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조경식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필자 (匹子) 2017. 10. 31. 15:22

 

조경식 박사님 (1958 - 2017)이 10월 29일 소천하였습니다. 조 선생님은 쾰른 대학교에서 문학 이론, 미학 등을 공부했는데, 90년대 초에 쾰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그분의 박사학위 지도교수는 빌헬름 포스캄프 교수였는데, 나의 박사학위 지도 교수이기도 합니다. 조 선생님은 한신대학교에서도 강의를 맡으셨으며, 로젠크란츠의 추의 미학을 혼자서 번역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실러의 미학 연구, 니클라스 루만의 시스템 이론 등을 꿰뚫고 계셨습니다.

 

나는 2006년도에 조경식, 권선형, 김영목 그리고 김무규 선생님과 함께 "기억의 매체들과 문화의 전승/재구성. 상호텍스트, 영화, 역사, 연극을 통해 본 기억 매커니즘에 관한 문화학적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명색이 내가 연구 책임자였지만, 나는 이 분야에서 아는 바 거의 없었기에, 실질적으로는 조경식 선생님이 일을 주도적으로 맡아서 연구를 완결지웠습니다.

 

조경식 선생님은 소탈하고, 활달하며, 술과 담배를 너무 좋아했습니다. 지적으로 매우 날카로운 분이었는데, 안산의 코코모라는 커피 숍에서 책을 읽고 쓰는 일로 오전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째서 도서관에 가지 않고 커피숍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 하고 물었을 때, 그 분의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 읽을 때 담배 피울 수 없지 않나요?"

 

훌륭한 학자이자 친구 한 사람을 잃어서 슬픔을 금할 길 없습니다. 하나님은 가장 착하고 훌륭한 분을 이승에 남겨두지 않고 빨리 데리고 가시는가 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죽음의 신 모이라는 인정사정 없이 한 사람 찍어서 검은 망토에 감추어서 저세상으로 떠나 보냅니다. 조 선생님은 몇 년 전에 세상를 떠난 구승모 교수와도 친구 지간이었습니다.  삼가 조경식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참 영결식에 김재훈 학우가 참가해서 참 좋았습니다.

 

 

조경식 선생님의 역서 가운데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