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에코토피아 출현 (4)

필자 (匹子) 2020. 11. 5. 11:19

17. 암환자 특공대 성명서: 암환자 특공대의 성명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지난 한 해 동안에 30억 파운드 이상의 농약이 생산되었습니다. 1940년에 생산된 농약이 10만 파운드이니, 그 증가량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극독물질이 확산된 까닭은 화학회사의 사악한 상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들의 영양을 책임지려고 식량을 공급했기 때문은 결코 아닙니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회사는 극독 물질을 생산해낸 것입니다. (...) 우리는 암으로 시한부 삶을 판정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곧 죽을 테고, 죽기 전에 인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무언가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위험한 옴니 화학공장을 선택하였습니다. 왜냐하면 회사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치명적인 화학 극독물질을 생산해내니까 말입니다.” 결국 암환자 특공대는 제각기 행위에 따라서 처벌되었으나, 이 사실은 미국 전역에 알려지는 계기로 작용한다. 암환자 특공대 가운데 로라와 닐은 유죄 처분을 받는다. 로라는 재판 도중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감옥의 병원으로 송치된다. 중요한 것은 암환자 특공대의 재판이 거행되는 날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이옥신 함유 물질의 제조 금지를 위한 대규모 대중 집회가 개최되었다는 사실이다.

 

18. 정책의 과정 (2), 원전 사고가 발생하다: 『에코토피아 출현』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근본 문제점이 언급되고 있다. 이는 『에코토피아』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사항으로서, 어째서 미국 서부지역에 생태 국가 에코토피아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결정적인 논거를 제시하는 사항이다. 80년대 후반에 미국의 시애틀에서 원자력 발전소 퓨젯 1호기가 폭발하였다. 냉각수를 공급하는 수많은 파이프들 가운데 몇 개가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해서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로써 원자로 중심부의 급작스러운 온도상승이 발생하였으며, 연료 장치가 변형되기 시작한다.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려서, 방사능을 함유한 다량의 우라늄이 원자로의 바닥 그리고 아래의 철근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흐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높은 압력 하에서 방사능을 내품는 가스들이 둥근 격납 용기를 채우면서 수소와 뒤섞이게 된다. 여기서 수소는 물과 제어봉의 화학 반응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었다. 거대한 폭발이 발생하자, 발전소 간부들은 주지사 사무실에 긴급 전화를 걸어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된다. 시애틀의 주민들은 긴급 뉴스를 접하고 어디론가 대피하려고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자동차도로는 수많은 차량으로 인하여 마비 상태에 빠진다. 결국 사태는 어느 정도 안전하게 수습된다. 문제는 원전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액이 500억 달러 이상 소요되었지만, 앞으로 도래할 방사능 피해를 감안하면 그 액수는 수십 배로 불어나리라는 사실이었다. 생존자 정당은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찬성했던 주지사를 탄핵하기 위하여 서명 운동을 벌이는데, 특별 재선거를 위한 서명자 수는 단 사흘 만에 채워진다. 한마디로 말해서 원전사고는 생존자 정당 그리고 나중의 생태 국가 에코토피아가 건립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19. 정책의 과정 (3), 볼리나스 사람들의 독립 국가 선언: 생존자 정당은 주 정부 그리고 중앙 정부에 정당이 추구하는 바를 요구한다. 정당은 “하지 말라 십계명”에 언급된 내용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를 준공하지 말라.”, “발암 물질이 함유된 농약을 제조하지 말라.” 그리고 “음식물에 불순물을 첨가하지 말라.”는 요구사항이었다. 미국 전역의 사람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존자 정당을 지지하게 된다. 몇 년 후에 생존자 정당은 볼리나스에서 다수 정당으로 세력이 커지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정부는 어떻게 해서든지 볼리나스의 생존자 정당의 건물을 불도저로 밀어붙일 계획을 세운다. 이러한 계획이 전해지자, 볼리나스는 물론이고 샌프란시스코 시민들까지 합세하여 주정부의 폭력 행위에 개탄을 금치 못하면서, 함께 공동으로 투쟁하려 한다. 볼리나스 주민들은 더 이상 주정부 내지 중앙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 임시적으로 결성된 단체이지, 국민의 뜻을 우롱하고 짓밟는 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탄압하면, 국민은 정부로부터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볼리나스는 미국으로부터 떨어져 나와서, 독립된 영토, 독립된 주권을 선언하게 된다. 이로써 서부 사람들은 미합중국의 캘리포니아 주 마린 카운티의 법은 더 이상 효력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을 공표하게 된 것이다.

 

20. 정책의 과정 (4), 생태 친화적인 도시국가의 출현: 볼리나스 사람들은 민병대를 구축하고, 독자적인 법원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볼리나스 독립선언서를 발표한다. 이로써 미국으로부터의 에코토피아의 분리 독립은 서서히 기정사실로 화하게 된다. 베라 올웬은 볼리나스를 자치 자생 자활의 도시국가로 선언하고, 미합중국으로부터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었음을 대내외적으로 공언한다. 새롭게 탄생한 생태 친화적 도시 국가는 더 이상 핵에너지에 연연하지 않고, 더 이상의 제초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생태 친화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자치 기구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독자는 볼리나스가 나중에 그 세력을 확장시켜서 미국 서부지역을 포괄하는 생태 국가, “에코토피아”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을 짐작할 것이다. 전력 에너지는 루 스위프트가 개발한 태양 전지의 보급으로 충당하게 된다. 루는 태양 전지를 태양열 집열판에 연결하여 태양열을 통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실생활에 도입하기 시작한다. 적어도 볼리나스 지역의 가옥에 집열판을 설치하게 되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게 루의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