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에코토피아 출현 (1)

필자 (匹子) 2020. 11. 5. 11:15

1. 칼렌바크의 또 다른 작품, 『에코토피아 출현』: 1981년에 칼렌바크는 『에코토피아 출현 Ecotopia Emerging』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였다. 1975년에 발표된 『에코토피아』가 1999년에 미국 서부 지역에서 새롭게 건립된 생태 국가에 관한 이모저모를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면, 『에코토피아 출현』은 1980년까지 생태 국가, 에코토피아가 어떻게 건립되었는가? 하는 과정을 심도 있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을 읽게 되면, 다음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서부 지역에 출현한 생태 국가인 에코토피아가 어떠한 계기로 그리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탄생했는가? 하는 물음을 생각해 보라,

 

독자가 『에코토피아』한 작품만을 독파한다면, 다소 황당무계하게 비치는 현실 설정에 어쩌면 당혹감을 느낄지 모른다. 특히 『에코토피아』에서는 주어진 현실에 대한 간접적 비판이라는 유토피아의 기능이 명시적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가령 미국 정부의 석유산업 중심의 경제, 세계 경찰로서의 외교 전략, 핵발전소의 문제, 발암의 원인에 관한 의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진단 등에 관한 구체적인 시대적 사안은 『에코토피아 출현』에 이르러 비로소 중요한 현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2. 몽타주 식의 서술 방법: 칼렌바크는 두 번째 작품에서 모든 사항을 수미일관의 방식으로 서술하지 않고, 몽타주 식으로 끊어서 간결하게 기술한다. 게다가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출현하는 것은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독자의 비판적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때로는 독서의 흐름을 차단시키고 방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몽타주 식의 서술 방법은 독자로 하여금 모든 사항을 스스로 비판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게 한다. 『에코토피아 출현』은 도합 15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장과 장이 매우 빈번하게 차단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각 장은 주인공 18세의 소녀, 루 스위프트의 태양 에너지의 실험 과정, 미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와 관련되는 수많은 비리와 흑색선전, 여성 정치가, 베라 올웬에 의해 서서히 활동을 개시하는 생존자 당의 형성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미국 사회의 자연 재앙과 생태계 파괴에 관한 작가의 구체적이고 명징한 논평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들 가운데 특히 작가의 논평은 이탤릭체로 표기되는데, 이는 각 장의 개별적 이야기를 보완해주는 설명으로 이해될 수 있다. 요약하건대 작품은 198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북부에 위치한 소도시, 볼리나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3. 작가의 시대 비판 (1):『에코토피아 출현』은 이전의 작품, 『에코토피아』와 마찬가지로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온갖 유형의 오염, 암 癌, 부정부패 그리고 자원의 낭비”를 고발하기 위해서 집필된 것이다. 이에 관해서 차례로 언급하면, 우리는 작가의 시대 비판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미국 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오염의 문제를 안고 있다.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의 발전은 결국 대기와 하천을 오염시키고, 급기야는 대양 전체를 오염시킨다.

 

미국 정부는 태양에너지, 풍력 에너지 그리고 바이오매스 등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의 개발 가능성을 좌시하고, 지금까지 오로지 석유 산업 그리고 전쟁 산업만 촉구해 왔다. 이는 보수파인 공화당의 정책과 맞물려 있었으므로, 정부의 보수주의 정책은 야당과 국민들의 강한 비판과 정면으로 부딪치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수미일관 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여, 현대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가령 시애틀에 건립된 핵발전소 퓨젯 1호는 노후화되어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원자력은 핵폭탄의 쌍생아와 같다. 설령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에 있어서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핵폐기물의 문제는 그 자체 현대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반감기는 거의 10만년에 육박한다고 하니, 핵에너지의 문제는 21세기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핵에너지 개발은 북반구에 등장한 생태계 파괴 현상은 기상재해를 낳게 하고, 수많은 동식물의 멸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4. 작가의 시대 비판 (2): 흔히 말하기를 현대인의 질병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은 암이라고 한다. 문제는 수많은 종류의 암이 무엇보다도 화학 약품의 무분별한 개발과 남용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이다. 칼렌바크는 책에서 이를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예컨대 살충제에 해당하는 DDT, 2–4D는 서서히 인간의 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친다. 살충제는 해충만을 박멸하는 게 아니고, 인간의 신체 또한 공격한다. 욕지기, 두통, 식은 땀, 배탈 그리고 혈액순환 장애는 물론이며, 체내에서 오래 머물면 결국 암 세포가 형성하게 된다.

 

암을 유발하는 화학 물질은 페인트나 광택제로 사용되기도 하며, 병이나 플라스틱 코팅제나 축음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1970년 이후로 세포의 돌연변이로 인하여 유럽에서 비정상아가 태어나는가 하면, 여러 가지 유형의 불치병이 속출하게 되었다. 화학자들은 매년 수천 종의 화학제품들을 끊임없이 발명하였다. 화학제품들은 살충제, 제초제, 가구류, 실내장식, 카펫, 건축재료 등 전 방위적으로 퍼져나가 마구잡이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PCB라는 유독 물질이 전신주의 변압기와 축전기, TV, 형광등, 단열재로 마구 사용되는데, 전문가조차도 이에 관해서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농업용 비료에 발암물질의 합성물이 은밀히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살충제와 제초제는 헬리콥터로 살포되는데, 이는 결국 17개주의 식탁위의 음식물 속에 스며들게 된다. 암의 발병률 가운데 80 퍼센트가 화학제품에 기인한다는 게 밝혀졌다.

 

5. 작가의 시대 비판 (3): 셋째로 우리로 하여금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칼렌바크에 의하면 무엇보다도 소음이라고 한다. 실제로 인간의 귀는 청각 내지 청력과 관련되지만, 달팽이관은 인간의 몸에서 신체적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교육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는 이미 100년 전에 유아의 신체 발달에 관해서 청각 기관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자고로 소음은 인간의 신경을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게 한다. 미국 사회의 경제 구조는 일반 사람들을 대도시로 이전하게 하였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취업을 위해서 대도시로 몰려들게 되었다. 밀집해서 살아가는 삶의 현장은 인간에게 깊은 잠과 편안함을 앗아간다. 사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소음만큼 더 생명체를 괴롭히는 것은 없다. 그것은 만성적 굉음이나 다를 바 없다. 넷째로 칼렌바크는 미국 정부와 석유 산업과 군수품 등을 관장하는 재벌 사이의 커넥션을 부정부패를 촉진시키는 연결고리라고 단호하게 규정한다.

 

작품 내에서도 자세히 언급되고 있지만, 재벌들은 모든 이권을 차지하기 위하여 정치가들을 매수하곤 하였다. 이로써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음으로 양으로 방해받게 된다. 『에코토피아 출현』에서 생존자 정당이 출범하는 근본적 계기 역시 미국 정부의 부정부패에 기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