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유토피아

서로박: 노이만의 레본나 (5)

필자 (匹子) 2020. 9. 1. 09:47

23. 몬드라곤 그리고 파레콘: 상기한 사항과 관련하여 우리는 에스파냐 바스크 지역에 존재하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공동체 구도를 하나의 예로서 지적할 수 있습니다. 몬드라곤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기본 소득을 공동체로부터 수령합니다. 이러한 체제는 우리에게 기본 소득제의 실천 가능성 및 난제 등에 관한 많은 사항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나아가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두 가지 화폐, 즉 달러와 쿠폰을 병행해서 사용합니다. 이로써 그들은 이윤 추구의 시장 경제의 폐해를 최소화시키고 있습니다. (라이트: 347쪽) 

 

달러는 생산이든 소비든 간에 상품 구매에 사용되는 반면, 쿠폰은 주식을 위한 시장에서만 사용하도록 못 박고 있습니다. 이 경우 달러와 쿠폰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교환될 수 없습니다. (Roemer: 102).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이러한 방식으로 계획 경제를 실천하고 있는데, 이는 존 로머John Roemer의 시장 사회주의에서 창안된 것입니다. 몬드라곤 외에도 우리는 마이클 앨버트 M. Albert가 제시하는 대안 공동체인 파레콘 모델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앨버트는 고전적 시장경제학자 오스카 랑게 Oskar Lange의 이론을 토대로 파레콘 모델을 설계하였습니다. 그는 “사회주의”라는 용어 대신에, “참여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24. 아직 실천되지 않은 파레콘 모델: 첫째로 파레콘 모델이 실행되려면, 우리는 기존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불균등한 소유 관계를 철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적인 평의회가 결성되어, 공평성, 연대, 다양성, 자율적 관리를 기준으로 하여 하나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본주의 체제 내의 모든 이윤추구를 위한 단체는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 간의 신분 차이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둘째로 파레콘 모델은 노동이 어떻게 조직화되어야 하는가를 구명합니다. 과거에는 모든 경제적 정책이 정부 내지 재벌 기업에서 비롯했으나, 이제는 이러한 수직 구도의 경제 시스템이 철폐되어야 합니다. 가령 시장은 적절한 가격 지표를 제공합니다. 다시 말해 가격은 존재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의 기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균형적 체제를 갖추는 것을 최상의 과제라는 사실입니다. 이를 행하는 기관은 균형적 직무조합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계층 사이의 위계질서 내지 이윤추구를 위한 분업은 파괴되어 있습니다. 사회의 지도적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은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이 행하는 일을 병행해나가야 합니다. 이를테면 경영자가 청소 일을 동시에 맡는 것입니다. 파레콘의 모델 속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국가의 개입이 사전에 차단되고, 몇몇 대기업의 독점이 방지되어야 합니다. 

 

셋째로 파레콘 모델은 분배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해결합니다. 파레콘에서 재화는 개개인의 노력의 정도에 따라 분배됩니다. 다시 말해 노동 시간, 노동자의 개별적 기술 내지 재능, 노동자의 재산 등이 소득에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로지 노고가 소득을 정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별 사람들이 수령하는 재화의 차이는 어느 정도 범위에서 용인되어야 합니다. 모든 사항은 노동자 평의회에서 결정됩니다. 물론 파레콘 공동체는 병자, 노인 등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일정의 생활비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력에 따라 재화가 분배되는 방식은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일 뿐이지, 계층 차이를 심화시키기 위한 조처는 결코 아닙니다. 대신에 소득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분배 메커니즘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25. 파레콘 모델의 취약점과 가능성: 물론 파레콘의 취약점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첫째로 가령 참여 경제의 모델은 현존하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시스템과는 거리가 멉니다. 파레콘 모델이 어떠한 방식으로 주위의 경제적 현실 조건과 발맞추어나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해결되기 힘든 난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요약하건대 파레콘 모델을 국가 전체로 도입하는 일보다는 하나의 작은 공동체에서의 실험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게 일차적으로 나을 것 같습니다. 파레콘 모델은 소규모 공동체를 통해서 실천되다가, 서서히 그 현실적 영역을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로 시장의 수요 공급을 어떻게 사전에 계획하고 조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앨버트는 현금카드 구매의 방식으로 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구매 욕구는 미리 재단되고 측정되기 참으로 어렵습니다. 가령 변덕스러운 가정주부는 시장에서 자신이 구매하려던 물품을 다른 것으로 바꾸곤 하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하나의 공동체는 소비재의 생산과정, 운송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모든 과정을 계획을 미리 총괄적으로 관장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시장이 이윤추구의 현장으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여러 참여경제를 주장하는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셋째로 앨버트는 사회적 효율성에 관해서 다각도에서 언급합니다. 그렇지만 파레콘 모델의 경제적 시스템 하에서는 더 많이 일하고 더 훌륭한 생산력을 높이는 자가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장치가 차단되어 있습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노동의 질이지, 노동의 양이 아닙니다. (앨버트: 403). 그러나 사회 내에는 사회복지의 체제를 악용하는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슐러 르귄 Ursula K. Le Guin의 소설 『빼앗긴 자들』에 등장하는 누치니비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들은 주어진 사회에 기생하는 협잡꾼들로서, 사회복지의 시스템을 이기적인 방식으로 악용하는 자들입니다. 그렇기에 막연하게 우리가 인간의 선한 양심만을 기대하면서 더 나은 경제 시스템을 과감하게 실천하려고 한다면, 이러한 노력은 때로는 이기주의자들 내지 놀고먹는 자들에 의해서 방해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 강남훈 외 (2014): 기본소득의 쟁점과 대안사회, 박종철 출판사.

- 라이트, 에릭 울린 (2012): 대안 유토피아. 좋은 사회를 향한 진지한 대화, 권하진 역, 들녁.

- 앨버트, 마이클 (2003): 파레콘, 자본주의 이후, 인류의 삶, 김익희 역, X북로드.

- Neumann A (1986): Neumann, Walter Gerd: Revonnah, Liebe und Gesellschaft im Jahre 2020. Eine utopische Erzählung, Hannover.

- Neumann B (2010): Neumann Walter Gerd: Marx ist out: Für eine Rätegemokratie, Bremen.

- Neumann C (2010): Neumann Walter Gerd: Wider Glaube und Religion. Der Katechismus des Atheismus, Bremen.

- Roemer, John (1994): A Future for Socialism, Cambridge MA, Harvard Univ Press.

- Schwendter, Ralf (1994): Utopie. Überlegung zu einem zeitlosen Begriff,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