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 (1)

필자 (匹子) 2022. 2. 21. 09:24

 

 

이것은 인구 성장의 도표입니다.  19세기 이후로 엄청나게 인구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산업 혁명 이후로 더 나은 삶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식을 많이 낳게 하였던 것입니다. 인구 폭발이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자고로 폭발이라고 하면 일회적인 사건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는 서서히 인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2016년초의 세계 인구는 73억 6천만에 육박하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인구가 감소하여 노동력이 줄어든다고 우려를 표명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면 인구의 감소가 더 나은 정책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급작스러운 감소는 부작용을 낳겠지요. 그러나 원시안적으로 고찰할 때 우리는 인구를 감소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니스트 칼렌바크 (E. Callenbach, 1929 - )의 유토피아 소설, "에코토피아. 1999년의 윌리엄 웨스턴의 노트와 기록 (Ecotopia: The Notebooks and Reports of William Weston)"는 1975년에 간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1991년 김석희씨의 역으로 정신세계사에서 출간된 바 있습니다.) 칼렌바크는 1958년 이후부터 버클리에서 간행되는 계간 잡지 “Film Quaterly”의 편집자로 일해 왔는데, “멋진 양식으로 가난하게 거주하기 (Living Poor with Style)”이라는 대안 잡지를 간행한 것으로 잘 알려진 바 있습니다. 이로써 그는 신대륙의 환경 및 야생 보호를 추구하는 미국 작가들에 편입될 수 있습니다. 칼렌바크의 선구자는 토로 (H. D. Thoreau), 존슨 (R. U. Johnson), 레오폴드 (A. Leopold)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야생 보호 운동은 60년대 이후로 퍼져나간 일련의 환경 재앙으로 인하여,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운동으로 확장되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생태학을 위한 하나의 핵심적 전언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올더스 헉슬리 (O. Huxley) 역시 1962년에 환경 친화적인 「섬 Island」이라는 작품에서 하나의 대안 사회를 묘사한 바 있는데, 칼렌바크는 무엇보다도 환경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하여 하나의 가상 국가인 "에코토피아"를 설계하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사회 유토피아는 자연을 포함한 제반 환경의 영역을 인위적 조절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에코토피아"에서는 인간 외적인 자연이 삶의 본질적 토대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칼렌바크의 작품에서는 미국에서 출현한 여러 재앙은 사라지고, 거주 환경은 이제 완전히 복구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1980년에 워싱턴, 오레곤, 노트 캘리포니아 등으로 분할되어, 이제 여러 독립 국가들로 나뉘어진 채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에코토피아라는 신흥 독립 국가도 있습니다. 1999년에 36세의 뉴욕 저널리스트인 윌리엄 웨스턴은 독립 국가인 에코토피아로 향해 여행을 떠납니다. 80년대 이래로 워싱턴은 에코토피아를 침공하였으나, 이 국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가령 미국 작가 벨러미 (E. Bellamy)는 작품, "뒤를 돌아보면서 (Looking Backward)" (1888)에서 중앙 집권적으로 조직된 군사적 계획 경제를 추구하는 유토피아를 묘사한 바 있는데,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서기 2000년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이에 비하면 칼렌바크의 주인공 “나”는 “타임 포스트” 그리고 백악관의 요구에 응하여, 1999년에 국경선을 넘어 에코토피아로 향합니다. 이는 아마도 과거의 실험을 정확히 보고하려는 의도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웨스턴은 자신의 체험을 연대기 순서에 의해서 50개의 단락 속에 차례로 서술하였습니다. 에코토피아에 관한 웨스턴의 서술 그리고 그의 태도 등은 모순적입니다. 가령 웨스턴의 서술은 때로는 개인적인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때로는 미국 독자를 염두에 둔 신문 기사와 같은 이른바 공개적인 르포 형식으로 집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적 묘사 방법은 웨스턴의 분열된 입장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웨스턴은 한편으로는 천박한 미국식 노동 및 경쟁 이데올로기에 익숙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나라에서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대해 열광합니다. 따라서 그가 에코토피아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열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정부의 공공연한 견해를 표방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에코토피아는 생태계 보존을 국가의 최상의 과제로 간주하는 나라입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의 삶의 방식은 자연 순환 그리고 생태 시스템의 원칙적으로 가능한 안전성에 대한 견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샌프란시스코에는 자동차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자동차는 배기가스로 인하여 에코토피아에서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4차선 도로는 좁아지고, 거리에는 수많은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전기 택시, 미니버스 그리고 손수레밖에 없습니다. 미니버스는 고풍스러운 케이블카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기 배터리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시속 16 킬로미터로 달리는 버스의 운전수는 없고, 원격 전자 장치로 달리거나 멈추어 서곤 합니다. 거리에는 과거에 존재했던 광고용 간판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광고용 간판이 없다는 것은 구매를 위한 생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시장 기능을 약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광고용 간판이 없으므로, 밤이 되면 옛날에 그토록 밝았던 샌프란시스코의 번화가는 칠흑처럼 어둡습니다.

 

 

 

 

에코토피아는 미국 서부의 지역 (연한 녹색으로 표시됨)을 가리킨다.

 

그런데 식생활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설탕의 사용은 금지되어 있으며, 전자레인지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패스트푸드의 습관을 떨친 지 오래입니다. 또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유전자 조작의 식품 그리고 고래 사냥을 혐오합니다. 에코토피아의 사람들의 옷은 모두 재생 털실의 가내 수공업 제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석유 내지 화학 섬유로 만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문명인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마치 “옛날의 서부 인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조금도 인색하지 않습니다. 심심하면 저주와 독설을 퍼붓는 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동물적 방어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을 즐기고, 신체 접촉을 즐깁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마리화나를 즐겨 피웁니다. 에코토피아인들에게는 시간관념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실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해돋이, 해넘이, 밀물 그리고 썰물 등입니다. 그들은 “인디언들은 손목시계를 차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를 따르려고 애를 씁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태양열 주택과 신형 플라스틱을 이용한 성형 주택을 창안해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개발된 것이 바로 “분해 가능한 플라스틱”입니다. 우스꽝스럽게도 사람들은 이를 “플라스틱이 죽는다.”라고 표현합니다. 정부는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 공해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심했습니다. 그리하여 고안해낸 것이 하수구 찌꺼기를 건조시켜 자연 비료를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향후 2 내지 3년 후에 사람들은 화학 비료 없이 유기 농법에 따라 농사를 짓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하수 쓰레기 재활용 그리고 “질소 고정 에너지”를 활용하여 새로운 농작물을 1년에 두 차례 수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질소 고정 에너지는 이모작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질소 고정 에너지란 공기 속의 질소를 채취하여 암모니아로 환원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가리킵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처음부터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커다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들은 과거의 정부로부터 화력발전소 그리고 핵융합 발전소를 물려받아서, 처음에는 이러한 시설을 이용했지요. 안전을 위하여 그들은 냉각수 배출 관을 바다 쪽으로 연장하고, 만에 하나 나타날지 모르는 핵폭발에 대비한 예방조치를 강화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완전한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핵발전소는 모조리 폐쇄되었습니다. 게다가 수력 발전 역시 믿을 게 못되었습니다. 수력 발전을 위한 댐을 건설하면, 토사로 인한 범람이 우려되고, 연어들과 같은 야생 동물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력 발전소 건설을 도중에 포기해야 했습니다. 대신에 에코토피아인들은 태양광선을 복사에너지로 활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나라에서는 영구적인 에너지 자원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컨대 지름 9미터의 접시용 거울은 자동적으로 움직입니다. 그것은 수증기를 끓여서 곁에 있는 발전기를 가동시킵니다.

 

 

 

교통의 분야에서도 에코토피아인들은 획기적인 변화를 이룩했습니다. 도시와 도시 사이의 인적 물적 교류는 주로 기차로 이루어집니다. 고속도로는 존재하지만, 이전처럼 자동차가 많이 달리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국가는 석유 내지 휘발유 자동차들을 더 이상 사용하지 말도록 조처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사람들의 편의를 위하여 열차는 5분 간격으로 도시와 도시 사이를 달립니다. 이러한 교통수단을 마련함으로써 사람들은 주차난, 소음, 교통 혼잡 그리고 공해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에코토피아에서는 여객기가 더 이상 운행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기차는 시속 360킬로미터의 빠른 속력으로 달립니다. 또한 트레일러 버스는 예외적으로 운행되는데, 시속 160 킬로미터로 달립니다. 정부는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의 생산 설비를 바탕으로 전국에 새로운 철도망을 건설하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애틀까지 철도 건설의 비용은 초음속 여객기 10대의 비용과 맞먹습니다. 국가는 “한 사람의 기차여행을 위한 1마일 당 비용은 1000마일 이내의 거리를 비행기로 운행하는 비용보다 적게 먹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귀엽고 불쌍한 돌고래가 기름으로 덮인 바닷을 사이로 헤엄치고 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하루 4시간 노동을 선언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동의 생산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국민 총생산 역시 과거의 국가에 비해서 3분의 1정도 감소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경제적 재앙이 인류 생존에 대한 재앙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약간 가난하게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자연의 황폐화를 사전에 차단시킬 수 있다면, 약간의 가난은 감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농업이 정부 차원에서 관리되고, 석유 채굴 산업 및 석유와 관계되는 일련의 산업들은 중단되었습니다. 백화점이 강제로 통합되었으며, 목재 산업을 위협하는 자연보호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외부의 국가의 군사적 개입을 하나의 논거로 내세웠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에코토피아인들은 미국 정부가 에코토피아를 침공하는 데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아내고, 민병대를 창설하고, 유럽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였습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간간이 집결하여 군사 훈련에 임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