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포크너의 음향과 광기 (1)

필자 (匹子) 2022. 2. 8. 11:20

아마 윌리엄 포크너 (1897 - 1962)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미국 문학은 문학 기술적 측면에서 그리고 문체상의 측면에서 유럽 문학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포크너의 문학은 미국 남부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애환과 갈망을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다는 점에서 그리고 문학 기술적 차원에서 그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해줍니다. 후자의 경우 포크너는 영어의 어휘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활용했으며, 연대기적 서사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시점과 비연속적인 시간 구조를 채택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소설의 내러티브 방식 자체를 실험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그의 장편 소설 『음향과 광기The Sound and the Fury』(1929)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포크너는 미시시피의 제퍼슨 지역의 콤슨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미국 남부의 전통적 세계가 어떻게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파괴되는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제목, “음향과 광기”는 셰익스피어의 극작품 「맥베스」에서 인용된 것입니다. “이것은 백치에 의해 전달된/ 소리와 음향의 아무런/ 의미도 담겨 있지 않은 이야기다.”

 

소설은 4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작품은 소설의 주제와 일치되는 소설의 관점을 도입합니다. 맨 처음에 모든 것은 아이들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는데, 독자는 세상을 고찰하는 방식에서의 기이함을 느끼게 됩니다. 소설은 1928년 4월 이후에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등장인물의 과거의 기억 내지 여러 가지 상념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콤슨의 가족들은 미시시피 강 근처의 제퍼슨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 리치먼드 콤슨은 그리스 로마 문학을 탐독하는 숙명론적 니힐리스트입니다. 그는 삶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무의미하다고 여기며 술에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그가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을 때 나머지 가족들은 정서적으로 어느 정도 파괴되어 있습니다. 콤슨 가문은 왕년에 군수 그리고 장성을 배출한 명문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어머니, 카롤리네 콤슨에게는 3남 1녀가 있습니다.

 

큰 아들, 쿠엔틴, 둘째 아들 제이슨, 셋째 아들 벤자민 그리고 딸, 캐디가 그들입니다. 이들 가운데 큰 아들은 영리한 하버드 대학생이지만,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막내아들, 벤자민은 정신질환을 앓는 백치입니다. 집에는 케디의 딸이 함깨 살고 있는데, 그미의 이름 역시 쿠엔틴입니다. 그밖에 하녀로 일하는 흑인 여자, 딜시의 가족들이 사랑채에서 살고 있습니다. 있습니다. 딜시에게는 남편 로스쿠스, 아들, T.P, 베르쉬 그리고 그미의 딸 프로니와 프로니의 아들 루스터가 있습니다.

 

소설의 제 1부는 가족의 일상이 벤자민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습니다. 벤자민은 제대로 말하지 못하므로 가족들과 소통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가족들은 그의 탄식, 히히힝 거리는 소리, 이빨 소리를 접하고, 그의 마음을 지레짐작할 뿐입니다. 게다가 벤자민의 지능은 매우 낮아서, 순간적으로 발생한 사건 외는 거의 아무 것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어쩌면 벤자민은 가족 이기주의의 희생자입니다. 가족들은 남부끄럽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그를 잭슨 정신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제 1부에서 서술되는 캐디의 처녀성 파괴의 사건 그리고 쿠엔틴의 자살 사건은 독자에게 섬뜩한 비밀스러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소설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 캐디는 제 3자에 의해서 서술되는 인물입니다. 그미는 매우 사랑스럽고 인간적 따뜻함을 지녔는데, 어느 날 달톤 아메스라는 젊은이와 사랑을 나누다가 임신하게 됩니다. 가족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서 남편감을 찾아서 그미를 결혼시키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캐디는 1910년 4월 임신한 몸으로 인디아나 출신의 은행가 허버드 헤드와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러나 헤드는 결혼 후에 아기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결국 그는 캐디와 심하게 싸운 다음에, 이혼합니다. 그후 캐디는 제퍼슨 마을에서 남편을 속인 음탕한 여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이로 인하여 고향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던 캐디는 딸을 친정집에 맡기고 멀리 떠나 독립적으로 살아갑니다.

 

제 2부에서 서술되는 현실적 배경은 18년 전이며, 소설의 화자는 주인공의 오빠, 쿠엔틴입니다. 그는 섬세하고 영리한 하버드 대학의 학생입니다. 아버지, 리치먼드는 큰 아들에 대한 신임과 기대감이 각별하였습니다. 비록 본인은 술독에 빠져 살아가지만, 아들만은 가문의 명예를 지키리고 생각합니다. 사실 쿠엔틴은 할아버지가 물려준 손목시계를 차고 다닙니다. 손목시계는 하나의 객관적 상관물입니다. 그것은 할아버지가 누렸던 명예와 영화를 답습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쿠엔틴은 마음속으로 여동생, 캐디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캐디가 한 사내에게 처녀성을 빼앗기고 임신했다는 소식을 접한 다음부터, 그의 의식과 판단력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가문과 명예를 지키라는 것을 생활신조로 여기고 살아왔는데, 여동생이 이를 완전히 망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쿠엔틴은 자신이 지금까지 지켜온 금욕적인 삶이 과연 얼마나 고결한가? 하고 자문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무의식적으로 사랑하는 임이 타인에 의해 더럽혀졌다는 고통과 억울함이 묘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자신은 그미의 손목 한 번 잡아보지 못했는데, 임을 빼앗기고 말았다는 게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비록 상상 속이기는 하지만, 여동생과 근친상간을 저지르며, 영원한 저주의 환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결국 쿠엔틴은 마지막에 이르러 강물에 빠져 익사합니다.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찰스 강에 놀러갔을 때 투신자살했던 것입니다. 강물에 떨어질 때 쿠엔틴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는 깡그리 박살나고 맙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