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졸업생 L군에게

필자 (匹子) 2019. 1. 19. 19:45

아래의 글은 10년 전, 2008년에 쓴 글이다.

다시 올리는 이유는 졸업생들이 보고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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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들이 보고싶어서 독문과 동창회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작년에는 80명 모였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재학생을 포함하여 약 30명 정도 참석했더군요.

수요일 저녁시간 때문인지, 아니면 한국의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그러한지...

약간 아쉬웠지만, 그래도 몇몇 제자들을 다시 만나니,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그들 가운데 L군도 있었습니다.

 

친애하는 L,

삶이 힘들면, 칩거하고 자중하면서 칼을 가는 게 상책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L군의 의지가 무척 가상하게 보이는군요. 힘들 때 도서관에 파묻혀서 실력을 쌓는 일 - 이것도 바람직합니다.


그렇지만 외국어 능력 배양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과는 약간 다르더군요. 가령 나는 80년대에 독일에서 어학코스에 다닐 때 매일 저녁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그런데 나의 성적은 보잘 것 없었고, 매일 저녁 디스코에서 춤을 추면서 여자들과 로맨스를 즐기던 콜롬비아 출신 친구는 나중에 좋은 성적을 얻었습니다. 그러니 외국어 실력은 도서관에서 씨름하는 것만으로는 향상되지 않습니다. 외국어 실력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로 요약됩니다.


물론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공부는 이와는 다릅니다. 독서 량이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L 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듣기 연습입니다.



독일어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http://www.dw-world.de 의 방송을 매일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아들어야, 무슨 말을 꺼낼 게 아닙니까?

듣지 못하면, 의사소통을 행할 수 없습니다.

좋은 독일 영화 가령 Gloomy Sunday 같은 작품을 비디오로 구해서 자막 가리고 듣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뮌헨에 있는 독일 문화원 (Goethe-Institut) 본무 건물. 독일 내의 독일 문화원은 사립 기관이고, 해외에 있는 독일 문화원은 독일 외무부 소속의 국립 기관이다.)

 

친애하는 L,

독일어 독자도 모르는 사람이 유학을 떠나, 2년동안 어학 코스에서 허송(?)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였습니다.

아무런 준비나 대책없이, 독일에서 어학코스에서만 2년 공부하느니, 차라리

한국에서 기초를 닦아서, 독일에 단기간 체류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는 게 더 낫다고 판단됩니다. 

그게 돈 절약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미리 배우고 떠나면, 실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법입니다.

공연히 외화 낭비할 필요 없어요.

 

 

 프라하에 있는 독일 문화원 (Goethe Institut)


친애하는 L,


3월에 다시 만나서 자세한 말씀 나누기로 합시다.



성공을 빌면서....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