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명저 소개) 김창엽의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필자 (匹子) 2018. 11. 19. 11:39

 

국내 알파인 장애인스키 '간판' 스타, 한상민(29),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의 책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는 2002년 삼인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시의적절하지는 않지만, 신간이라고 좋고, 지나간 책이라고 해서 묵혀둘 수는 없다. 이 책의 강점은 다음의 사항을 깨닫게 해준다. 즉 "병은 반드시 고쳐져야 하고, 장애는 극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지만, 사려깊지 않다는 사항 말이다.

 

우리는 병을 건강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죽음은 삶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삶을 중시하고 죽음을 경시하는 게 과연 올바른 태도일까? 출세와 성공, 건강과 장수만이 능사이고, 평범한 삶과 패배, 질병과 요절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삶에서 나타나는 편안함과 고통을 생각해 보라. 편안함은 말그대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지만, 고통은 인간에게 인내하는 힘과 지혜를 가져다주지 않는가? 그러니 선과 악, 삶과 죽음을 일도양단하여 가부로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일 것이다. 어쩌면 장애 사실을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편견 자체가 오히려 지극히 병적이고 비정상적일지 모른다. 

 

일단 우리의 왼쪽다리가 건강하고, 우리의 오른쪽 다리는 병들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왼쪽 다리를 건강하다는 이유로 사랑하고, 오른쪽 다리를 병들었다는 이유로 싫어한다. 이 경우 그들은 건강한 왼쪽 다리를 건사하기 위해서 오른쪽 다리를 돌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한술 더 떠서 왼쪽 다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오른쪽 다리를 잘라내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편견이며, 죽음을 무시하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두 다리는 모두 우리의 것이다. 오른쪽 다리와 함께 하는 삶도 우리의 생활의 일부이다.

 

앞의 책 가운데 소설가  정도상님이 쓰신 다음의 구절은 우리의 심장을 찌르기에 충분하다.

 

"정신병 환자에 대한 편견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순전히 필자의 주관임을 미리 밝혀둔다) 착각, 멸시, 공포이다. 첫째로, 착각은 정신병 환자가 행복할 것이라는 편견이다.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환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인데 사실 대개의 정신병 환자들은 환청, 환시, 환상, 망상에 시달리면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허공을 향해 중얼거리고 있는 정신병 환자만 상상하고서 행복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멸시는 정신병 환자는 인간이 아닌 ‘또라이’이며 짐승보다 못한 존재라는 편견이다.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동물적 존재라는 멸시는 정신병 환자의 재활에 대한 중대한 장애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신체장애자에 대한 멸시도 문제지만 정신병 환자에 대한 멸시는 동정의 여지도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셋째로, 공포는 정신병 환자가 언제든지 심리가 돌변하여 주변 사람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편견이다. 극히 일부의 경우에 정신병 환자가 돌발적인 공격을 했다는 보고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개는 자기 자신과 싸우느라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