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포크너의 "8월의 빛" (1)

1. 범죄의 온상으로서의 가족 그리고 흑백 갈등: 미국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8월의 빛Light in August』(1932) 은 1932년 발표된 장편 소설인데,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 것입니다. 포크너는 바로 이 작품에서 세 명의 등장인물의 운명을 탁월하게 묘사했을 뿐 아니라, 남북 전쟁 이후의 미국 남부의 사회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다루었습니다. 아마도 포크너처럼 소시민 가정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묘파한 작가도 없을 것입니다. 자고로 가족들은 가족 내의 비밀이 외부에 절대로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비밀스러움과 폐쇄성은 문제의 본질을 깨닫게 하지 못하고 가족 구성원 모두를 파멸의 길로 몰아가곤 합니다. 그래, 포크너는 남북 전쟁 이후의 미국 남부의 파렴치한 가족 이기주의 그리고 이들의 파멸을 집요하게 추적하였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포크너가 흑백 갈등의 문제를 냉철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항입니다. 물론 윌리엄 포크너가 흑인과 백인이 무조건적으로 뒤섞여 생활하는 이른바 공존의 방식을 하나의 해결책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인종은 평등하며, 누구든 간에 동등하게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한 한 포크너의 입장 역시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짐 크로우 법은 1830년 짐 크로우에 의해서 제기되고 확정된 법으로서 미국 남부의 흑백 차별을 입법화한 것입니다. 이 법은 1965년까지 미국 사회에서 유효하였습니다. 흑인과 백인은 동등한 존재이지만, 제각기 독자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 법이 바로 짐 크로우 법의 골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레나의 여정, 자연의 순환, 소설의 제목: 이전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8월의 빛』역시 어떤 가상적인 지역인 “요크나파타파”를 소설의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레나 그로브라는 천진난만한 처녀입니다. 그녀는 고향인 앨라배마에서 살다가 루카스 버치라는 사내와 사랑의 불장난을 저질렀는데, 그만 임신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레나는 임신 사실을 그에게 전했는데, 루카스는 이 말을 듣고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어디론가 도주합니다. 레나는 오빠로부터 임신의 추궁을 당했는데, 도시 제퍼슨으로 향합니다. 루카스가 제퍼슨에서 목수로 일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미는 루카스와 결혼하여 아기를 낳고 싶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레나는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바이런 번치라는 사내와 함께 테네시로 되돌아갑니다. 이렇듯 레나의 여행기는 타향에서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인간의 여정을 담고 있는데, 그 자체 자연 순환의 과정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태양의 빛은 모든 변화불측한 인간사와는 무관하게 밝고 힘찬 에너지를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전해줍니다. 작품의 제목 역시 바로 이 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포크너는 자신의 고향인 미시시피 강에서 반사되는 8월의 태양의 찬란한 빛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8월의 빛은 기이하게도 어떤 번쩍이는 특징을 지니는데, 이는 마치 우리의 나날에서 비롯하는 게 아니라, 머나먼 과거의 시간에서 유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연의 정령 파우나, 사티로스 등과 같은 신이 존재했던 태고의 시대 말이다.”

 

  

  

3. 조 크리스마스, 인성은 유년과 청년의 삶의 체험에서 결정된다.: 소설 속의 핵심적인 인물은 조 크리스마스라는 사내입니다. 조 크리스마스는 백인이지만, 자신의 부모, 자신의 선조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조 크리스마스가 어떻게 고아원에 버려졌는가? 에 관해서 소설 속에서 나중에 밝혀집니다. 그의 어머니는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서커스 단원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뒤에 임신하게 됩니다. 그미는 아들을 출산한 다음에 난산으로 인하여 유명을 달리합니다. 조의 외할아버지는 딸의 죽음을 참지 못하고, 서커스 사내를 찾아가 말다툼하다가 그를 총으로 쏴죽입니다. 뒤이어 할아버지는 조 크리스마스가 세 살이 되었을 때 고아원에 떠맡깁니다. 어릴 때 그는 손자의 귀에다 “너의 부모는 흑인이다.”하고 속삭였습니다. 고아원에서 자라게 된 조 크리스마스는 자신의 선조가 흑백 혼혈이라고 철석같이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은 다시 불행을 낳게 됩니다. 그는 고아원에서 나이든 사내에게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나이든 사내는 자신의 범죄를 감추려고 조 크리스마스를 양아들로 자신의 호적에 올렸습니다. 조 크리스마스의 성격이 뒤틀리고 저항적인 것은 바로 이러한 유년기 그리고 청년기의 삶의 체험 때문입니다. 18세가 되던 해에 그는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하던 양부를 끝내 살해하고 도주했습니다. 그 후에 조 크리스마스는 주위의 어떠한 인간과도 따뜻한 정을 나누지 않게 됩니다. 우연히 창녀 보비를 만났는데, 자기보다 몇 살 나이 많은 그미에게 약간의 연민을 느낄 뿐입니다.

 

4. 세 명의 사내, 조 크리스마스, 루카스 버치 (조 브라운), 바이런 번치: 조 크리스마스는 제퍼슨의 목공소로 사용되는 방앗간에서 두 남자, 루카스 버치 (조 브라운) 그리고 바이런 번치와 안면을 익히게 됩니다. 그는 방앗간이 흑인 노예의 매매를 은폐하기 위한 장소라고 믿고 있습니다. 루카스 버치는 레나를 임신시키고 도주한 장본인입니다. 그는 레나와 결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는 이름까지 바꾸어, 조 브라운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루카스 버치는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뻔뻔스러우며, 냉담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이에 비하면 바이런 번치는 심성이 곱고 수줍은 편입니다. 그는 제퍼슨에 당도한 레나와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레나는 수소문 끝에 자신의 정인이 바이런 번치라는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소문을 접했던 것입니다. 바이런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녀를 바라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소극적인 성품으로 인하여 사자신의 마음을 직접 전하지 못합니다. 바이런은 레나와 루카스 버치의 만남을 주선하지만, 루카스 버치 (조 브라운)은 레나를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냉담하게 대합니다.

 

 

    

 

5. 조 크리스마스, 조안나 브라운의 집 근처에 거주하다.: 조 크리스마스는 도시 제퍼슨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조안나 버든의 땅에 있는 초가에 은거합니다. 아무래도 도시의 중심가보다는 도시의 가장자리에 거주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조는 양부를 살해한 혐의로 쫓기는 도망자 신세였으니까요, 조안나 버든은 뉴잉글랜드 출신의 여성인데 남북전쟁 이후에 이곳 제퍼슨의 비교적 넓은 땅을 구입하여,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그미는 노이로제의 증상을 지닌 중년 여성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조안나는 한편으로는 엄격한 캘빈주의 사상으로 흑인들을 따뜻하게 포용해야 한다고 믿는 신앙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성적 불만족을 탓하며 자학하는 등 이중인격의 소유자입니다. 게다가 그미에 관한 도시 사람들의 평은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조안나는 이방인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경제적으로 착취하곤 했기 때문입니다.

 

6. 조 크리스마스, 조안나 브라운을 사랑하다가, 살해하다: 어느 날 밤에 조는 조안나의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두 사람은 일상적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끌어안게 됩니다. 두 사람은 포옹은 순식간에 격렬한 동침으로 이어집니다. 두 사람은 상당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인이 됩니다. 처음에 조 크리스마스는 여주인의 말씀을 좋게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미는 흑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드러내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사랑의 열정으로 상대방을 대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안나는 조 크리스마스를 마치 노예처럼 학대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조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에 교회에 가지 않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어느 날 순간적으로 격분한 조안나는 조에게 엽총을 겨누면서 무릎 꿇고 기도하라고 강하게 요구합니다. 조안나는 조 크리스마스와 성교할 때도 가학적인 요구를 서슴지 않습니다. 도저히 참지 못한 조 크리스마스는 어느 날 여주인의 목에 칼을 그어댄 다음에 그미의 목을 잘라버립니다. 뒤이어 조안나의 집에 불을 질러서, 집 전체가 온통 화염에 휩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