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포크너의 "8월의 빛" (2)

7. 조 크리스마스의 도주 그리고 체포: 조안나의 집이 화염에 휩싸일 때 루카스 버치 (조 브라운)은 근처를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어느 농부가 그의 길을 가로막고, 최소한 시체만큼은 화염에서 빼내자고 제안합니다. 이 와중에 루카스 버치 (조 브라운)은 방화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취조의 과정에서 그는 조 크리스마스가 흑인이라고 언질을 줍니다. 이때 보안관은 조 크리스마스가 살인자라고 단정 짓습니다. 그렇지만 조 크리스마스의 검거는 처음에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조 크리스마스는 인근 도시 머츠타운에서 체포되어, 제퍼슨의 경찰서로 이송됩니다.

 

다른 한편 조 크리스마스의 조부모는 자신의 손자 조 크리스마스를 찾으려고 제퍼슨에 당도합니다. 그들은 손자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의 손자의 죄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의 조부모들은 왕년에 이곳의 고위 관리로 일하던 게일 하이타우어를 찾아갑니다. 왜냐하면 게일은 제퍼슨 도시에서 명망이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손자에게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바이런 번치가 게일을 찾아와서, “조 크리스마스는 살인자가 아니다.”하고 일갈합니다. 조안나가 죽은 시점에 조 크리스마스는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게일은 어린 친구의 알리바이를 믿지 않습니다. 조의 할아버지는 린치를 가해서라도 조의 범행을 자백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의 할머니는 제퍼슨의 감옥을 방문하여 조 크리스마스와 면회합니다. 이때 할머니는 손자로 하여금 게일 하이타우어를 만나 도움을 청하라고 부탁합니다. 도시에서 가장 명망 높은 분이면 어떻게 해서든 조 크리스마스를 구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8. 조 크리스마스의 체포와 거세, 레나의 출산: 조 크리스마스는 법정으로 향하는 호송차에서 탈출합니다. 그는 할머니의 부탁대로 게일 하이타우어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의 뒤를 쫓는 사람은 백인 경찰, 퍼시 그림이었습니다. 그는 유독 흑인들에게 악명 높은 경찰관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퍼시 그림은 보안관의 체포 규정을 무시한 채 조 크리스마스에게 린치를 가합니다. 게일 하이타우어는 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조 크리스마스는 경찰관 퍼시 그림에 의해 잔인하게 거세당합니다. 악랄한 흑인은 차제에는 더 이상 “육봉”을 놀릴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 크리스마스는 자신이 흑인이라고 믿으면서 끝내 유명을 달리합니다.

 

다른 한편 레나에게 출산일이 다가옵니다. 바이런 번치는 일단 레나를 게일 이타우어의 집에 머물게 합니다. 뒤이어 아기의 아버지인 루카스 버치 (조 브라운)로 하여금 그미를 만나게 합니다. 함께 살든 헤어지든 간에 자식 출산일에는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게 버이런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루카스 버치 (조 브라운) 이러한 최소한의 부탁마저 거절합니다. 동료의 기막힌 행동을 참지 못한 바이런은 결투를 선언하지만, 루카스 버치 (조 브라운)은 이마저 거부하고 어디론가 종적을 감춥니다. 그래서 레나는 게일 하이타우어의 집에서 해산합니다. 출산을 도운 사람은 언젠가 자신의 손자를 고아원에 저버린 조 크리스마스의 조부모였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어느 낯선 남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제퍼슨 도시의 이방인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 사람은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친부가 아닌 사내인데, 두 사람은 정겨운 말을 주고받으며 테네시로 떠난다는 것이었습니다.

 

9. 주인공, 아웃사이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조 크리스마스입니다. 그는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신의 선조가 흑백 혼혈이라고 추측합니다. 조 크리스마스는 자신의 몸에 흑인의 피가 흐른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백인도 흑인도 아닌 그의 존재는 그야말로 미국 남부 사회의 양극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돌아설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자신을 경멸하고 멸시하도록 먼저 시비를 거는 편입니다. 조 크리스마스는 백인들 사이에서는 흑인으로 행세하고, 흑인들 사이에서는 백인으로 행세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방랑자로 살아왔습니다. 그래도 조안나 버든이라는 여성을 만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며, 안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이는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심리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고향 없는 사내의 마지막 갈망이었습니다. 조 크리스마스는 한마디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며, 앞으로도 끝내 알지 못하는 이방인의 전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

 

10. 두 등장인물의 서로 어긋나는 행적: 소설 속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갑니다. 첫째로 레나 그로브가 도시 제퍼슨으로 와서 아이를 낳고, 자연의 신비로운 특성을 인지하다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조 크리스마스 역시 힘들고 사악한 환경 속에서 참담한 길을 걸어갑니다. 그의 삶의 행적은 참담하게 꼬여 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는 방도는 오로지 죽음밖에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출구 없는 참혹한 삶 속에서 조 크리스마스를 좌충우돌 방황하게 한 것은 주위 사람들의 편협한 시선 그리고 흑인을 차별하는 주위 환경,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마지막 조 크리스마스가 죽어가는 장면은 어떤 출구 없는 절망을 보여줍니다. 절망적인 삶의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주위 사람들을 증오하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11. 주변 인물들 (1) 퍼시 그림과 바이런 번치: 조 크리스마스는 33세의 나이에 사망합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망한 나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성 역시 성탄절을 가리킵니다. 포크너는 예수 그리스도를 암시하는 이름을 의도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미국 남부에서 과연 따뜻하고 정의로운 기독교 정신이 실천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었습니다. 독립 전쟁이 끝난 이후의 미국 남부에는 흑인에 대한 차별 그리고 이들에 대한 병적 증오심 팽배해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부 사람들은 인종 차별을 정당화하고, 남북전쟁에서 패배했지만 전쟁에 참가한 백인들을 전쟁 영웅으로 찬양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끔찍한 인종차별주의자, 악랄한 경찰관 퍼시 그림이 버젓이 살아가지만, 아무도 그의 만행을 과하다고 지적하지 않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바이런 번치와 같은 온화하고 따뜻한 인물도 등장합니다. 그는 레나의 아기를 돌보며, 모자의 안녕을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왜냐하면 바이런 번치는 레나를 깊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레나와 바이런 번치의 미래의 공동의 삶에 관해 약간의 암시를 던집니다.

 

 

 

 

12. 주변 인물들 (2) 게일 하이타우어: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두 주변 인물 외에도 우리는 목사 게일 하이타우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일 하이타우어는 모든 사안의 핵심적 원인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천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는 무책임하고, 능력이 있으나, 매사에 수수방관하는 인물의 전형입니다. 그는 “높은 탑 (hightower)”에 거주하며 매사를 수수방관하는 자의 전형입니다. 게일은 오래 전에 도시의 장관으로 일한 적이 있는데, 자신의 아내가 멤피스라는 사내와 정을 통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아내를 더럽고 불결한 여자라고 공개적으로 손가락질합니다. 게일의 아내는 결국 자살로써 한 많은 삶을 마감합니다. 사실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은 게일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게일은 모든 잘못을 아내 탓으로 돌리는 등 아내의 자살로부터 발뺌합니다. 다만 장관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여론의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게일 하이타우어의 세계관에 있습니다. 그는 남북 전쟁 당시에 남부인 특유의 보수주의의 자만심을 부추긴 바 있으며, 남부 병사의 영웅적 행위를 끝없이 칭송했습니다. 하이타우어의 백인 우월주의는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 흑인들을 외면하도록 작용합니다. 게일 하이타우어는 절망 속에 처한 조 크리스마스의 처지를 이해할 줄 모르며, 불행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전형적인 수수방관형의 인물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