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길먼의 여성주의 유토피아 (2)

필자 (匹子) 2021. 6. 29. 09:17

7. 세 명의 남자: 세 사람은 학문적 호기심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성품에 있어서는 제각기 다릅니다. 이러한 이질성은 특히 사랑과 성에 관한 그들의 이질적 입장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첫째로 테리”, 즉 테리 O. 니콜슨은 야심과 성공의 욕구로 가득 차 있는 진상입니다. 그는 미지의 땅 끝까지 찾아가 탐색하려는 열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테리는 모터보트, 자동차 그리고 비행기를 능수능란하게 조종할 줄 압니다. 둘째로 제프”, 즉 제프 마그레이브는 과학의 기적을 경탄해 마지않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사내입니다.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시인이 되었거나, 사제가 되었을 법한 인물이지요. 제프는 생물학과 의학을 전공하였는데, 여성들의 삶의 방식을 흠모하는 부드러운 사내입니다. 셋째로 주인공, “나인 ”, 반다이크 제닝스는 성격상 이들의 중간에 해당하는 젊은이입니다. 그는 중국문학을 전공했지만, 자연과학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성품은 합리적이고, 개방된 품성을 지니고 있으며, 자유롭게 처신합니다.

 

8. 등장인물들, 여자의 나라에 들어가다: 세 명의 남자는 아마존을 탐험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 원주민들로부터 기이한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주위의 인접한 섬에는 여성들만 살아가는 공동체가 있다고 했습니다. 여성들은 전쟁과는 담을 쌓고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Holm: 175). 세 명의 사내의 마음속에서 호기심과 모험심이 끓어오릅니다. 테리는 요트에 모든 물품을 싣고 친구들과 그곳으로 항해합니다. 첫 번째 장은 고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세 명의 사내는 여자의 나라의 해안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뒤에 감탄을 터뜨립니다. 깨끗한 정원, 아름다운 건축물 그리고 여성들의 멋진 의복 등은 탄복할 정도입니다.

 

주위환경은 깨끗하고, 단정하게 가꾸어져 있으며, 쓰레기의 악취는 없습니다. 제프는 이곳 사람들이 마치 부드러운 백합과 같아서 세심한 배려를 필요로 하는 여린 여성들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렇지만 테리에게는 여성 자체가 모조리 부드러운 동물입니다. 그에게 여성이란 성적 열망을 느끼는 여자, 그렇지 않는 여자로 분류될 뿐입니다. 세 사람 모두 여성들이 지적 능력, 논리성과 에너지에 있어서 남자들을 따라오지 못하리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장에서 세 명의 사내는 섬에서 살아가는 여자들과 처음으로 조우합니다. 원주민 여자들은 세 명의 낯선 남자를 친절하고 정중하게 맞이합니다. 그러나 테리가 심문을 피하기 위해서 권총을 사용하려 했을 때, 여자들은 세 명의 남자를 어떤 묘약으로 마취시켜서 감옥에 가두어버립니다.

 

9. 난생 처음으로 남성을 만난 처녀들: 세 번째 장에서 세 사내는 오래된 요새의 편안한 감옥에서 깨어납니다. 그들의 앞에는 세 명의 원주민 처녀들이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첼리스, 알리마, 엘라도르라는 처녀들인데, 섬으로 침입한 낯선 남자들을 바라보고 신기한 듯 방긋 미소를 짓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세 명의 남자에게 이곳의 언어를 가르치라는 명을 받은 여자들이었습니다. 테리가 흑심을 품고 그미들에게 접근했을 때 처녀들은 전혀 피할 생각 없이, 자신들이 암벽등반가라고 소개합니다. 세 명의 처녀들은 그들에게 묘한 불안감을 안겨줍니다. 왜냐하면 처녀들은 고향에서 대하던 숫기 없는 여자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처녀들의 육체는 단련되어 있어서, 달리기, 점프, 나무 가지 사이로 빙빙 돌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았습니다. 남자들은 처음에는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일정한 공간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이곳 섬의 일상 언어를 하나씩 터득해나갑니다. 3개월이 지난 뒤 세 남자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다시 포획됩니다.

 

10. 서구 문명과 여성중심 사회 사이의 소통: 4장부터 10장까지의 부분은 세 명의 남자와 이곳 원주민들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자들은 세 사람에게 여자의 나라에 관한 제반 사항을 전해주는 대가로, 세 명의 남자들로부터 서구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작가는 서구 사회가 남성 중심으로 잘못 발전되어 왔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여성중심의 공동체가 어떠한 장점을 지니는지를 알려줍니다. 독자는 이러한 대화를 통해서 여성 공동체의 생물학적 물질적 재생산, 기술의 역할, 자연과 성에 대한 그들의 태도, “새로운 인간”, 정치 제도, 법정, 교육, 종교 그리고 전쟁과 평화에 대한 그들의 자세 등을 접하게 됩니다. 세 여자와 세 명의 미국 남자 사이의 대화는 마냥 대화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 사이의 대화는 남녀의 애틋한 사랑으로 발전되고, 이러한 사랑은 결국 혼인이라는 난제로 이어집니다.

 

11. 한 가지 난관: 그렇지만 혼인에는 한 가지 난관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여자들만의 나라의 방문객은 규정상 이곳 사람과 혼인하여, 가정을 꾸릴 수 없으며, 사적인 물품들을 서로 소유할 수 없습니다. 다만 낯선 자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서 결혼식만 허용될 뿐입니다. 문제는 처녀들이 지금까지 남자들과 어떠한 교분은커녕 만난 적도 없이 자랐기 때문에 남성에 대한 에로틱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성에 매혹되는 사랑, 열정 그리고 성적 욕구 등의 단어는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외래어 단어와 같습니다. 사랑은 그들에게 어떤 유형의 우정에 불과할 뿐입니다. 따라서 섬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은 처음 섬에 발을 들여놓은 세 명의 남자들에 대해 몹시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을 뿐, 이성으로서의 사랑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Gilman: 72). 여성들은 섹스를 오로지 이성 간의 결합으로 종족을 보존하게 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처음에는 오르가슴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12. 세 명의 남자들의 이후의 삶: 세 명의 남자는 기이한 여성 공동체의 사회에서 제각기 다르게 행동합니다. 테리는 마음에 드는 처녀를 유혹하려 하지만, 실패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의 처녀들은 성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하여 몹시 흥분한 테리는 사랑하는 처녀, “알리마Alima”를 골라서 완강한 자세로 결혼을 강요합니다. 그의 일방적인 의향은 먹혀들지 않게 되고, 테리는 결국 섬으로부터 추방당합니다. 제프는 이곳의 부드러운 규칙과 예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여자의 나라에 남아서 셀리스Celis”와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소설의 화자인 반은 이곳에서 배운 바를 그대로 수용하여, 한 처녀와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 다음에 아내, “엘라도르Ellador”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옵니다.

 

여자만의 나라에서 답습한 반-에로스적인 처방은 결국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반은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부부는 자식에 관한 생각 없이 성을 서로 나눌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결혼한 연인들의 아름다운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이때 엘라도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비단 부모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의 감정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 결혼하는 것이지요? 결국 사람들은 완전한 연인들의 세계, 행복감에 젖고 상대방을 애호하는 세계, 지고의 감정적 물결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세계를 지니고 있어요.” (Gilman: 165). 이 말을 듣는 순간 반은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왜냐하면 아내가 새로운 시민 사회의 결혼의 의미를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13. 남성 중심의 미국 자본주의 현실 그리고 여자의 나라에 묘사된 현실: 작가의 시대 비판은 미국의 자본주의 문명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세 남자는 미국 사회를 다음과 같이 두둔합니다. “가난에 관한 한 우리 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이지요. 우리나라에는 과거 국가에서 존재했던 거지라든가 가난한 사람들이 더 이상 살지 않고 있지요.” (Gilman: 88). 그렇지만 이들은 미국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법이 사회적으로 적자생존을 강조하는 다윈의 엘리트주의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가난한 미국 여성들은 자식을 많이 낳습니다. 남성중심 사회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은 대화에서 첨예하게 나타납니다. “미국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삶의 방식이 있어요. 그 하나는 성장, 투쟁, 정복, 가족 거느림, 물질적 문화적 성공을 거두는 남자의 삶의 방식이며, 한 남자에게 의존하여 평생 가사 일에 시달리다가 이따금 사회적 자선 행위에 수동적으로 참가하는 여성의 삶이지요.” (Gilman: 137). 그렇지만 여자의 나라에서의 삶은 미국의 경우와는 전적으로 대조되고 있습니다. “여자들만의 나라에는 성차별로 인한 편견이 없습니다. 아니, 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완전한 사회적 삶은 결코 특정 부류의 인간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 실현될 수 있습니다. (Gnüg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