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서로박: 브레히트의 '시민권 시험'

필자 (匹子) 2023. 12. 5. 04:53

시민권 시험

베르톨트 브레히트

 

미합중국의 시민이 되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을 심문하는 로스앤젤레스의 판사에게

어느 이탈리아 출신의 식당주인 또한 찾아 왔다. 제 8조의 수정조항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질문에 그는 말했다,

1492년하고. 그래서 돌아가야 했다. 삼 개월 후에

다시 온 그는 제시된 질문을 받았다,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은 누구인가?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1492년. (큰소리로 친절하게 답했다.) 다시 돌려보내졌다.

세 번째로 와서 그는 어떤 세 번째 질문에 대해

다시 1492년 하고 대답했다. 이제

그 남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판사는 그가 무슨 일하는지를

물었는데, 힘들게 일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네 번째 등장했을 때 판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시했다,

언제

미국이 발견했는가? 그의 정확한 대답인 1492년에

근거하여 그는 시민권을 획득했다.

 

In Los Angeles vor den Richter, der die Leute examiniert

Die sich bemühen, Bürger der Vereinigten Staaten zu werden

Kam auch ein Italienischer Gastwirt. Nach ernsthafter Vorbereitung

Leider behindert durch seiner Unkenntnis der neuen Sprache

Antwortete er im Examen auf die Frage:

Was bedeutet das 8. Amendment? Zögernd: 1492.

Da das Gesetz die Kenntnis der Landessprache dem Bewerber vorschreibt

Wurde er abgewiesen. Wiederkommend

Nach drei Monaten, verbracht mit weiteren Studien

Freilich immer noch behindert durch die Unkenntnis der neuen Sprache

Bekam er diesmal die Frage vorgelegt:

Wer war der General, der im Bürgerkrieg siegte? Seine Antwort war: 1492.

(Laut und freundlich erteilt.) Wieder weggeschickt

Und ein drittes Mal wiederkommend, beantwortete er

Eine dritte Frage: Für wie viele Jahre wird der Präsident gewählt? Wieder mit: 1492.

Nun erkannte der Richter, dem der Mann gefiel, daß er die neue Sprache

Nicht lernen konnte, erkundigte sich

Wie er lebte, und erfuhr: schwer arbeitend. Und so

Legte ihm der Richter beim vierten Erscheinen die Frage vor:

Wann wurde Amerika entdeckt?

Und auf Grund seiner richtigen Antwort, 1492,

Erhielt er die Bürgerschaft

 

질문 1: 판사는 시작품 내에서 무엇을 심의하는 사람입니까?

질문 2: 이탈리아 식당주인은 무엇을 원합니까?

질문 3: 첫 번째 질문은 무엇입니까?

질문 4: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식당주인은 무어라고 대답하는가요?

질문 5: 3개월 후에 식당주인은 무슨 질문을 접하게 됩니까?

질문 6: 어째서 그는 항상 “1492년”하고 대답하는가요?

질문 7: 세 번째 질문이 생략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질문 8: 네 번째 질문은 무엇입니까? 왜 판사는 대답에 상응하는 질문을 던졌을까요?

질문 9: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해설) 이 작품이 탄생한 배경에는 두 개의 초고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민주적인 판사 Der demo- kratische Richter”라는 제목을 지닌 친필 원고입니다. 손수 집필된 브레히트의 원고는 누군가에 의해서 타이핑되어 오랫동안 보존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작품은 브레히트의 친필 원고와 타자기로 수정된 글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여 “시민권 시험”이라는 제목으로 프랑크푸르트 대-전집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브레히트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페르디난트 라이어 Ferdinand Reyher가 체험한 에피소드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라이어는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인데, 브레히트가 미국에 정착할 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입니다. 그는 장아일린이라는 이름을 지닌, 중국 출신의 여배우를 사랑하여 그미와 재혼하게 되었습니다. 장아일린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까다로운 시험을 치른 바 있었습니다. 미국 시민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미국의 역사 그리고 최소한의 법 규정에 관해서 숙지해야 하며, 특히 영어 어학 능력을 지녀야 했습니다.

 

과연 당시의 판사가 장아일린에게 시에 기술된 방식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판사는 브레히트에 의하면 민주적으로 처신하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시험은 오로지 미국의 시민권의 자격을 묻는 시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시험이란 그 목적에 따라 관대할 수도 엄격할 수 있습니다. 시민권 시험은 어학 시험과는 다릅니다. 미국의 시민으로서 적합한가, 아닌가를 묻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학 능력이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부러 미국에 건너가서 아이를 낳는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국적을 불문하고 미국의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미국 역사와 법 그리고 어학 능력을 묻는 것은 일견 당연해보이기도 합니다.

 

시작품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식당주인은 질문에 대해 “1492년”이라는 대답으로 일관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추측컨대 하루 종일 식당을 찾는 고객을 위해서 피자를 굽거나 스파게티를 조리합니다. 그래서 그에게는 영어를 배울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수많은 인종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입니다. 물론 그곳에는 영국 출신의 사람들이 정치와 경제의 측면에서 상류층을 형성하고 살아가지만, 다양한 인종이 살아간다는 점에서 다원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미국 땅에서 살던 사람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었습니다. 그러다 1492년에 콜럼버스에 의해서 신대륙이 발견되었으며, 유럽 문명이 그곳으로 전해졌지요.

 

작품에서 이탈리아 식당주인이 1492년을 반복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탈리아인이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지금은 북미 지역에서 영국의 청교도 세력이 자리 잡고 있지만, 실제로 그곳을 발견한 사람은 이탈리아인이라는 것입니다. 식당주인은 이러한 사실을 은근히 반영하며, 자신 역시 수없이 주인이 바뀐 미국 땅에서 주권을 지닌 시민으로 떳떳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브레히트는 어쩌면 국가가 외국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사실을 매우 싫어했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 경우 국적은 인간 개인보다도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브레히트는 “신발보다도 더 자주 국가를 바꾸면서” 국경을 넘었습니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그는 크고 작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이를테면 말년에도 그는 항상 오스트리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독 역시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새는 아무런 여권 없이 하늘을 납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 나라, 저 나라를 옮길 때 여권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법보다 인간이 더 소중할진데,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국적을 따지게 하고, 인종을 따지게 하며, 성별을 따지게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고유한 자유를 실천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세상은 우리의 자유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속하고 차단시킵니다. 나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을 결코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법이란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주로 법에 저촉이 되는 사람은 민초들이지, 권력자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우리는 법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그러한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