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하지 말라 십계명 (3): 세 번째 강령은 “발암성 물질이나 돌연변이 유발 물질을 제조하지 말라.”이며, 네 번째 강령은 “음식물에 불순물을 넣지 말라.”이다. 현대인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거창한 이슈 내지 계층 간의 대립이 아니라, 더러운 물과 공기 그리고 오염된 토양이다. 부와 경제성장을 이룩하려는 열망은 수많은 화학 약품 그리고 산업쓰레기를 양산시키게 하였다. 가령 제초제, 살충제 속에는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오늘날에도 인간의 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가공 음식물 속에는 수많은 식품첨가물들이 들어 있다. 이것들은 방부제, 보존료, 산화 방지제, 색소, 과당 등 수많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발색제에 해당하는 아질산나트륨은 암을 불러일으키고, 착색제인 적색 102호, 황색 4호, 청색 1호 등은 발암성이 의심되고, 항-곰팡이제인 오르토페닐페롤 그리고 디페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학문적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도 미국 식약청은 음식 가공에 있어서의 안전성을 면밀히 조사하지 않고, 식품회사의 요구만 수용하고 있다. 생존자당원들은 당국의 바로 이러한 처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하기로 결정한다.
13. 하지 말라 십계명 (4): 다섯 번째 강령은 “성별, 나이, 종교 그리고 인종을 이유로 인간을 차별하지 말라.”이다. 여섯 번째 강령은 “자가용을 타지 말라.”이다. 현대의 다문화 사회에서 모든 인간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나이 어린 흑인 여자, 유대인 처녀들은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는 언제나 피해당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베라 올웬이 여성이면서도 생존자 정당의 대표로 추대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백악관의 주인은 남성이었으며, 국회를 장악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남자들이었다. 미국 사회 역시 성, 나이, 종교 그리고 인종을 이유로 차별당하는 경우는 사라져야 한다는 게 생존자당원의 동일한 생각이다. 그밖에 여섯 번째 강령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생존자 당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였다. 왜냐하면 미국 사회에서 자동차는 이동수단의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광활한 미국 땅에서 자동차가 없으면 어디론가 이동할 수 없다. 당장 슈퍼마켓에 가는 데에도 미국 사람들은 자동차를 필요로 한다. 당장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버스, 택시, 전차 그리고 지하철, 자전거 등의 이동 수단의 가능성을 생각해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는 『에코토피아』에서 “암을 유발하는 방귀”로 비유되고 있다. 게다가 모든 미국 사람들은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 등의 배출은 대기 오염과 온실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14. 하지 말라 십계명 (5): 일곱 번째 강령은 “TV는 광고업자와 거래를 끊고, 일방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말라.”이며, 여덟 번째 강령은 “유한 책임회사를 설립하지 말라.”이며, 아홉 번째 강령은 “회사의 모든 임직원들은 1인 1표씩 투표하고, 부재지주가 회사를 통제하지 말라.”이다. TV방송의 경우 극초단파로 방송을 보내는 상업 광고로 이득을 챙기는 TV가 가장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텔레비전은 상업적 광고업자의 손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사실 TV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정치가의 시각으로 고찰할 때 TV만큼 대중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도구는 없을 것이다. 생존자 당은 인간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TV 매체의 악영향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자고 선언하고 있다. 여덟 번째 강령은 유한 책임회사의 건립을 차단시키라는 사항이다. 유한책임회사의 경우 사원은 얼마든지 자신이 속하고 있는 회사를 법적인 방패막이로 활용할 수 있다. 가령 누군가 고의로 미국에서 유독성 제품이나 불량 식품을 제조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사악한 행위는 법의 심판을 받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회사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법적인 보호막을 사전에 차단시키기 위해서 생존자 정당은 유한책임회사의 설립을 사전에 통제해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아홉 번째 강령 역시 이와 관련된다. 직원은 회사의 명령대로 모든 일을 행하는 노예가 아니라, 회사와 공조하고 이득을 함께 나누는 주체이어야 한다. 이러한 강령 속에는 조합의 합법성 및 바람직한 노동조합의 운영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과업을 실천하기 위함이 아닐 수 없다. 즉 주주에게 배당금을, 노동자에게 경영의 권한을 부여하는 당연한 과업 말이다.
15. 하지 말라 십계명 (6): 열 번째 강령은 “인구를 증가시키지 말라.”이다. 주지하다시피 인구는 산업혁명 이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21세기에는 70억을 육박하게 되리라고 한다. 마지막 강령은 “물구나무 선 먹이 피라미드”의 상황을 수정하고, 생태학적으로 바람직한 자연 상태를 갈구하는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는 –마농 그리제바흐 Manon Griesebach가 『녹색의 철학 Philosophie der Grünen』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인간본위주의를 지양하고 녹색의 철학에 해당하는 생태학적 사고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첫 번째 강령과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생존자 정당이 채택하는 정책은 피임 그리고 낙태의 합법화, 여성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새로운 법 제정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출산하는 기계”가 아니라,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 받는 주체로서 살아갈 권한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생존자 정당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요구사항들을 그대로 채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생존자 당이 여성 정치가로서 당의 대표로 추대되는 것은 어떤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생존자 정당이 하지 말라 십계명을 발표했을 때, 국내의 매체들은 이를 완전히 무시하였다. 70년대 이후부터 발생한 미국 내의 보수주의의 분위기가 새로운 정당의 영향력을 사전에 차단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생존자 정당은 주위의 작은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한다.
16. 정책의 과정 (1), 암환자 특공대: 수많은 미국 사람들이 불치의 병, 암에 걸려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대기오염, 수질 오염 그리고 다이옥신, 제초제 그리고 살충제 등이 결국 많은 미국 시민들을 암환자로 만들었다. 메리사의 어머니, 로라는 폐암에 걸려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의사로부터 앞으로 1년 정도 생존할 수 있다는, 이른바 시한부 삶의 통고를 받는다. 그미는 자신이 어째서 암에 걸렸는지 깊이 숙고한다. 결국 로라는 자신의 암이 무엇보다도 제초제, 살충제, 방부제, 착색제 등과 같은 화학제품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그래서 암환자들은 서로 만나서 대책을 강구한다. 그들은 차제에는 더 이상 희생자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 화학 회사 및 주정부에 이를 시정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서류상의 요청은 단호하게 거절당한다. 자신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암환자들은 처음에는 의기소침해진다. 그래도 몇몇은 이대로 죽음을 기다릴 수 없다고 하면서, 암환자 특공대를 결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다짐한다. 말하자면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자, 결국 화학 회사에 폭탄을 터뜨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들은 자력으로 폭탄을 제조하여,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옵니 화학회사에 폭탄을 터뜨린다. 폭발이 일어난 즉시 로라를 비롯한 암환자 특공대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찰에 자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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