난 천년왕국설의 사상적 출발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는 신학 그리고 유물론 사이의 공동 유희는 상호 배움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하나는 종결되지 않은 역사의 특성 내지는 구원의 필연성이며, 다른 하나는 혁명적 투쟁의 필연성 내지는 마르크스주의 실천의 필연성입니다. 이에 첨가되는 것은 블랑Blanc, 소렐Sorel 그리고 바쿠닌Bakunin 등의 아나키즘 전통일 수도 있습니다. 벤야민은 메시아의 세속적 구원을 마르크스가 말..

25 문학 이론 2024.05.01

서로박: (2)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앞에서 계속됩니다.) 2. 파국 앞에서의 진보에 관한 사고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는 두 가지 특징을 지닙니다. 첫째로 그의 ”역사 철학 테제“ 속에는 이미 언급했듯이 모든 사안에 관여하지만, 어떤 무엇을 선택하지 않는 태도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는 유대주의냐, 마르크스주의냐? 에 대한 망설임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글인지 모릅니다. 소논문에서는 우유부단함과 숙고의 흔적이 너무 강해서, 저자의 명징한 견해를 도출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둘째로 역사 철학 테제는 파시즘의 폭력과의 상관성에서 이해되어야 하지, 모든 사회에 통용되는 보편적 역사 철학의 사고라고 확장될 수는 없습니다. 작품에서는 신학 그리고 역사적 유물론의 관계, 역사주의, 특히 사민당 사람들의 진보적 사고 등이 비판..

25 문학 이론 2024.04.29

서로박: (1)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1. 머뭇거리는 부리당 친애하는 J, 20세기 초 유럽의 예술 사조는 일직선으로, 혹은 지그재그 방식으로 이어졌는데, 19세기 말에 이르러 복합적으로 뒤엉켜 사통팔달로 퍼져 나갔습니다. 산업의 성장과 식민지 개발로 인하여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으며, 많은 실험적 예술 사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였습니다. “세기말fin de siècle”의 예술적 경향, 표현주의, 다다이즘, 상징주의는 물론이며, 아방가르드 운동은 문학예술에서 많은 자극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벤야민은 빠른 시대적 변화와 상응하게 유럽 중심부인 베를린에서 이러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예술적 조류를 하나씩 섭렵해 나갔습니다. 오늘은 당신에게 발터 벤야민의 소논문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를 언급하려고 합니다. 벤야민의 이론은 국내외적으로 기..

25 문학 이론 2024.04.29

서로박: 야우스의 '문예학의 도전으로서의 문학사'

한스 로베르트 야우스 (H. R. Jauß, 1921 - 1997)의 "문예학의 도전으로서의 문학사(Literaturgeschichte als Provokation der Literaturwissenschaft"는 1970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야우스는 문예학에서의 전통적인 문학사 기술의 방법론을 비판하기 위해서 본서를 집필하였다. 문예학에서의 문학사 기술에 관한 전통적 방법론은 야우스에 의하면 정신사적 형태에 있어서 그리고 실증주의적 인과 법칙에 관한 설명에 있어서 문학과 역사를 창조적으로 매개할 능력이 없다. 이와는 반대로 수용 미학은 독자 내지 “작품과 독자층 사이의 (영속성을 형성시켜 주는) 대화”를 연구의 중심에 설정하고 있다. 이로써 수용 미학은 야우스에 의하면 역사적 관심사..

25 문학 이론 2023.12.20

서로박: 스타로빈스키의 '장 작 루소'

장 스타로빈스키 (J. Starobinski, 1920 - 2019)의 "쟝 쟈크 루소. 투영과 장애 (Jean J. Rousseau. La transparence et l’obstacle)"은 1957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스타로빈스키는 소위 제네바학파의 레이몽 (M. Raymond)의 제자이다. 그럼에도 그는 의학의 수련 및 의학사 연구에 몰두하였고, “객관적” 인문 과학의 서술 방법 및 “발견 교수법 (Heuristik)의 방식”을 응용하였다. [발견 교수법은 주지하다시피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해결을 얻으려는 교수법으로서, 학생 스스로 깨닫게 조처하는 모든 방식을 가리킨다.] 그럼에도 서술 기법 그리고 발견 교수법적인 방법론 등은 다만 무언가를 보조하는 기능을 지닐 뿐이다. 다시 말해 상기..

25 문학 이론 2023.12.16

서로박: 샤로트의 '불신의 시대'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나탈리 사로트 (N. Sarraute, 1902 -)의 "불신의 시대 (L’Ére du soupçon)"는 1956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사로트의 에세이 모음집은 로브-그리예 (Robbe-Grillet)의 누보로망 예찬론 외에 누보로망의 이론적 근거를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헌이다. 사로트 역시 누보로망의 작가에 속한다. 물론 사로트는 초창기의 급진적인 로브-그리예와는 달리 근본적으로 제반 심리학에 대해 반감을 표출한 바 있다. 그미는 의식의 한계를 벗어난, 미세한 간주관적 (間主觀的)인 영혼의 드라마를 형상화했다. 오늘날 장편 소설 작가는 확정된 인물 그리고 작품내의 여러 가지 행위의 개연성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또한 프루스트, 조이스, 프로이트 등은 독자..

25 문학 이론 2023.12.16

서로박: 벤야민의 '기술 복제 가능한 시대의 예술'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1892 - 1940)의 「기술 복제 가능한 시대의 예술 (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은 1936년 프랑스어로 씌어져 "사회 연구를 위한 잡지"에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1955년 아도르노 등이 편찬한 벤야민 전집에 독일어 축약문으로 간행된다. 벤야민의 예술 이론적 에세이는 예술과 복제 (재생산) 사이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무척 중요한 문헌이다. 예술 작품은 과거에도 수작업에 의해서 (주조, 압착 등의 방법으로) 이미 재생산된 바 있다. 벤야민은 예술의 현격한 발전을 이룩한 새로운 시대가 19세기라고 규정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특히 사진 예술과 영..

25 문학 이론 2023.12.13

서로박: 로젠크란츠의 '추함의 미학'

요한 칼 로젠크란츠 (J. K. Rosenkranz, 1805 - 1879)의 "추함의 미학 (Ästhetik des Häßlichen)"은 1853년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로젠크란츠의 미학은 “추한 세계”를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 설계한 미학인데, 여기에는 비형식성, 부정확성, 천한 것, 저열한 것 등이 포함된다. 로젠크란츠의 미학은 문학 작품들과 회화 작품들 (예컨대 바이런, 셸리, 볼테르, 디데로, 브렌타노, E. T. A. 호프만, 프리드리히 헵벨, 그랜빌 등)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당시에 예술 비평적인 언급은 -괴테와 실러의 영향으로-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가령 실러는 1799년 「예술에서의 천한 것 그리고 저열한 것에 관한 사고」를 강연한 바 있다. 당시 사람들은 우..

25 문학 이론 202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