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스피처 (L. Spitzer, 1887 - 1960)의 "문학 해석의 한 가지 방법 (A method of interpreting literature)"은 1949년 미국 노트 햄프턴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 로마 어문학자, 스피처는 20년대 30년대 문학의 문체 등을 연구한 뒤 40년대 프랑스 문학에 나타난 전통 및 “텍스트에 관한 해석 (explication de texte)”을 추적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문학의 실증주의적 해석과 이념사적 해석 사이의 어떤 구분이다.
스피처는 자신의 문헌학 연구의 전제 조건 및 수공적 수단 내지는 방법론 등을 세 가지 범례로써 설명한다. 첫 번째 장은 황홀, 즉 엑스타시를 내용으로 하는 세 편의 작품에 할애되고 있다. J. 돈 (Donne)의 「엑스타시 (The Extasie)」 (1966), J. 데 라 크루즈의 「섬뜩한 밤에 (En una noche escura)」 (1577),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나오는 「사랑으로 인한 이졸데의 죽음의 장면」 (1859)이 바로 그 작품들이다. 이로써 스피처는 “자아의 어떤 비-자아와의 황홀한 결합”에 관한 테마를 추적한다. 스피처의 작품 선택은 (세 작품 모두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출현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신중하고도 의도적이다.
스피처가 문제 삼는 것은 (세기를 관통하는) 어떤 주제 유형적인 통계를 찾아내거나, 이를 조직적인 체계로 정리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어떤 “황홀한 결합”이라는 테마가 언어상으로 문체상으로 어떻게 변화를 겪었는가? 를 밝히는 작업이다. 스피처는 다음의 사실을 결론적으로 도출해낸다. 즉 J. 돈 그리고 J. 데 라 크루즈의 시 작품에서는 주로 신비적이고 종교적인 체험이 착색되어 있는 반면에, 바그너의 작품에서는 오히려 보다 세속적인 에로스 체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 말이다. 아울러 텍스트 해석의 보편적 요구 사항은 이 장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예술 작품의 미적 차이는 (연구자가 텍스트에 밀접하게 접근함으로써) 언어적으로 그리고 주제 상으로 명징하게 나타난다. 이때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항은 스피처에 의하면 “예술의 반-합리적인 핵심”을 건드리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예술의 본질이 논리와 예지력만으로 해명될 수 없는 무엇이라는 가설을 처음부터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 「볼테르에 적용해 본 텍스트 해석」은 텍스트 해석의 적용 가능성을 방법론적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스피처는 볼테르의 젊은 시절의 시와 나이든 무렵에 쓴 편지들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그의 탁월한 예술적 문체 그리고 인간적 면모를 밝히고 있다. 스피처가 선택한 텍스트는 상당히 깊이 있는 내용을 시사해주는 것들이다. (가령 청년기의 시에서는 자아가 은폐되어 있는 반면에, 장년기의 서한문에서는 작가의 심리 구조의 내적 모습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드러나고 있다.) 스피처는 세밀한 분석을 통해서 볼테르의 “참된 자아”에 대한 요구를 포착해낸다.
마지막 장은 “대중 예술로서 이해되는 미국 광고”에 관한 것이다. [(연구 내용과는 달리) 이 장에서 (스피처가 초지일관 의도한) 텍스트 해석에 관한 자신의 입장이 평이하게 기술되고 있다. 이 글은 예술 작품의 어떤 해석을 넘어서, 이후의 구조주의적, 이데올로기 비판적 분석을 위한 사전 초석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 예술은 스피처에 의하면 형식적 아름다움의 원칙을 사용한다. 그리하여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삶의 비경제적 필연성에 예속되는 현대, 그리고 합리화 내지는 기계화의 시대”에 사용 예술은 원래의 미적 경험에 대한 대용물로 화한다. 이로써 스피처는 누구보다도 먼저 상품 미학적, 기호학적 인식에 관한 사고를 개진하였다. 스피처의 이러한 관심사는 어떤 결실을 잠재적으로 내재하고 있었다.
스피처의 문학 예술에 관한 입장은 현대 해석학의 경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해석학에서 말하는 “선입견 (Vor-Urteil)”의 기능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여러 가지 방법론적 판단들은 스피처에 의하면 독서 행위 및 인식을 방해 내지는 차단시킨다고 한다. 예술 작품은 해석자에 의해서 고유한 본원적 가치가 훼손되거나, 탈취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Leo Spitzer (1887 -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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