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루키아노스의" 참된 이야기"

필자 (匹子) 2023. 1. 31. 11:25

친애하는 C, 오늘은 후기 그리스 시대에 활동하던 작가, 사모사타 출신의 루키아노스 그리고 그의 문학 작품 “참된 이야기 (Αλήθη διχήγηματα)”에 관해 거론하기로 하겠습니다. 루키아노스의 생애는 확실하게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는 루키아노스에 관한 정보들을 동초서초하여, 당신에게 전하려고 합니다. 루키아노스는 기원후 120년경에 (지금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 근처에 있는) 사모사타 (삼사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 점토 모형을 만드는 재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조각가인 삼촌의 도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말다툼이 화근이 되어 가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친애하는 C, 흔히 말하기를 젊은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일이 독서와 여행이라고 합니다. 독서가 사고의 깊이 내지는 견해의 함양이라는 내적 훈련을 발전시킨다면, 여행은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한 좁은 관점을 수정해준다고 합니다. 전자가 우리의 사상과 논리를 계발시켜주는 현미경처럼 작용 한다면, 후자는 우리의 차단된 선입견을 확장해주는 망원경처럼 작용하는 게 아닐까요? 루키아노스는 어쩔 수 없이 여행해야 했고, 틈틈이 독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전통적 문학은 그의 내적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호메로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파네스의 문학에 정통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그는 아람어를 사용했지만, 그리스어를 완전히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루키아노스는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리스 문화 전반에 관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직업적 대중 연설가로 살아갑니다. 자신의 웅변을 과시하기 위하여 여러 도시를 떠돌아다니며, 시범 연설 그리고 공개적으로 강의했는데, 혹자는 그가 법정에서 변론을 담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루키아노스는 그리스를 순회한 뒤에 이탈리아를 거쳐 갈리아 (지금은 프랑스 땅)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나이 30세가 되었을 때, 실속 없이 방랑해야 하는 직업에 환멸을 느껴 아테네에 정착합니다. 그는 대중 연설을 그만 두고, 당시의 지식인들에 관한 풍자적인 평론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플라톤의 대화 그리고 견유학파의 철학자, 메니포스 (Meniphos)를 흉내 내어 운문과 산문을 혼용하기도 했습니다.

 

친애하는 C, 인간 가운데에는 속물들이 있습니다. 재물을 밝히고, 성을 탐하며, 공명심에 사로잡힌 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재물을 탐하고 성을 밝히는 것은 그 자체 본능이기 때문에 무조건 비난 받을 수는 없지만, 문제는 속물들이 온갖 비열한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의 사적 이득을 챙긴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식인 가운데에도 속물들이 있지요. 그들은 신문에 자신의 이름 내기를 갈망하며, 오늘날에는 TV에 논객으로 출연하는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여깁니다. 특히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이른바 표리부동(表裏不同)이 지식인 속물의 전형적 특징이지요. 속물 지식인들은 일반 속물들보다도 훨씬 영약하고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일은 오로지 자신의 명예욕을 위해 행해질 뿐 아니라, 거짓을 진리라고 꾸며댐으로써 어리석은 인간들을 현혹하거나 악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루키아노스는 말만 떠벌리고, 실천하지 않는 철학자 지식인들을 가장 혐오하였습니다. 그리고 재물과 명예에 집착하는 인간들은 그의 풍자 대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루키아노스는 신랄하고 심술궂은 재치를 발휘하여 지식인의 속임수 그리고 위선 등을 백일하에 지적하였습니다. 그가 즐겨 다룬 주제들은 명예와 재물의 덧없음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죽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그는 철학자, 메니포스를 등장시켜, 다음과 같이 말하게 했습니다. 즉 왕과 귀족들은 죽은 뒤 잃을 게 많지만, 자신은 죽은 뒤에도 잃을 게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친애하는 C, 신 혹은 조물주께서는 당신이 올바르고 정의롭게 살아가도록 잠깐 돈과 재산을 빌려주었을 뿐입니다. 빌린 돈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사용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한마디로 작가 혹은 지식인들의 속임수 내지 위선적인 삶을 풍자하는 일 - 그것은 루키아노스의 문학적 관건이었습니다.

 

각설, 루키아노스의 “참된 이야기”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이 작품이 언제 씌어졌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두 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환상적인 여행 소설 내지 모험 소설에 해당합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이후의 많은 작가들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의 공상적인 나라와 인간들에 관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곤 했습니다. 특히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정벌 이후로 일반 대중들은 역사와 지리학과는 무관한 공상의 영역을 다룬 작품들을 즐겨 읽었습니다.

 

“참된 이야기”의 서문에서 저자는 호메로스 외에도 크테시아스 (Kthesias)의 인도에 관한 책 그리고 이암불로스 (Iambulos)의 “태양 섬” 그리고 헤로도토스 (Herodot)의 역사 서적 등을 끔찍한 범례들이라고 칭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루키아노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만약 내가 독자를 속인다면, 나는 바로 이 점에서 진실을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나는 스스로 체험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직접 겪지 않았던 이야기를 기술하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실재하지도 않거니와 실제 현실에서 나타날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나의 독자들은 어떠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내용을 신뢰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루키아노스 (BC. 180 - BC. 120)

 

친애하는 C, 유감스럽게도 호메로스의 작품, 헤로도토스 그리고 몇몇 작가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서적들은 오늘날 유실되고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루키아노스의 패러디를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안타깝게도 풍자를 위한, 마치 후추 가루와 같은 양념 없이 루키아노스의 거짓 여행기를 민숭민숭하게 “맛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신에 작가는 이야기 가운데에서 여러 빗나가는 내용을 보완하기 위하여 알록달록한 에피소드를 첨가해 두었습니다. 제 1장과 제2장을 제외한다면, 이야기는 생생한 그림처럼 그렇게 모험적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루키아노스 자신입니다. 그는 50명의 다른 거짓말쟁이 친구들을 데리고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닙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호언장담합니다. 그의 여행은 심지어 우주로 향하기도 합니다. 루키아노스는 자신의 고향에서 유래하는 이야기를 사용하는데, 이는 나중에 “아라비안나이트”에서 그리고 항해사 신밧드의 이야기에서 다시금 등장하지요. 로크와 같은 기상천외한 새가 나타나는가 하면, 루키아노스의 배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고래도 등장합니다.

 

제 1권에서는 달과 별에로 향하는 여행, 태양에 당도하여 구속 수감되는 이야기 (9 - 29), 너무나 거대한 고래 배속에서 겪었던 체험 (30 - 42) 등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엉뚱하고도 우스꽝스럽습니다. 가령 거대한 거미들은 달과 별 사이의 공간을 기나긴 거미줄로 연결시켜, 사람들로 하여금 그 위로 걸어 다니게 합니다. 루키아노스는 달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공기를 마치 음료수처럼 제공합니다. 우주선이 만들어지기 1700년 전에 그러한 생각을 끄집어내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제 2권에서 사람들은 치즈 섬 근처에서 풍랑을 만납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축복의 섬” 그리고 “저주의 섬”들을 체험합니다. (4 - 29) 축복의 섬에는 산 자체가 거대한 치즈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무에는 소시지가 주렁주렁 자라고 있으며, 개울에는 맛좋고 품질 뛰어난 사향 포도주가 졸졸 흐르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은 술에 취해 있고, 강가의 여자들은 포도나무 가지로 변신해 있습니다. 축복의 섬에서 사람들은 너무나 맛있는 음식과 음료수로 황홀경에 빠지는 반면에, 저주의 섬에서는 거짓말쟁이 작가들이 고통을 겪으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가령 “역사가들 가운데 크니디어 사람인 크테시아스, 헤로도토스 그리고 많은 다른 작가들은 인간에게 거짓말을 참으로 전달했다는 이유로 혹독한 괴로움을 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기지와 재치가 넘치는 묘사 속에서 이렇듯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비판이 드물게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배를 타고 항해를 계속하다가, 꿈의 섬, 오기기아에 당도합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오디세우스의 편지를 칼립소에게 전하기도 합니다.

 

루키아노스는 감추어져 있는 대륙에 관한 거짓 이야기를 참되게 묘파하였습니다. 루키아노스가 타고 간 허구의 배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아내기 위하여 대서양을 가로지릅니다. 그 배는 “대서양의 끝은 무엇이며, 반대편의 해안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를 체험하기 위하여 항해하는 것입니다. 이는 세네카 (Seneca)의 예언보다도 더 분명한 것입니다. 세네카에 의하면 대서양은 유한하며, 언젠가 대서양의 끝이 끊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친애하는 C, 루키아노스의 작품 속에는 신대륙에 대한 지리학적 갈망의 상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는 놀랍지 않습니까? 실제로 콜럼버스 역시 루키아노스의 이 책 그리고 세네카 그리고 플루타르코스의 책을 읽고 지구는 둥글며, 이곳 반대편에는 틀림없이 아틀란티스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았던가요? 온갖 고초를 겪은 뒤에 사람들은 지상의 반대편에 있는 대륙에 당도하게 됩니다. 작가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관해서 다음의 책에서 기술하기로 하고 작품을 끝냅니다.

 

타인을 비판하기는 쉬우나, 스스로 독창적인 무엇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법인가요? 그렇습니다. 루키아노스는 생전에 연설 그리고 작품 등을 통하여 당시의 철학 사기꾼들의 천박함을 무자비할 정도로 폭로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에게도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그의 비판은 철학자들의 이중성을 여지없이 공박하는 데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이는 다만 거짓을 파괴시키는 일에만 도움이 될 뿐이었습니다. 루키아노스는 사이비 철학자들의 학문을 대신할 수 있는 독창적인 무엇을 찾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무익한 염세주의는 작품 곳곳에서 녹아 숨쉬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C, 루키아노스의 취약점에서 무언가 배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