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신학이론

서로박: 블루멘베르크의 신화 다루는 작업

필자 (匹子) 2020. 3. 28. 07:39

철학자, 한스 블루멘베르크 (Hans Blumenberg, 1920 - )의 저서, "신화를 다루는 작업 (Arbeit am Mythos)"은 1979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본 논문은 인식 비판적 질문을 담은 시각으로 신화를 연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논의되는 물음은 과연 어떤 의미가 신화의 의미 지평을 형성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신화의 의미 지평은 인간에게 세상에 관한 경험 개념들 및 신화 자체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토대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가?

 

이미 이전에 쓴 논문 「신화의 현실 개념 및 영향적 잠재성 (Wirklichkeitsbegriff und Wirkungspotential des Mythos)」에서 블루멘베르크는 다음과 같은 인류학적 추측을 추적한다. 인간은 의미 지평을 통해서 하나의 고유한 [특수한 환경에서의 결핍된 생물학적 적응을 대신할 수 있는] 현실과의 관련성을 창조한다. 신화가 의미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지닌다. 즉 신화는 [현실을 구조적으로 새롭게 변화시켜 봄으로써 이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자신의 행동을 발전시키거나 제한시키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가능성의 전제 조건을 창조한다.

 

1960년에 이미 블루멘베르크는 「어떤 비유학의 패러다임들」 (1960)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즉 인간상의 사고 양상 내지는 사고 형태를 통해서 현실에 대한 하나의 틀을 창조하며, 이 틀 속에다 개인적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한 제반 요구 사항들을 담는다고 한다. 신화는 인간에게 어떤 상황에 처하게 하여,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완전히 불확정적인] 어떤 세계에 대한 잘 알려진 상들을 언급하고 이야기해준다는 것이다. 블루멘베르크는 [막강한 것으로 체험한 저항적] 세계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달리 묘사하는 것을 신화의 이야기로 표현한다. 특히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인간의 자기 가치에 대한 평가에 대한 대표적 신화라고 한다.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하는 일 자체가 -블루멘베르크에 의하면- “신화를 다루는 작업”이라고 한다.

 

근본적으로 말해서 그는 신화의 수용사를 어떤 원래 형태의 변형으로서 고찰하지는 않는다. 신화는 오히려 많은 해석들의 순서속에 주어져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서로 상이한 수용 및 기대감 등에 관해 공통적인 잠재적 의미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은 한마디로 “기본적 신화”의 효력을 지닌다고 한다.

 

인류학적으로 의미심장한 신화의 과제는 [이미 언급했듯이] 어떤 잘 알려진 세계의 지평을 창조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성과 신화를 대립시켜 놓고, 거기서 신화를 인식론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블루멘베르크에 의하면- 정당하지 않다고 한다. 블루멘베르크는 셸링 (Schelling)의 "신화의 철학" (1856/ 57)에서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 공감한다. 즉 신화 속에는 인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양의 역사가 표현되고 있다는 주장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신화속에도 항상 합리성이 (부분적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로써 블루멘베르크는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이해한 신화의 개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주지하다시피 "계몽의 변증법" (1947)에서 그들은 계속되는 신화의 영향력을 계몽적 의향과는 대립되는 것으로 설정한 바 있다. 블루멘베르크에 의하면 계몽 역시 분명히 하나의 고유한 프로메테우스 상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에른스트 카시러 (E. Cassierer)는 "상징적 형태의 철학" (1923/29)에서 신화를 여러 가지 다른 정신적 삶의 형상화 형태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비해 블루멘베르크는 [모든 인간의 형상에 대해] 하나의 공통되는 신화적 기본 면모를 주장하고 있다. 예술가나 시인에게 신화에 대한 작업은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주체를 고수하려는 시도이다. 그렇기에 “상을 그리는 인간 (Homo pictor)”은 마법 사냥의 실천을 위해 동굴의 상을 만들어내는 자일 뿐 아니라, 어떤 상을 투영함으로써 자신의 세계에서 결핍된 것을 묘하게 은폐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상을 통해서 블루멘베르크는 괴테 혹은 카프카에게서 나타나는 작가의 기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