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어지는 글들은 유대주의와 관련되는 글 모음입니다. 열한 번째의 글 「소련과 동독에서의 반유대주의, 그 배경과 경과」는 다음의 사항을 천착하고 있습니다. 즉 반유대주의는 히틀러의 집권 시기에 독일 지역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라, 제 2차 세계대전 이전 동유럽 지역에서 널리 펴져 있었다는 사항 말입니다. 인종 탄압이라는 단어 “Pogrom”이 러시아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 하나의 좋은 범례인 셈입니다. 유럽에서의 반유대주의는 비단 독일 뿐 아니라,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는 소련과 동독에서도 적지 않게 출현하였습니다.
열두 번째의 글 「동독 유대인의 정체성과 과거 극복의 문제. 유렉 베커의 브론슈타인의 자식들」은 유대 출신의 작가 유렉 베커의 마지막 소설 『브론슈타인의 자식들』을 작품 내재적으로 분석한 글입니다. 이 작품을 통하여 우리는 유대 독일인이 무엇으로 고뇌하고 심리적으로 억압당했는가? 그리고 주위의 유대주의의 편견과 맞서서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지 등의 문제점을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브론슈타인”은 스탈린의 폭정에 의해서 해외에서 비참하게 타살된 정치가, 레오 트로츠키의 본명입니다. 이로써 유렉 베커는 파시즘의 과거 청산에서 유럽인들이 정치적 오류만 수정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반유대주의의 심리적 속성에 대해 깊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역사적 비극은 언제나 반복될 것이라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열세 번째의 글 「모제스 로젠크란츠, 혹은 아우슈비츠 이후의 시 쓰기」는 부코비나 출신의 유대인 농촌 시인, 모제스 로젠크란츠의 인고의 삶과 문학을 소개한 글입니다. 그는 나치 시대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핍박당했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에 소련군에 의해 독일 첩자로 몰려 시베리아 광산에서 10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의 시편들은 파울 첼란의 대표작인 시 「죽음의 푸가」의 표절 문제와 관련하여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두 편의 글은 동독문학과 관련되는 문헌입니다. 「크리스타 볼프의 원전 사고」는 핵에너지의 문제와 관련하여 현대의 지식인이라면 누구든 간에 고민해야 하는 에너지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문학 현장과 페험 현실, 미완의 동독 문학, 그 연구를 위한 전제 조건」에는 21세기에 이르러 역사의 장으로 이전된 동독문학의 연구에 관한 개괄적인 논평이 담겨 있습니다.
5.
친애하는 J, 본서의 간행은 시대의 풍조를 거슬리는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디지털 영상 문화의 시대에 도서의 출판은 주로 젊은이들에게 마치 진부하고 전근대적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영상 문화는 그 자체 편협하고 일방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사물을 인지하는 데 있어서 눈, 다시 말해 오로지 시각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청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을 함께 아우르는 인간의 인지 행위가 중요한 관건으로 수용되지 않는 한, 디지털 영상 문화는 그 자체 한계성을 드러내며, 차제에 인간의 행동 발달 그리고 교육 전체에 크고 작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 매체가 미디어가 난무하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글자의 중요성을 여전히 인식하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글자는 인간의 깊은 사고의 체계를 서술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단이며, 이에 대한 증거 자료로서 우리는 출간되는 도서들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필자는 “눈의 미학”만이 강조되는 디지털 영상 문화의 시대에 인간의 사상이 무엇보다도 도서의 출판을 통해서 이어질 수 있으며, 또한 그래야 한다는 울력의 강동호 사장님의 신념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J, 부디 바라건대 비록 하자를 지닌 나의 자식이지만, 그래도 본서가 최소한 시대의 풍조를 역행하는 하나의 작은 저항적 몸부림으로서, 당신에게 무언가 자극을 가할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잘못된 사항이 발견되면, 기탄없이 이를 비판하고, 나의 책을 밟고 우뚝 입신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강동호 사장님에게 깊은 감사와 신뢰의 마음을 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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