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설호: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 (3)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 전환기 이후의 문학을 고찰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통합과 소통의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다. 약 40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함께 아우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진지한 고민과 숙고가 부족했던 서독인들이 가진 경제적 우월감은 동독인들에게 피해의식으로 작용했다. 동독인들은 통일을 너무나 순진한 자세로 받아들이며 자본주의의 경쟁 구도를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심리적 상처를 입은 채로, 냉혹한 현실 속에서 서독인들과 조우하게 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실업의 충격과 구동독의 복지체제에 대한 향수였다. 저자는 통일된 국가 속에서 소통의 부재, 동화, 갈등과 같은 문제들은 문학의 영역뿐 아니라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제반 영역에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