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갈망과 이상에 관한 고대인의 상: 친애하는 A, 유토피아에 관한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품을 숙고하다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새들」을 선택하였습니다. 물론 그의 희극 「여성 인민회의」라는 작품은 유토피아의 부분적인 이슈가 되는 남녀평등의 이상을 반영하고 있으나, 풍자문학의 특성이 강하게 풍긴다는 점에서 여기서 배제되었습니다. 여성 운동과 남녀평등의 문제는 20세기 후반부에 커다란 반향을 받게 되었을 뿐, 고대 사회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들」이 유토피아의 사고를 풍자하는 문학의 계열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은 기원전 414년에 공연되었는데, 갈망과 이상에 관한 고대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작품입니다. 미리 말씀드리건대 작가는 아테네 사람들이 시칠리아 섬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제국주의적인 계획을 비아냥거리고 싶었습니다. 시칠리아 섬은 이른바 “구름 뻐꾸기 집 Wolkenkuckkucksheim”으로 상징화되었는데, 이 단어는 뜬금없는 영역으로서의 유토피아의 공상적 공간을 비아냥거리는 표현으로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새들이 사는 천국의 도시는 적개심, 폭력 그리고 탐욕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2. 희극의 아버지, 아리스토파네스: 아리스토파네스는 기원전 5세기의 40년대에 아티카의 판디오니스 출신의 시민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가 성장하던 시기에 아테네를 통치한 사람은 페리클레스였는데,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펴나갔으므로, 아테네는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융성할 수 있었으며, 군사적으로도 강성해나갔습니다. 이때 아테네는 다른 도시 국가를 침탈할 수 있는 힘을 견지하게 되었는데, 이는 스파르타와의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이로 인하여 기원전 431년에 두 도시 국가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였으며, 404년에 이르러 아테네의 패배로 끝나게 됩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기원전 427년에서 388년 사이에 무려 40편의 극작품을 완성하였는데, 오늘날 전해지는 것은 11편에 불과합니다. 작품은 아테네 전성기 시절의 자유로운 삶, 민주주의의 자기 확신 그리고 위협당하는 시대의 분위기 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정린 2006: 16). 작품들은 아테네의 사회 정치적 상황을 직접 풍자하는 게 많은데, 오늘날 시각으로 고찰할 때 이것은 참여 작가의 사타이어 문학으로 구명될 수 있습니다.
3. 아리스토파네스의 문학적 특징: 르네상스에 이르러 여러 작품들 가운데 「새들」은 아리스토파네스의 성공을 거둔 대표작들 가운데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작품의 전개 과정을 고려할 때 치밀하게 직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기본적 주제는 동화적 모티브에 의해 정해진 것인데, “이 세상 바깥의 어떤 더 나은 세계를 찾으려는 노력”을 가리킵니다. 작품 속에는 아리스토파네스의 문학적 특징이 그대로 용해되어 있습니다. 1.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에로틱한 장면들, 2. (비록 은근하기는 하나) 날카로운 정치 비판, 3. 자신의 동료들의 작품에 대한 패러디 내지는 풍자, 4 신화의 내용을 거칠게 비아냥거리는 태도 등이 그러한 특징입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신화의 내용을 신랄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신들이 권위주의적인 독재자에 의해서 조잡하게 묘사되고 활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작품의 환상적 내용을 통해서 아테네 민주정치의 문제점을 은밀하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4. (참고) 아테네의 민주주의: 아테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학교의 학생들도 극작품에 관해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수 있었습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새들』 역시 토론의 대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아테네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할 정도로 민주주의의 생활방식은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내부적으로 그리고 외부적으로 하자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첫째 내부적인 문제를 지적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로마 시민들이 다수를 구성하게 되면, 소수인 농촌 사람들과 부자의 수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원주의의 견해가 형성되어, 사회를 혼란 속으로 몰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많은 철학자들이 아테네의 페리클레스가 채택한 민주주의의 방식을 부정적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망각해서는 안 될 사항이 있습니다. 즉 고대의 민주제는 현대의 관료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약 3만에서 5만 정도의 성인 남자들이 존재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30세 이상인 남자는 삼분의 2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약 2만에서 3만의 남자들만이 정치의 참정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고대 아테네의 인구가 여자와 노예를 합쳐서 약 30만 정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인구의 10분의 1로 이루어진 엘리트만의 민주주의라는 점에서 오늘날의 관료주의와 다를 바 없습니다.
5. 황금의 시대에 대한 천민적 동경에 대한 비판: 친애하는 A, 작품의 내용을 알게 되면, 당신은 아마도 이를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도 문학이기 때문에 황당무계한 내용은 용인될 수 있습니다. 어떠한 다른 학문적 분야도 꿈, 미래 등을 학문적 소재로 간주하고 이를 분석한 경우는 없습니다. 과연 어떠한 분야가 꿈, 가능성, 소망, 비현실적 특성, 갈망 등을 담고 있는지요? 그것은 아마도 음악, 미술, 문학과 같은 예술 분야일 것입니다. 예술 분야 가운데 특히 인문학 영역을 접목시켜서 “역동적 무엇 τ δυνάμει ν”, 즉 “가능성”을 다룰 수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니라 문학입니다. 그래서 블로흐는 문학 자체가 유토피아라고 일갈하지 않았는가요? 미리 말하건대 아리스토파네스는 이러한 노력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즉 찬란한 황금의 시대를 꿈꾸는 가난한 사람들의 갈망 자체를 쓸모없는 것으로 부인하고 있으니까요. 이를 고려할 때 우리는 오히려 아리스토파네스의 「새들」을 역사적 비판적 시각에서 고찰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작품의 구성 내지 창작 방법에 있어서 이 작품은 탁월하지만, 작품의 주제에 있어서는 하자를 지닐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다시 언급되겠지만, 작품은 이상 국가에 관한 당시 사람들의 놀라운 상을 부분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6. 두 명의 등장인물: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맨 처음에 두 사람의 아테네 남자가 등장합니다. 파이테타이로스 그리고 에우엘피데스가 그들입니다. 파이테타이로스 Πειθεταίρος는 그리스어로 “조언자”라는 뜻을 지니며, 에우엘피데스 Ευελπίδης는 그리스어로 “좋은 희망”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고향에 대해 불만을 터뜨립니다. 왜냐하면 매일 주위에서 재판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까마귀 그리고 매가 이끄는 대로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납니다. 맨 처음에 당도한 곳은 오디새의 집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오디새에게 과연 어디가 조용하고 살만한 곳인가? 하고 묻고 싶었습니다. 원래 오디새는 “새”로 변신하기 전에는 테레우스 왕으로서 판디온 왕의 사위였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아테네의 풍습 그리고 아테네 사람들의 관심사에 오래 전부터 친숙해 있었습니다. 게다가 오디새는 날개를 펴서, 지상과 바다를 날아다니며, 수많은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다닌 바 있습니다.
7. 새로운 꿈나라: 오디새는 두 사람이 살만한 곳을 은근히 암시합니다. 그러나 오디새가 추천한 몇몇 장소는 두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순간 파이테타이로스의 뇌리에 어떤 기발한 착상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하늘 위에 세상과 동떨어진 하나의 “꿈나라 νεφελοκοκκυία”를 건설하는 착상이었습니다. 자고로 새의 나라는 사람들이 사는 지상 그리고 신들이 사는 천상의 중간에 위치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새의 나라에 살게 되면,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신들의 권능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새들은 지상에서 풍겨오는 희생양의 냄새를 사전에 차단시킬 수 있으며, 몇몇 인간에게 부여하는 신의 은총을 미리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을 행할 수 있다면, 그들은 신과 인간의 중개자로서의 우주의 집정관으로 행사하는 셈일 것입니다. 두 사람은 흥분한 마음으로 오디새에게 이러한 계획을 들려줍니다. 이때 오디새는 이를 좋은 계획이라고 맞장구치고, 합창단은 유명한 새의 아리아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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