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2) 카리톤의 "카이레아스와 킬리오에"

필자 (匹子) 2023. 1. 11. 09:14

(앞에서 계속됩니다.)

 

7. 킬리오에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장례를 치러주다.: 어느 날 킬리오에는 누군가로부터 잘못된 소식 하나를 접합니다. 그것은 남편의 부음 소식이었습니다. 즉 소식에 의하면 남편은 카리엔 지역의 해안에서 해적을 만나 피 흘리면서 싸웠는데, 안타깝게도 전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그미는 몹시 슬펐지만, 남편, 카리에라스의 죽음을 하나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입니다. 비록 낯선 땅이지만, 최소한 장례식을 치름으로써 남편의 영혼을 위로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미는 자신의 주인에게 조촐하게라도 장례식을 치르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밀레의 귀족, 디오니시오스는 도량이 넓은 장부였습니다. 그는 킬리오에와 혼인하게 되었지만, 임신한 몸을 고려하여 그미와의 합방을 먼 훗날로 연기합니다. 그렇게 결심하게 된 까닭은 바로 킬리오에에 대한 깊은 연정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노예라고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킬리오에에 깊은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속사정을 접하고 그미가 아무런 걱정 없이 장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게 됩니다. 장례식을 거행하는 동안 킬리오에는 많은 눈물을 흘립니다. 남편의 죽음도 그 자체 안타까운 일이지만, 뱃속의 아이가 아버지 없이 태어나, 차제에 노예로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8. 어째서 남자들은 미녀 앞에서 이성을 잃게 되는가?: 장례식은 킬리오에의 의도와는 달리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디오니시오스는 장례식의 경비를 조금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장례식의 비용을 모조리 감당함으로써 그미의 마음을 얻고 싶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부유함을 도시 전체에 자랑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소아시아의 일부 지역을 다스리던 페르시아의 총독, 미트리다테스는 바로 이 장례식에 우연히 참가하게 되었는데, 킬리오에의 모습을 바라보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미의 자태에 그만 넋이 나갔던 것입니다. 디오니시오스는 이를 알아차립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사랑하는 임을 페르시아의 총독에게 빼앗길 것 같았습니다.

 

그는 신속하게 두 가지 조처를 취합니다. 그 하나는 사랑하는 킬리오에를 어느 은밀한 성으로 빼돌려 보호하는 일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페르시아의 대왕인 아르타크세륵세스에게 하나의 진정서를 제출하는 일이었습니다. 페르시아의 총독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다른 사람의 아내에게 눈독을 들인다는 게 진정서의 내용이었습니다. 디오니시오스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권력자 미트리다테스의 횡포를 차단시키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리하여 아르타크세륵세스는 진정서를 읽고, 사건을 중재하기 위해서 대왕은 세 사람을 자신의 궁궐로 소환합니다. 그리하여 세 사람, 디오니시오스, 미트리다테스 그리고 킬리오에는 대왕을 알현하게 됩니다.

 

9. 아르타크세륵세스 대왕: 원래 아르타크세륵세스는 평소에 여색을 멀리하는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킬리오에를 바라보는 순간 대왕은 가슴이 따끔거리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연정을 품을 때 느낄 수 있는 어떤 자극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대왕 역시도 마치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킬리오에의 자태에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대왕은 궁궐 내에서 재판을 개최하도록 조처합니다. 재판정은 여자노예가 누구에게 속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왕은 재판을 지속적으로 연기하도록 압력을 가합니다. 재판이 연기되면, 대왕은 더욱더 자주 그미를 바라볼 수 있고, 그 동안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미를 자신의 왕비로 맞아들이기 위한 책략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세 명의 사내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원고와 피고 그리고 참관인으로 서로 다투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 무렵에 이집트에서 거대한 폭동이 발발합니다. 이집트 젊은이들은 페르시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페르시아의 대왕 아르타크세륵세스 2세는 소아시아 전역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이집트는 페르시아의 속국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전쟁에 참가합니다. 심지어는 왕궁에 거주하는 여인들도 갑옷을 입고 전쟁에 참가해야 하는 형국에 이르렀습니다.

 

10. 카이레아스 이집트의 장성으로 싸우다.: 카이레아스는 폭동을 틈타서 몰래 미트리다테스의 왕궁을 빠져나옵니다. 그가 향한 곳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였습니다. 알렉산드리아는 그에게는 제 2의 고향이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레아스는 군사들과 선박을 결집시켜 군함을 타고 전선으로 향합니다. 말하자면 그는 이제 이집트의 독립을 추구하는 함대의 총사령관이 된 셈이었습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소아시아 근처의 지중해의 기후, 지형지물 등을 잘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떻게 군함을 배치하면 적을 물리칠 수 있는지를 오래 전에 익힌 바 있었습니다.

 

첫 번째 해전에서 카이레아스는 페르시아의 수많은 함선을 물리치며 승리를 구가합니다. 그가 전리품으로 얻게 된 것은 수많은 페르시아 군인들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페르시아의 고상한 여인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페르시아의 여왕과 그미의 수하가 카이레아스의 포로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때 카이레아스는 자신의 연인 킬리오에를 떠올리며 그미를 못내 그리워합니다. 이집트 군인들이 이렇듯 해상에서는 지속적으로 승리를 구가하는 동안, 육지에서는 이집트 군인들은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11. 평화조약과 뜨거운 재회: 결국 이집트와 페르시아는 평화조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때 카이레아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왕과 그미의 수하들을 아르타크세륵세스에게 돌려보냅니다. 그는 이집트의 편에 서서 포로를 교환하는 일을 수행합니다. 우연히 카이레아스는 페르시아의 포로 가운데에서 꿈에 그리던 아내, 킬리오에를 발견하게 됩니다. 킬리오에는 그동안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미는 이집트에서 독립의 폭동이 발발하자, 마지못해 페르시아의 군복을 입고 싸우다가 포로 신세로 전락해 있었던 것입니다.

 

카이레아스와 칼리오에는 뜨겁게 상봉하여,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두 사람은 카이레아스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들은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두 사람은 시라쿠스에 당도하게 됩니다. 카이레아스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지금까지의 자신이 걸어온 길을 보고하면서 자신을 도와준 아프로디테 여신을 칭송하는 동안에, 킬리오에는 디오니시오스에게 한 통의 감동적인 편지를 씁니다. 편지에는 자신을 보살펴준 데 대한 감사의 말씀이 담겨 있었습니다. 디오니시오스는 그미가 밀레에서 노예 신세가 되었을 때 그미를 돌봐주고 도움을 아끼지 않은 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그미가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을 때 양아버지로서 자신의 아들을 맡아서 키워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었습니다.

 

12. 소설은 인물과 줄거리의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첫째로 소설은 자서전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킬리오에는 실제로 시라쿠스 출신의 위대한 전략가, 헤르모크라테스 (Hermokrates, ? - BC. 406)의 딸이었는데, 헤르모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시칠리아 정벌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든 장본인이었습니다. 작가가 헤르모크라테스의 딸과 어떠한 관계에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로 카리톤은 소설의 배경으로서 지중해의 넓은 지역을 선택하였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가 페르시아의 권력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셋째로 작가는 실제의 역사적 사건과는 약간 거리감을 드러내도록 조처했습니다.

 

역사적 사건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설의 인물과 줄거리에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색감을 부여하는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카리톤은 독자의 일상과 문학적 환상 사이의 거리감을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카리톤은 작품의 줄거리에 첨가되는 부수적 사항을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자신의 가상적 이야기에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부여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넷째로 카리톤은 연애 소설을 오로지 연애 이야기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소설 속의 두 주인공은 사랑의 문제 외에도 페르시아의 식민저 정책에 대한 작은 나라 사람들의 독립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로지 연애를 문학적으로 다룬 작품은 통속소설의 범주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일정 기간 동안 독자의 흥미를 끌지 모르지만, 문학사에 남는 경우는 거의 드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