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27. 마르크스 사상의 영향 (1): 마르크스의 사상은 19세기와 20세기의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페터 데메츠는 20세기에 영향을 끼친 세 가지 사상적 조류로서 “마르크스주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그리고 “구조주의의 연구를 활성화시킨) 러시아 형식주의”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Demetz: 30). 세 가지 사상적 조류 가운데 세계사를 변혁시킨 하나의 사조는 아무래도 마르크스주의일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20세기의 역사는 마르크스의 사상과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소련 혁명, 사회주의 국가들의 건설, 중국의 사회주의적 실험 등을 생각해 보세요.
이와 관련하여 수많은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였습니다. 현재 중국이 자본주의의 경제 시스템과 절충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기존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적 차원의 마르크스주의의 실험은 좋든 싫든 간에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여기서 독일의 시인 귄터 쿠네르트의 다음과 같은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은 잘못된 실천에 의해서 그리고 (혹은?) 잘못된 인간의 실천에 의해서 변질되고 말았다..” (Kunert: 385). 이렇게 말함으로써 쿠네르트는 마르크스주의의 이상에 대해 일침을 가하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의 이념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서, 이상 자체의 가치가 무조건 매도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28. 마르크스 사상의 영향 (2): 국가의 차원에서의 마르크스 사상의 실천은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실패를 거듭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마르크스주의는 여전히 자유의 나라에 대한 이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가령 국가의 차원이 아니라, 평의회 마르크스주의에서 우리는 어떤 논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윤소영: 133이하). 마르크스주의는 아나키즘의 사상과 접목되어, 어떤 새로운 불꽃으로 피워 오를지 모릅니다. 마르크스가 생전에 그토록 비판을 가하던 바쿠닌, 슈티르너 그리고 프루동의 아나키즘이 오늘날 마르크스의 사상과 생산적으로 접목한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사람들은 마르크스의 사상을 국가라는 전체적 차원에서 실천하려고 했으나, 현재 이 순간에도 실패를 맛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의 사상은 어떠한 결실도 맺지 못했단 말인가요? 마르크스주의가 20세기에 이룩해낸 과업은 전무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회 복지 정책의 차원에서의 실험을 생각해 보세요. 사회보장 제도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사항들을 생각해 보세요. 무산계급의 최소한의 생계를 도와야 한다는 마르크스의 견해가 출현하지 않았더라면 사회보장 제도에 관한 착상 및 실천 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가능했단 까닭은 자본주의의 시장 경제를 표방하는 서구 사회가 마르크스주의를 하나의 부분적 대안으로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29. 마르크스 사상의 영향 (3): 모든 갈망은 전적으로 실현되지는 않지만, 최소한 작은 범위에서 혹은 원래와는 무관한 영역에서 무언가 결실을 맺는 법입니다. 가령 우리는 중세의 연금술,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에서 이에 대한 범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수많은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을 생산하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금은 어떠한 다른 금속의 결합, 증류, 응고 등으로 생산해낼 수 없는, 고유한 금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금술사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세계를 기독교적 황금으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고결한 자세로 헛되이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였습니다. 결국 그들의 실험은 금 대신에 인(燐)을 발견해내었으며, 도자기 제조 기술의 발전에 간접적으로 공헌하였습니다.
둘째로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은 찬란한 동방의 나라, 인도를 발견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미지의 신대륙이 비련의 함장, 콜럼버스를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콜럼버스의 노력은 인도가 아니라, 결국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게 하였습니다. 셋째로 마르크스주의는 마르크스가 추구한 자유의 나라를 아직 실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최소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일련의 조처 (실업 보험, 연금 보험, 고용 보험, 사고 보험 등) 내지 사회적 정책을 실천하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사회보장제도는 서방세계에서 서서히 출현했으며, 비스마르크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에 의해서 발의되었지만 말입니다.
30. 마르크스 사상은 자본주의에 대한 마이신으로 작용한다.: 상기한 내용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습니다. 즉 오늘날에도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에서도 사회주의의 사상이 조금 남아 있다고 말입니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자본주의는 토마스 홉스가 예리하게 지적한 바 있는 이기심과 경쟁 그리고 부익부 빈익빈 등의 현상으로 인하여 현대인들에게 온갖 죄악과 병폐를 안겨줄 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수많은 인간들이 하나의 빵 앞에 둘러 앉아 서로 그것을 먹으려고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인간은 제각기 부를 추구하기 위해서 형제를 속이고 부모를 배반하며,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하여 음으로 양으로 술수를 획책하지 않습니까?
그래, 사회주의의 사상적 모티프는 -부분적인 소규모의 차원이겠지만-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에 있어서 사회보장의 측면에서 끼친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의 이러한 병적 현상을 치유해줄 수 있는 마이신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마르크스의 사상은 임철규 교수도 주장한 바 있듯이 “계급 환원주의라는 플라톤의 동굴” (Laclau) 속에 갇힌 편협한 주장으로 매도될 수는 없으며 (임철규: 69), 동구와 소련의 국가 차원의 사회주의의 실패로 인하여 더더욱 사멸될 수 없을 것입니다.
참고 문헌
- 블로흐, 에른스트 (2004): 희망의 원리, 5권, 박설호 역, 열린책들.
- 윤소영 (2004): 역사적 마르크스주의: 이념과 운동, 공감이론 신서 20, 공감.
- 임철규 (1994): 왜 유토피아인가? 민음사.
- Adorno, Theodor (1967): Negative Dialektik, Frankfurt a. M..
- Buhr (1966): Buhr, Manfred, u.a. (hrsg.), Philosophisches Wörterbuch, Leipzig.
- Demetz, Peter (1970): “Wandlungen der marxistischen Ästhetik: Hans Mayer, Ernst Fischer, Lucien Goldmann”, in: W. Paulsen (hrsg.), Der Dichter und seine Zeit, Politik im Spiegel der Literatur, Heidelberg, S. 13-32.
- Engels, Friedrich (1969): Dei Entwicklung des Sozialismus von der Utopie zur Wissenschaft, in: MEW, Bd 19, Berlin, S. 177 – 228.
- Freyer, Hans (2000): Die politische Insel. Eine Geschichte der Utopien von Platon bis zur Gegenwart, Wien.
- Kunert, Günter (1985): Warum schreiben? München.
- Lenin, W. I (1955): Werke, 2, 4. Bde. Berlin (Ost).
- MEW. (1974): Institut für Marxismus-Leninismus (hrsg.), Marx-Engels-Werke, Bd. 2, 3, 4, 19, 22, Diez Verlag, Berlin/ DDR.
- Marx, Karl (1844): Ökonomisch-philosophische Manuskripte aus dem Jahre 1844, in: Institut für Marxismus-Leninismus (hrsg.): Marx-Engels-Werke, Ergänzungsband 1 Berlin, S. 465 – 588.
- Vollgraf (2006): Vollgraf, Carl-Erich, u.a. (Hrsg.), Die Marx-Engels-Werkausgaben in der UdSSR und DDR (1945–1968). Argument Verlag, Ham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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