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447) 망자에 관해서는 좋은 말만 남겨라

필자 (匹子) 2020. 7. 10. 13:08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어섰다. 사실 그는 자신의 권한을 이용하여, 한 여성에게 커다란 상처를 가했다. 이는 분명히 잘못이다. 그렇지만 이로써 그의 행적 전체가 매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그리스의 일곱 현인도 말했듯이 "망자에 관해서 우리는 좋은 말만 남겨야 할 것이다. De mortius nil nisi bonum."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의 입장을 유추해보자. 성희롱 변호사가 하루아침에 성희롱 가해자로 매도될 경우 본인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지금까지 추구한 정의와 공정성을 위한 자신의 노력이 순간적으로 무너지는 것 같은 참담함, 모르긴 하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에게 심리적 상처를 가했다는 후회, 대선 주자에게 닥칠 여론의 공개적 비난 등을 감당하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명예로운 인간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다. 그리스의 맹장, 아이아스가 그러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러했다. 문제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자살밖에 없는가? 하는 물음에 있다.

 

독일에서는 여섯 번 이혼하고 일곱 번 결혼한 정치가는 이 문제로 인하여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빌리 브란트를 생각해 보라. 그는 66세의 나이에 자신보다 32세 어린 비서와 결혼하여 세인을 놀라게 하였다. 그들은 사생활은 사생활이고, 정치활동은 정치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다섯 명의 독일 고위 정치가가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 무려 30명의 전처들이 생활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나올 정도이다.

 

문제는 한국의 고루한 성도덕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남한에서는 이혼이 공무원 승진에 결격사유로 작용한다. 남녀가 홍등가에서 돈을 주고 섹스하면 괜찮고, 기혼남 기혼녀가 서로 사랑하면, 여론의 몰매를 맞곤 한다. 온갖 음란 동영상이 퍼져나가지만, 우리는 여전히 일부일처제만을 도덕적으로 용인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되는데,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규정 내지 관습은 전근대적이고 고루하다.

 

성희롱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면, 고결한 구애행위 역시 더러운 동물적 욕망으로 매도되기 마련이다. 성희롱이라는 범죄는 네덜란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녀를 막론하고 네덜란드인 모두에게 구애할 권한 그리고 구애를 거부할 권한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권력을 이용하여 성을 요구하는 풍습을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두 가지 사항을 제안하려고 한다. 모든 고위 공직자의 비서를 채용할 때 남녀를 불문하고 40세 이상으로 정하면 어떨까? 젊은 남녀들은 청년 실업을 언급하며 이를 문제 삼을지 모른다. 40세 이상의 비서 채용은 20, 30대 젊은이들이 용인할 수 있는 기준으로 채택될 수는 없을까? 왜냐하면 젊은이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청춘과 아름다움 그리고 미래의 시간"이라는 가능성과 수많은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모지상주의가 문제다. 유럽에서 화장하는 사람은 나이든 여성들이다. 자신의 주름을 감추기 위해서 화장하는 것이다. 유럽의 대부분 여대생들은 립스틱도 칠하지 않는다. 화장하지 않아도 예쁜데, 굳이 화장하려는 까닭은 자기만족 외에 어떠한 이유가 있을까?

 

물론 근엄한 성도덕으로 피해를 보는 여성들은 부지기수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남성의 폭력과 희롱에 피해를 당해 왔으며,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반신의 각선미 그리고 진한 화장으로 주위 사람들을 설레게 해놓고, 마력에 사로잡힌 남성에게 치명적으로 해악을 가하는 여성들도 있다.

 

성적 흥분을 조장하는 분위기를 바꾸려면,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제발 부탁드리건대 기상 앵커들을 "쭉쭉 빵빵" 젊은 여성들로 등장하게 하지 말라. 날씨에 관한 전문가는 비록 못생겼더라도 나이든 전문가가 적격이지 않은가? 날씨에 관해 알려고 하는 사람은 오로지 날씨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