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길먼의 여성주의 유토피아 (4)

필자 (匹子) 2021. 6. 29. 09:21

22. 학문과 기술에 관한 이곳 여성들의 입장: 이곳의 여자들은 특정 과학 기술을 지지합니다. 국가는 무언가를 비판하는 지식인 그룹과 무언가를 발명하는 학자 그룹을 집중적으로 돌보아줍니다. 관찰력 분석력이 뛰어난 학생일 경우 그미는 국가로부터 특별 교육을 받습니다. 이곳의 지식인은 비판력 그리고 발명 기술을 체득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하게 인식되는 과목은 해부학, 인상학, 식품 영양학입니다. 전기 에너지로 움직이는 기계, 거리에서는 자동차가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문과 기술의 발전은 농업 중심의 정책 내에서만 추진됩니다. 길먼은 여자의 나라에서 추진되는 학문과 기술의 탐구에 과도할 정도의 중요성을 부과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이곳 여성들은 비행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으므로, 세 명의 남자들을 마치 화성으로부터 불시착한 외계인으로 간주합니다. (Jens 7: 327). 과연 이들이 차제에 비행기술을 계속 발전시킬지, 아니면 처음부터 차단시킬지에 관해서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여성들이 학문과 기술을 거의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3. 교육과 종교: 여자들만의 나라에서는 교육이 중요한 일감입니다. 사람들은 소아 질병에 관해서 연구하고, 아이들을 자연 친화적으로 교육시킵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평화, 아름다움, 질서, 안전, 사랑, 지혜, 정의, 인내심 등입니다. 아이들의 정신과 영혼 역시 육체와 마찬가지로 튼튼히 단련되어야 합니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종교입니다. 자연의 순환은 그들에게 결실을 가져다주는 여성 신을 숭상하게 하였습니다. 길먼은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어머니인 땅은 사람들에게 결실을 안겨주었다. 그들이 먹는 모든 것은 어머니의 과일이었다. 그것은 땅의 씨와 알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모성은 탄생과 생명을 의미했으며, 그들에게 삶은 모성의 오랜 순환의 과정과 같았다.” (Gilman: 83). 그들이 먹는 모든 것은 어머니 신이 선사하는 씨이며, 알과 같습니다. 하나의 단일한 자연신을 숭상하다보니, 여성들은 신적 에너지가 드러내는 포괄적인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여성들은 함께 모여 리듬에 맞추어 강강술래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릅니다. 그들은 가무를 통하여 여성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24. 남성 사회에서 여성의 상은 가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길먼의 작품은 어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반복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주어진 미국의 현실은 흐린 잿빛으로 암울하게 비치지만, 작품 속의 사랑의 이상은 찬란하게 묘사됩니다. 주인공, 반은 오늘날의 페미니즘 운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흔히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여성의 매력은 실제로는 결코 여성의 근본적 속성을 말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남자들이 떠올린 갈망의 거울상에 불과하다. 여성들은 남자들의 마음에 들기 위하여, 다시 말해 남자들의 마음에 들도록 끝없이 강요당했기 때문에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간과하고, 남성이 원하는 여성의 상을 그냥 발전시켜 왔을 뿐이다. 따라서 현재 유효한 여성들의 매력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여성의 고유한 본성이 아닌 것 같다.” (Gilman: 84). 여기서 우리는 진정한 여성성이 남성의 시각과는 별개로 어떠한 남성적 강압과 이데올로기의 영향 없이 자생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발견되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25. 가식적인 남성상: 진정한 남성성에 관한 상 역시 어쩌면 거울에 비친 허상일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시각과 비교하여 창안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소설의 화자로 하여금 다음의 사항을 인식하게 했습니다. “여성들의 경우 그들은 가급적이면 다양하게, 가급적이면 여성적으로 교육 받는다. 이에 비해 우리 남자들은 남자들의 고유한 세계를 지니고 있다. 남성성을 뛰어넘는 초인적 강건함을 드러내다가 우리는 쉽사리 피곤함을 느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통해서 여성다운 여성을 그리워하며, 이를 찾으려고 한다.” (Gilman 169). 여기서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여성다운 여성은 남성의 편견에 의해 각인된 미의 고정관념이라는 사항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남성다움속에 도사린 허구와 편견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남성이라면 여성 앞에서 힘을 자랑해야 하고, 가장으로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며, 인내심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는 만들어지는 남성성내지 헤게모니 남성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송희영: 9). 이러한 만들어진 남성성 역시 남성다움이라는 편견으로서 모든 남성에게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곤 합니다.

 

26. 남성과 여성에 대한 편견: 상기한 내용과 관련하여 남성의 거울상과 여성의 거울상을 둘러싼 편견을 첨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성과 여성에 관한 수많은 오해는 인류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속출하였습니다. 가령 여성은 남성보다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논리는 오래 전부터,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헤겔에 이르기까지- 거의 통념처럼 전해졌습니다. 근대에 이르러 자연과학자들은 이러한 통념을 하나의 진리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논거로서 인간의 뇌의 크기를 예로 들었습니다. 사실 남성의 뇌는 여성의 그것보다 평균적으로 큽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여성의 뇌에서의 혈액 내지 신경전달물질의 순환 속도는 남성의 뇌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합니다. 개별 인간의 능력을 따질 때 중요한 것은 뇌의 크기가 아니라, 뇌를 작동시키는 혈액과 호르몬의 공급 속도라는 것입니다. (: 125). 따라서 뇌의 크기만 가지고 질적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완전히 허구일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지적 발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주어진 환경의 요인입니다. 지금까지 주어진 시민주의의 현실은 여성으로 하여금 지적 발달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하나의 장애물로 작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